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현 군대는 여러 의미에서 사람을 바꿔놓는다. 대부분은 조금 나은 쪽으로의 변화를 겪는다. 대학시절 상대평가 체제에서 하위권을 든든히 받쳐주는 고마운 남자 동기들은 제대 후 성적 장학금을 받은 일이나, 술에 찌들어 배가 남산 같았던 친구들도 군대만 가면 소위 ‘몸짱’이 되어 나온 기억이 이를 증명한다. 물론 해당 사항이 없는 이들도 있었지만.   가수 권선홍도 군복무가 변화의 시발점이 됐다. 공보장교로 복무한 그는 직업군인의 매력에 빠졌다. 또래에 비해 괜찮은 월급에, 나라를 지킨다는 명예까지 얻으니 이만한 직업이 없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이 오래 가지는 못했다. 자신의 안에서 꿈틀거리는 또다른 자아를 막을 재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좋은 음악을 만들고, 좋은 문학 작품을 발표하고, 연극 무대에 오르고 싶은 욕구가 결국 그를 사회로 나오게 했다.  ◆ 해치아이, ‘권선홍’으로 다시 시작  ‘가장 어두운 밤의 끝에서’(At the Edge of the Darkest Night)는 권선홍으로서의 첫 결과물이다. 군입대 전 래퍼 Hozy와 첫 EP를 낼 당시에는 해치아이라는 예명을 썼다. 군생활 당시에 했던 고민이 그를 해치아이가 아닌 ‘권선홍’으로 돌려놓았다.  “저는 스스로 완성된 아티스트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지금의 나는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떤 예명도 아티스트로서의 저를 온전히 표현해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음악뿐만 아니라 시인, 연극배우, 여행 작가, 영화감독 등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요. 그런 다양한 정체성을 담아내기 위한 이름은 본명뿐이더라고요. ‘권선홍’이 그렇게 흔한 이름도 아니라고 생각해서 결정하는데 어려움도 별로 없었어요. 사실 예명이었던 해치아이도 큰 의미는 없었어요(웃음)”  바뀐 건 이름만이 아니었다. 앨범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권선홍은 이전의 앨범에서 빠뜨린 ‘재미’를 이번 앨범에 덧입히는 과정을 거쳤다. 그는 자신을 “트렌디함과 클래식함의 사이 어딘가에 있는 아티스트”로 소개했는데, 이번 앨범에는 그 묘한 줄타기를 하는 그의 모습이 그대로 발현되어 있었다.  “2017년 래퍼 Hozy와 함께 세기말에 대해 논하는 EP앨범 ‘밀레니엄’(Millennium)을 발매했었어요. 세상의 잘못된 부분을 적나라하게 꼬집어내고 호통 치는 앨범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데 누가 음악을 들으면서 훈계나 듣고 싶겠어요. 즐거울 땐 더 즐겁기 위해 음악을 듣고, 슬플 땐 내 감정을 공감하거나 위로해주는 음악을 듣고, 화가 날 땐 속이 뻥 뚫리는 음악을 듣는 거잖아요. 음악 듣는 이의 감정과 음악이 주는 느낌이 서로 일치하는 것. 이 것이 음악 듣는 ‘맛’, 음악 듣는 ‘재미’라고 생각했어요. 이 ‘재미’라는 표현은 고(故) 백남준 선생님께서 ‘예술에는 FUN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신 내용에서 참고했어요”  ◆ “부모님도 들을 수 있는 음악”  이번 권선홍의 ‘가장 어두운 밤의 끝에서’에는 ‘빠이’(Pai) ‘시간이 됐어’(Gettin’ Over) ‘제인’(Jane) ‘고마우니까’(Song for You) ‘매일 밤’(Nights and Dreams) ‘위로’(Cheer Up, Go Up) 등 총 여섯 곡이 담겼다. 삶의 가장 어두운 밤의 끝자락에 있는 듯하면서도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함께 담아낸 앨범이다.  “고(故) 신해철 선생님께서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서 산다’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큰 감동을 받았어요. ‘어차피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왜 이렇게 마음 졸이며 살고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부터 상황이 안 좋아도, 힘든 일이 생겨도, 그것을 헤쳐 나가려고 열심히 땀 흘리는 스스로를 좋아하려고 노력했죠. 이렇게 살아가는 과정에서 행복감을 느끼려고 애쓰다보니 진짜 제 세상에는 짜증내고 화를 낼 일 없어졌어요. 그렇게 깨달은 감동을 다른 사람들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런 앨범을 만들었어요”  이번 앨범의 가장 큰 결실이라면 포인트로 잡았던 ‘재미’를 찾은 것이다. 듣는 사람을 위해 찾은 변화인 만큼, 실제 주변의 반응도 달라졌다. 이전 앨범에 대해서는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 평가랄 것조차 없다”던 권선홍은 이번 앨범에 있어서는 자신 있게 말했다. “내 노래를 안 듣던 어머니가 주변에 추천을 하기 시작했다”며 웃어 보였다.  “어머니, 아버지도 들을 수 있는 음악이라는 표현은 단순히 대중적인 노래를 하고 싶다는 의미는 아니었어요. 저는 행복하기 위해서 살고, 전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웃을 때 행복함을 느껴요. 그래서 그들이 제 음악을 듣고 행복해지길 바랐어요. 저희 어머니께서 이번 노래는 좋다고 하셨어요. ‘이번’ 노래‘는’이라고요. 이전에 냈던 노래는 안 좋다는 건가…(웃음)”  “가끔 공연이 끝나면 무대 좋았다고 일부러 찾아와서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있고, SNS를 통해서 음악 잘 들었다고 연락해주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 짧은 댓글 하나에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해요. 행복하기 위해서 사는 사람인데 저를 이렇게 행복하게 해주시는 분들에게 최대한 노력해서 행복을 주고 싶어요”  ⓒ권선홍 ◆ 권선홍의 10년 후   권선홍은 이번 앨범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솔로 활동 이외에도 소속된 크루 MLSL(밀레니엄 살롱)과 올해 1월부터 매달 1곡씩 발매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다. 실제 공연에서 주요 레퍼토리로 올라 오는 ‘올라가’ ‘러브 엑스 마키나’ 등이 이 프로젝트를 통해 발매된 곡들이다.  지난 8월까지 총 8곡이 발표됐고, 이 8곡과 새로운 곡들을 합쳐서 총 12곡 정도의 컴필레이션 앨범을 발매할 계획이다. 또 2020년 상반기 동안 싱글 앨범 세 장, 하반기에는 이 싱글과 새로운 곡들을 모은 EP 앨범 발매도 예정되어 있다.  “10년 후의 권선홍은 아마 가장 재미있어 하는 일을 하고 있을 거예요. 지금은 음악이 가장 재미있지만 10년 후에는 시를 쓰고 있을 수도 있고요, 혹은 연극 무대에서 배우가 되어있을 수도 있고요, 세계를 여행하며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 독립영화 감독이 되어 있을 수도…. 뭐가 되었든 매 순간 가장 재미있는 일을 찾아서 온 힘을 다해서 노력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거든요. 어떤 일을 하던 제가 누군가의 행복에 조금의 도움이라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인디;파인(人)더] 권선홍이 찾은 ‘재미’, 부모님에게도 통한 음악

