가수 이은미에게 30년이라는 시간은 뜻 깊어 보였다. 수월하지 않았던 시간을 오로지 음악 하나로 견뎠기 때문이다. 수많이 자책과 반성을 했지만, 그것이 지금의 이은미로 이끌었다.
6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달개비에서 열린 데뷔 3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은미는 “차곡차곡 쌓여서 30년이 됐다. 수월하지만은 않았지만, 기적 같은 순간들도 있었다. 열심히 해야겠구나 생각이 정말 많이 드는 그런 해다”라며 “놀라운 경험이고 처음 느끼는 감정이다. 음악을 처음 시작할 때처럼 무척 설레고 두렵다. 또 잘 해야겠다는 부담도 크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어렵고 힘들 때마다 고비마다 잘 넘기게 해주었던 많은 분에게 감사하다는 말씀 꼭 전하고 싶다. 또 늘 묵묵히 지켜준 팬들도 고맙다”며 “지난주에 부산에서 콘서트 했는데 30년 동안 묵묵하게 지켜준 팬들이 보내준 손편지 때문에 펑펑 울었다. 한시도 잊지 않고 말없이 나를 지켜주시는 분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구나 싶어서 기적 같은 놀라운 경험을 매일 하고 있다”고 인사했다.
이은미는 앞서 언급했듯이 ‘기적’을 많이 강조했다. 30년 동안 자신의 재능이 부족하다고 자책하며 괴로운 시간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동안 고민하고 애쓰면서 만든 음악을 누가 알아줄까 했는데 실제로 많은 분이 내 음악에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 기적이었다”며 “재능이 부족한 사람이라 재능에 한계를 느낄 때마다 어렵고 좌절한다. 민낯이 드러나는 거 같다는 생각도 들고 부족함이 순간 순간 느껴지니까 피하고 싶고 도망가고 싶기도 했다. 자기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매번 느끼면서 한다는 건 되게 힘든 일이었다”고 지난 날을 회상했다.
이은미는 1989년 신촌블루스의 객원 보컬로 활동을 시작했다. 1992년 1집 앨범 ‘기억 속으로’와 2집 ‘어떤 그리움’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그의 이름을 제대로 알렸다. 특히 2005년 발표한 ‘애인있어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국민 가수’로 떠올랐다.
이은미는 ‘지금까지 발표한 곡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이런 질문이 제일 싫다”고 말하며 웃은 뒤 “가장 인상에 남는 음악은 ‘애인 있어요’다. 내가 가장 힘들었을 때, 가장 어려웠을 때 나에게 찾아왔고, 그 노래 때문에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는 히트작이거나 그렇지 않거나와 상관없이 그 음악이 내게 중요한 것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30년 동안 한 길을 꾸준히 걷는 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이은미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좌절할 때마다 음악이 다시 그를 일으켰다.
이은미는 “나를 이끌었던 원동력은 역시 음악이다. 음악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꿈꾸는 순간에, 상상 속으로 만들어가는 음악이 다시 나를 일으켰다. ‘내가 원하는 소리는 이 소리인데?’ 하면서 나를 움직이게 하고 다시 자극 받아 일어서게 하는 거 같다. 재능의 한계를 보며 ‘왜 이것밖에 안 돼?’ 하면서도 다시 꿈을 꾸고 녹음실에 가는 거 보면 이게 분명한 원동력이다”고 강조했다.
지난 9월 25일에는 데뷔 30주년 기념 앨범 ‘흠뻑’을 발표했다. 이 앨범은 이은미의 지난 30년간의 음악적 깊이와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는 앨범으로 지난 9월 25일 선공개 된 수록곡 ‘사랑이었구나’와 ‘어제 낮’이 평단과 대중들의 호평을 받으면서 추후 순차적으로 공개될 곡들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이은미는 “‘흠뻑’이라는 타이틀곡을 발표할 것이다. 나처럼 이렇게 음악에 흠뻑 빠져 사는 사람이 있었을까 싶기 때문이다. 이전보다 더 음악에 솔직해졌고 진실해졌다”고 전했다.
특히 이은미는 자신을 ‘욕망이 가득한 사람’이라고 표현해 눈길을 모았다. 그는 “패티김 선배님이 목소리에 영향을 줄까봐 식생활, 잠자리 습관에 신경을 쓴다는 것을 인터뷰를 통해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럴 자신이 없다. 욕망이 가득한 사람이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음악에 동떨어진 삶을 살고 싶지 않다. 내 삶 자체가 목소리에 녹아 들고 스며 들어서 여러분들과 함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이 최종 목표이기도 하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또 그동안 자신을 사랑해준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은미는 “콘서트를 하게 되면 미리 그 지역에 내려가서 숙소에서 잠을 자고 아침 일찍 리허설을 한다. 짧아도 4시간을 하는데 전날 버스를 타는 순간 공연 모드로 바뀌어서 날카롭고 못된 모습이 나온다. 제일 잘하고 싶다는 한 가지 목표와 욕망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내게 다가오는 팬들에게 못되게 군 면이 많이 있다. 그렇게 30년을 보낸 거 같아서 지난주에 부산 팬들에게 받은 편지를 보면서 후회를 많이 했다. 친절하고 살가운 사람이 못돼서 죄송하다고 전하고 싶다. 앞으로 좀 더 조심하고 친절한 사람이 되어보겠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마무리했다.
이은미는 ‘30 years 1,000th, Thank You’라는 타이틀로 무대 인생 30년을 기념하고 변함없이 지지해준 관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 위해 전국 35개 도시에서 전국투어 콘서트를 개최한다. 2월 15일까지 인천, 전주, 서울, 대구, 수원, 울산 등에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