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사진=신세계그룹. "40~50대에 회장이 되더라도 현재처럼 전문경영인과 오너간 조화로운 체제는 체제를 흔들지는 않을 생각이다." 정용진 신세계 회장(56)이 지난 2006년 12월 출입기자들과 가진 송년자리에서 밝힌 말이다. 당시 정 부회장 나이는 38세. 유통재계는 부사장에서 7년만에 직급상 두단계나 파격 승격된 데 대해 '정용진 체제'로의 개편이 가속화될 것으로 여겼고, 정 회장 역시 경영에 대한 소신있는 발언을 서슴치 않고 내뱉었었다. 하지만 정 회장의 승진 소식이 전해진 것은 18년 후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등 '유통 빅3'의 2·3세가 승진 소식을 전하던 와중에도 유독 후계자 신분으로만 남았던 정 회장이었다. 부회장 자리에 오르기까지 초고속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한참 늦은 시점이다. 다만, 어머니인 이명희 총괄회장도 56세에 총수에 올랐다. 그렇다면 올해 정 회장 승진은 예고된 시나리오였을까 혹은 경영능력을 입증할 시험대일까. ■'세상에 없는 시리즈'로 新모델 창출, 혁신의 아이콘 정 회장은 정재은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의 1남1녀 중 장남으로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의 외손자다. 정 회장이 그룹경영에 참여한 것은 1995년 신세계그룹 전략기획실 이사로 입사하면서부터다. 이후 1997년 상무로 승진하고 2000년 경영지원실 부사장에, 2006년 부회장으로 초고속 승진한다. 이듬해부터는 신세계본관 리뉴얼 공사를 마친 현장에 이명희 총괄회장 옆에 서며 공식석상에 모습도 드러냈다. 하지만, 본격적인 신세계그룹에서의 경영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2011년 신세계와 이마트가 분할된 이후부터였다. 정 회장은 2014년 신세계의 핵심이자 본업인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서자 '기존에 없던 혁신'을 담은 다양한 신사업을 내놓기 시작했고, 이를 입증하듯 그룹이 앞장서 유독 '정용진의 000'이란 타이틀을 붙여내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차례로 등장한 것이 ▲'세상에 없는 스타필드' ▲'세상에 없는 노브랜드' ▲'세상에 없는 프리미엄아울렛' 등이다. 이후에도 정 회장은 '세상에 없는 시리즈'들을 통해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유통업계 신모델로 끊이없는 실험을 지속한다. 특히 스타필드의 경우 사업 계획 발표 당시 '유통업의 경쟁 상대는 에버랜드와 같은 테마파크나 야구장'이란 정 회장의 발언은 신선한 충격마저 안겼다. 유통업을 '물건을 파는 곳'으로 한정짓던 경계를 최초로 허문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유통업의 미래가 쇼핑과 식사, 여가 등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도록 매장을 구성하는 '라이프스타일 센터(LSC)'인 교외형 복합쇼핑몰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집중 육성하는 사업을 직접 챙기며 진두지휘한 주인공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말은 '쇼핑 테마파크'였고, 오늘날 '스타필드'가 됐다. 미국 유학시절의 선진유통 경험이 정 회장이 국내 유통업 성장방향성을 제시하는 원동력이 되어 변화를 이끈 것으로 평가됐다. ■실험 DNA로 韓 유통변화의 포문 연 주인공 사실상 정 회상의 실험DNA는 스타벅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 회장이 미국 유학시절 즐기던 스타벅스를 1999년 국내에 들여와 국내에 '테이크아웃 커피문화 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를 통해 '식사는 식당이나 레스토랑에서, 차와 커피는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란 고정 관념이 깨졌고, '프랜차이즈 커피시대'도 열렸다. 물론 이 같은 정 회장의 실험 DNA가 성공작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애완견인 몰리의 이름을 딴 '몰리스샵'이나 수제맥주점 '데블스도어', 남성들을 위한 가전 매장인 '일레트로마트', 잡화점 '삐에로쑈핑' 등은 정 회장 취미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과적으로 문을 닫거나 시장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정 회장의 모든 도전이 다 통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추진한 과거의 사업들이 변화의 포문을 열며 유통업계에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했다는 점에 대해 '정용진만의 리더십'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유통재계는 '정용진의 시대'에 주목하고 있다. 그룹이 인사 배경으로 밝힌대로 현재 유통시장은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과거보다 훨씬 다양한 위기 요인에 둘러쌓여 있어서다. 더욱이 이마트는 지난해 2011년 법인 설립 이후 12년만에 사상 최초로 적자를 기록했다.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 속에서 정 회장은 기존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래 먹거리가 될 신사업 발굴이란 경영숙제 해결의 무거운 짐을 떠안은 상태다. 이번 인사가 정 회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을 '정면돌파'하기 위한 결정이란 점을 그룹이 분명히한 만큼, 정 회장은 본격적으로 '실패 없는 성공작'으로 경영능력을 입증해야한다는 시험대에 놓인 셈이다. ◆독해진 정용진 회장, 강력한 리더십만 남았다 이를 염두한 듯 정 회장은 쓴소리와 압박수위를 높여가며 나날이 독해지고 있다. SNS를 통해 '용진이형'을 자처하며 취미와 먹거리들을 공유하던 소탈한 모습은, 임원들을 향한 '질책', '무거운 책임' '강도높은 쇄신' 등의 강한 표현으로 대체되는 중이다. 지난해 9월 계열사 대표 40%를 교체하는 역대급 물갈이 인사를 단행한 뒤부터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해 연말 경영전략실을 기능 중심의 컨트롤타워로 개편하고 대대적 혁신을 주문하기도 했다. 경영진 의사결정을 보좌하는 경영전략실 본연의 역할을 강화함으로써 기민한 의사결정과 실행을 위한 준비를 마쳤고, 최근에는 평가보상제도 개편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이하 TF)을 운영, '신상필벌'에 입각한 임원진 수시 인사도 예고했다. '1등 기업'으로 퀀텀 점프하기 위해 '회장' 인사가 단행된만큼 돌파의 실마리를 제대로 찾을 때까지 강력한 역량 발휘에 총력을 다하겠단 의지가 담긴 행보로 해석된다. 내부적으로도 현재 변화에 당혹감과 불안감이 있지만, '위기'란 절박함 속 적극적인 해결책과 성과가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CEO열전] 사라진 '용진이형'…18년만에 오른 왕관의 무게