예명 해치아이→본명 권선홍으로 다시 시작

박정선 기자 승인 2019.11.29 10:32 | 최종 수정 2019.12.01 10:42 의견 0
ⓒ구상현

군대는 여러 의미에서 사람을 바꿔놓는다. 대부분은 조금 나은 쪽으로의 변화를 겪는다. 대학시절 상대평가 체제에서 하위권을 든든히 받쳐주는 고마운 남자 동기들은 제대 후 성적 장학금을 받은 일이나, 술에 찌들어 배가 남산 같았던 친구들도 군대만 가면 소위 ‘몸짱’이 되어 나온 기억이 이를 증명한다. 물론 해당 사항이 없는 이들도 있었지만.  

가수 권선홍도 군복무가 변화의 시발점이 됐다. 공보장교로 복무한 그는 직업군인의 매력에 빠졌다. 또래에 비해 괜찮은 월급에, 나라를 지킨다는 명예까지 얻으니 이만한 직업이 없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이 오래 가지는 못했다. 자신의 안에서 꿈틀거리는 또다른 자아를 막을 재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좋은 음악을 만들고, 좋은 문학 작품을 발표하고, 연극 무대에 오르고 싶은 욕구가 결국 그를 사회로 나오게 했다. 

◆ 해치아이, ‘권선홍’으로 다시 시작 

‘가장 어두운 밤의 끝에서’(At the Edge of the Darkest Night)는 권선홍으로서의 첫 결과물이다. 군입대 전 래퍼 Hozy와 첫 EP를 낼 당시에는 해치아이라는 예명을 썼다. 군생활 당시에 했던 고민이 그를 해치아이가 아닌 ‘권선홍’으로 돌려놓았다. 

“저는 스스로 완성된 아티스트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지금의 나는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떤 예명도 아티스트로서의 저를 온전히 표현해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음악뿐만 아니라 시인, 연극배우, 여행 작가, 영화감독 등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요. 그런 다양한 정체성을 담아내기 위한 이름은 본명뿐이더라고요. ‘권선홍’이 그렇게 흔한 이름도 아니라고 생각해서 결정하는데 어려움도 별로 없었어요. 사실 예명이었던 해치아이도 큰 의미는 없었어요(웃음)” 

바뀐 건 이름만이 아니었다. 앨범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권선홍은 이전의 앨범에서 빠뜨린 ‘재미’를 이번 앨범에 덧입히는 과정을 거쳤다. 그는 자신을 “트렌디함과 클래식함의 사이 어딘가에 있는 아티스트”로 소개했는데, 이번 앨범에는 그 묘한 줄타기를 하는 그의 모습이 그대로 발현되어 있었다. 