멈춰선 성장 속 사령탑 오른 정용진 신세계 회장, '정면돌파' 시험대 본격화
18년간 시도한 '정용진식 실험' 끝, 실패 없는 성공작으로 경영능력 입증 과제

전지현 기자 승인 2024.03.17 07:00 | 최종 수정 2024.03.18 11:14 의견 0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사진=신세계그룹.


"40~50대에 회장이 되더라도 현재처럼 전문경영인과 오너간 조화로운 체제는 체제를 흔들지는 않을 생각이다."

정용진 신세계 회장(56)이 지난 2006년 12월 출입기자들과 가진 송년자리에서 밝힌 말이다. 당시 정 부회장 나이는 38세. 유통재계는 부사장에서 7년만에 직급상 두단계나 파격 승격된 데 대해 '정용진 체제'로의 개편이 가속화될 것으로 여겼고, 정 회장 역시 경영에 대한 소신있는 발언을 서슴치 않고 내뱉었었다.

하지만 정 회장의 승진 소식이 전해진 것은 18년 후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등 '유통 빅3'의 2·3세가 승진 소식을 전하던 와중에도 유독 후계자 신분으로만 남았던 정 회장이었다. 부회장 자리에 오르기까지 초고속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한참 늦은 시점이다. 다만, 어머니인 이명희 총괄회장도 56세에 총수에 올랐다. 그렇다면 올해 정 회장 승진은 예고된 시나리오였을까 혹은 경영능력을 입증할 시험대일까.

■'세상에 없는 시리즈'로 新모델 창출, 혁신의 아이콘

정 회장은 정재은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의 1남1녀 중 장남으로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의 외손자다. 정 회장이 그룹경영에 참여한 것은 1995년 신세계그룹 전략기획실 이사로 입사하면서부터다. 이후 1997년 상무로 승진하고 2000년 경영지원실 부사장에, 2006년 부회장으로 초고속 승진한다. 이듬해부터는 신세계본관 리뉴얼 공사를 마친 현장에 이명희 총괄회장 옆에 서며 공식석상에 모습도 드러냈다.