“2017년 래퍼 Hozy와 함께 세기말에 대해 논하는 EP앨범 ‘밀레니엄’(Millennium)을 발매했었어요. 세상의 잘못된 부분을 적나라하게 꼬집어내고 호통 치는 앨범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데 누가 음악을 들으면서 훈계나 듣고 싶겠어요. 즐거울 땐 더 즐겁기 위해 음악을 듣고, 슬플 땐 내 감정을 공감하거나 위로해주는 음악을 듣고, 화가 날 땐 속이 뻥 뚫리는 음악을 듣는 거잖아요. 음악 듣는 이의 감정과 음악이 주는 느낌이 서로 일치하는 것. 이 것이 음악 듣는 ‘맛’, 음악 듣는 ‘재미’라고 생각했어요. 이 ‘재미’라는 표현은 고(故) 백남준 선생님께서 ‘예술에는 FUN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신 내용에서 참고했어요” 

◆ “부모님도 들을 수 있는 음악” 

이번 권선홍의 ‘가장 어두운 밤의 끝에서’에는 ‘빠이’(Pai) ‘시간이 됐어’(Gettin’ Over) ‘제인’(Jane) ‘고마우니까’(Song for You) ‘매일 밤’(Nights and Dreams) ‘위로’(Cheer Up, Go Up) 등 총 여섯 곡이 담겼다. 삶의 가장 어두운 밤의 끝자락에 있는 듯하면서도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함께 담아낸 앨범이다. 

“고(故) 신해철 선생님께서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서 산다’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큰 감동을 받았어요. ‘어차피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왜 이렇게 마음 졸이며 살고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부터 상황이 안 좋아도, 힘든 일이 생겨도, 그것을 헤쳐 나가려고 열심히 땀 흘리는 스스로를 좋아하려고 노력했죠. 이렇게 살아가는 과정에서 행복감을 느끼려고 애쓰다보니 진짜 제 세상에는 짜증내고 화를 낼 일 없어졌어요. 그렇게 깨달은 감동을 다른 사람들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런 앨범을 만들었어요” 

이번 앨범의 가장 큰 결실이라면 포인트로 잡았던 ‘재미’를 찾은 것이다. 듣는 사람을 위해 찾은 변화인 만큼, 실제 주변의 반응도 달라졌다. 이전 앨범에 대해서는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 평가랄 것조차 없다”던 권선홍은 이번 앨범에 있어서는 자신 있게 말했다. “내 노래를 안 듣던 어머니가 주변에 추천을 하기 시작했다”며 웃어 보였다. 

“어머니, 아버지도 들을 수 있는 음악이라는 표현은 단순히 대중적인 노래를 하고 싶다는 의미는 아니었어요. 저는 행복하기 위해서 살고, 전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웃을 때 행복함을 느껴요. 그래서 그들이 제 음악을 듣고 행복해지길 바랐어요. 저희 어머니께서 이번 노래는 좋다고 하셨어요. ‘이번’ 노래‘는’이라고요. 이전에 냈던 노래는 안 좋다는 건가…(웃음)” 

“가끔 공연이 끝나면 무대 좋았다고 일부러 찾아와서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있고, SNS를 통해서 음악 잘 들었다고 연락해주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 짧은 댓글 하나에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해요. 행복하기 위해서 사는 사람인데 저를 이렇게 행복하게 해주시는 분들에게 최대한 노력해서 행복을 주고 싶어요” 

ⓒ권선홍

◆ 권선홍의 10년 후  

권선홍은 이번 앨범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솔로 활동 이외에도 소속된 크루 MLSL(밀레니엄 살롱)과 올해 1월부터 매달 1곡씩 발매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다. 실제 공연에서 주요 레퍼토리로 올라 오는 ‘올라가’ ‘러브 엑스 마키나’ 등이 이 프로젝트를 통해 발매된 곡들이다. 

지난 8월까지 총 8곡이 발표됐고, 이 8곡과 새로운 곡들을 합쳐서 총 12곡 정도의 컴필레이션 앨범을 발매할 계획이다. 또 2020년 상반기 동안 싱글 앨범 세 장, 하반기에는 이 싱글과 새로운 곡들을 모은 EP 앨범 발매도 예정되어 있다. 

“10년 후의 권선홍은 아마 가장 재미있어 하는 일을 하고 있을 거예요. 지금은 음악이 가장 재미있지만 10년 후에는 시를 쓰고 있을 수도 있고요, 혹은 연극 무대에서 배우가 되어있을 수도 있고요, 세계를 여행하며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 독립영화 감독이 되어 있을 수도…. 뭐가 되었든 매 순간 가장 재미있는 일을 찾아서 온 힘을 다해서 노력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거든요. 어떤 일을 하던 제가 누군가의 행복에 조금의 도움이라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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