하지만, 본격적인 신세계그룹에서의 경영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2011년 신세계와 이마트가 분할된 이후부터였다. 정 회장은 2014년 신세계의 핵심이자 본업인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서자 '기존에 없던 혁신'을 담은 다양한 신사업을 내놓기 시작했고, 이를 입증하듯 그룹이 앞장서 유독 '정용진의 000'이란 타이틀을 붙여내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차례로 등장한 것이 ▲'세상에 없는 스타필드' ▲'세상에 없는 노브랜드' ▲'세상에 없는 프리미엄아울렛' 등이다. 이후에도 정 회장은 '세상에 없는 시리즈'들을 통해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유통업계 신모델로 끊이없는 실험을 지속한다. 특히 스타필드의 경우 사업 계획 발표 당시 '유통업의 경쟁 상대는 에버랜드와 같은 테마파크나 야구장'이란 정 회장의 발언은 신선한 충격마저 안겼다. 유통업을 '물건을 파는 곳'으로 한정짓던 경계를 최초로 허문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유통업의 미래가 쇼핑과 식사, 여가 등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도록 매장을 구성하는 '라이프스타일 센터(LSC)'인 교외형 복합쇼핑몰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집중 육성하는 사업을 직접 챙기며 진두지휘한 주인공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말은 '쇼핑 테마파크'였고, 오늘날 '스타필드'가 됐다. 미국 유학시절의 선진유통 경험이 정 회장이 국내 유통업 성장방향성을 제시하는 원동력이 되어 변화를 이끈 것으로 평가됐다.

■실험 DNA로 韓 유통변화의 포문 연 주인공

사실상 정 회상의 실험DNA는 스타벅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 회장이 미국 유학시절 즐기던 스타벅스를 1999년 국내에 들여와 국내에 '테이크아웃 커피문화 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를 통해 '식사는 식당이나 레스토랑에서, 차와 커피는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란 고정 관념이 깨졌고, '프랜차이즈 커피시대'도 열렸다.

물론 이 같은 정 회장의 실험 DNA가 성공작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애완견인 몰리의 이름을 딴 '몰리스샵'이나 수제맥주점 '데블스도어', 남성들을 위한 가전 매장인 '일레트로마트', 잡화점 '삐에로쑈핑' 등은 정 회장 취미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과적으로 문을 닫거나 시장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정 회장의 모든 도전이 다 통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추진한 과거의 사업들이 변화의 포문을 열며 유통업계에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했다는 점에 대해 '정용진만의 리더십'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유통재계는 '정용진의 시대'에 주목하고 있다. 그룹이 인사 배경으로 밝힌대로 현재 유통시장은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과거보다 훨씬 다양한 위기 요인에 둘러쌓여 있어서다. 더욱이 이마트는 지난해 2011년 법인 설립 이후 12년만에 사상 최초로 적자를 기록했다.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 속에서 정 회장은 기존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래 먹거리가 될 신사업 발굴이란 경영숙제 해결의 무거운 짐을 떠안은 상태다. 이번 인사가 정 회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을 '정면돌파'하기 위한 결정이란 점을 그룹이 분명히한 만큼, 정 회장은 본격적으로 '실패 없는 성공작'으로 경영능력을 입증해야한다는 시험대에 놓인 셈이다.

◆독해진 정용진 회장, 강력한 리더십만 남았다

이를 염두한 듯 정 회장은 쓴소리와 압박수위를 높여가며 나날이 독해지고 있다. SNS를 통해 '용진이형'을 자처하며 취미와 먹거리들을 공유하던 소탈한 모습은, 임원들을 향한 '질책', '무거운 책임' '강도높은 쇄신' 등의 강한 표현으로 대체되는 중이다. 지난해 9월 계열사 대표 40%를 교체하는 역대급 물갈이 인사를 단행한 뒤부터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해 연말 경영전략실을 기능 중심의 컨트롤타워로 개편하고 대대적 혁신을 주문하기도 했다. 경영진 의사결정을 보좌하는 경영전략실 본연의 역할을 강화함으로써 기민한 의사결정과 실행을 위한 준비를 마쳤고, 최근에는 평가보상제도 개편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이하 TF)을 운영, '신상필벌'에 입각한 임원진 수시 인사도 예고했다.

'1등 기업'으로 퀀텀 점프하기 위해 '회장' 인사가 단행된만큼 돌파의 실마리를 제대로 찾을 때까지 강력한 역량 발휘에 총력을 다하겠단 의지가 담긴 행보로 해석된다. 내부적으로도 현재 변화에 당혹감과 불안감이 있지만, '위기'란 절박함 속 적극적인 해결책과 성과가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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