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혁(사진=나무엑터스)   [뷰어스=이건형 기자] 배우 김주혁의 연기는 과한 면 없이 자연스럽다. 그러면서도 꽤나 섬세한 감성을 연기한다. tvN 드라마 ‘아르곤’을 통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김주혁은 열정적인 언론인들의 치열한 삶을 그려낸 드라마인 ‘아르곤’에서 기자 겸 앵커인 김백진 역을 맡았다. 김백진은 정직한 보도를 추구하는 팩트 제일주의자다. 팩트의 칼날이 자신을 향할 지라도 신념을 지켜내는 인물이다.  이젠 시나리오 한 장만 읽어봐도 자신에게 어울리는 역인지 알아낸다는 김주혁은 ‘아르곤’을 선택했을 때도 그랬다고 한다. 그는 “시나리오 한 장만 읽어봐도 안다. 입에 안 붙는 대사가 있는 반면 잘 붙는 대사가 있다. 뭐라 표현하기가 애매하다.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가 입에 착 붙었다. 이 작품은 선택하는 데 30분도 안 걸렸다”고 말한다.  “‘아르곤’ 시나리오를 읽어보는데 자연스러웠어요. 한마디로 과한 부분이 없었죠. 난 연기가 재밌어요. 고민을 매일 하면서 몇 가지를 찾은 것 같은 기분이죠. 평소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할까?’ ‘어떻게 하면 올바른 연기를 할까’ 고민해요. 그 고민이 습관이 되는 거죠. 요즘 사람들의 연기스타일이 뭔지 계속 생각해요.” 데뷔 20년차가 된 김주혁은 여전히 연기에 대한 고민이 깊다. 20년 경력이라 치면 어느 분야에서나 베테랑으로 불리지 않는가. 베테랑인 그지만 그는 아직 현재의 연기에 안주하지 않는다. 늘 시대 속 연기를 연구하고 배운다. 그런 노력이 있었기 20년간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인 것이다.  김백진을 연기하는 김주혁의 모습에서도 이러한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캐릭터의 현실감을 십분 표현한 그다. 특히 그는 섬세한 감성 연기의 비결에 대해 “상대의 말을 잘 듣고 있으니까”라고 답한다. “연기를 더 표현할 수는 있는데 대사를 더 지어 낼 수 없잖아요. 느끼는 만큼만 연기를 하려고 노력해요. 가끔 신 분위기 때문에 과하게 연출되는 부분이 있어요. 그럴 때마다 시청자들이 볼 땐 재밌을 진 몰라도 난 좀 그렇더라고요. 하지만 회를 다 꿰뚫고 있진 못하기 때문에 내가 하는 게 맞는지 틀린지 확신하지 못하죠. 그게 딜레마에요. 정말 내가 느끼는 만큼만 연기하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요. 그래도 최대한 느끼는 정도만 하는 편이죠. 보통 배우하고 연출자간의 그런 싸움이 많아요. 이번엔 감독과 전혀 싸우지 않았어요. 감독이 배우가 하고 싶은 대로 연기하길 원했죠.”  ■“시간에 쫓기며 촬영하다보니 연기 디테일 못 살려..살 깎는 듯한 기분”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는 ‘아르곤’. 하지만 김주혁은 화기애애했던 현장에서도 아쉬운 점은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그는 “안타까운 건 기자들의 삶을 좀 더 알았으면 더 진하게 나오지 않았을까하는 거다. 수박 겉핥기식의 미화시킨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드라마기 때문이라고 하면 변명 같다. 기자를 대변하기 위해 이 드라마를 한건 아니지만 많은 시청자들이 보는 드라마지 않냐. 이 드라마를 보고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사 중 좋은 말들이 정말 많았다. ‘뉴스를 믿지 말고 각자 판단해 달라’는 대사는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었다. 아마 시청자도 그 말을 듣고 와 닿지 않았을까 한다. 그리고 기자들도 그 말을 들었을 때 ‘그렇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다른 생각도 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촉박한 촬영 시간도 문제였다. 그는 촬영 내내 시간적으로 쫓기다보니 디테일적인 감성을 많이 놓쳤다고 털어놨다. 그는 “배우입장에선 짜증나긴 한다. 내 살을 깎는 듯한 기분이다”고 한다. 스스로 만족하진 못했지만 시청자들은 그의 연기에 호평을 쏟아냈다. 겸손함까지 겸비한 그다.  실제 김주혁은 김백진처럼 선봉에 서는 스타일은 아니다. 하지만 아부를 못하는 성격은 똑같다. 그는 “김백진 처럼 선봉에 서진 못했을 지라도 비굴한 사람은 못됐을 거다. 아부를 절대 못하는 성격이다. 굶어 죽으면 죽었지. 난 아마 일반 회사에 다녔으면 간부까지 못 올라갔을 것 같다”며 웃어 보인다. “어떤 캐릭터든 처음부터 구상이 잡혀있지 않아요. 하면서 잡히는 스타일이죠.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캐릭터만 맡아요. 배우는 자기 그릇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릇을 벗어나는 역할을 택하는 건 어리석은 거라고 생각하죠. 그릇의 크기를 조금씩 키워가는 거지 얼토당토않은 역을 도전하는 건 웃기잖아요. 대사도 입에 안 붙고 행동도 어색한 걸 하면 어리석은 거죠. 그렇다고 지금에 안주하라는 말은 아니에요. 아무리 좋은 작품을 갖다 줘도 ‘내가 할 수 있겠다’ 싶은 걸 선택하라는 거죠.”  20년간 김주혁에 대한 연기 논란이 없었던 건 스스로 그릇의 크기를 잘 알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늘 시대적 상황에 맞는 연기를 고민하는 그는 베테랑 중에서도 베테랑이다. 늘 배움을 실천하고 진실로 연기하는 배우. 이게 김주혁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김주혁 "시간 쫓기다보니 '아르곤'서 연기 디테일 못 살려..배우로서 짜증나"

이건형 기자 승인 2017.10.16 12:02 | 최종 수정 2135.08.01 00:00 의견 0
김주혁(사진=나무엑터스)
김주혁(사진=나무엑터스)

 

[뷰어스=이건형 기자] 배우 김주혁의 연기는 과한 면 없이 자연스럽다. 그러면서도 꽤나 섬세한 감성을 연기한다. tvN 드라마 ‘아르곤’을 통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김주혁은 열정적인 언론인들의 치열한 삶을 그려낸 드라마인 ‘아르곤’에서 기자 겸 앵커인 김백진 역을 맡았다. 김백진은 정직한 보도를 추구하는 팩트 제일주의자다. 팩트의 칼날이 자신을 향할 지라도 신념을 지켜내는 인물이다. 

이젠 시나리오 한 장만 읽어봐도 자신에게 어울리는 역인지 알아낸다는 김주혁은 ‘아르곤’을 선택했을 때도 그랬다고 한다. 그는 “시나리오 한 장만 읽어봐도 안다. 입에 안 붙는 대사가 있는 반면 잘 붙는 대사가 있다. 뭐라 표현하기가 애매하다.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가 입에 착 붙었다. 이 작품은 선택하는 데 30분도 안 걸렸다”고 말한다. 

“‘아르곤’ 시나리오를 읽어보는데 자연스러웠어요. 한마디로 과한 부분이 없었죠. 난 연기가 재밌어요. 고민을 매일 하면서 몇 가지를 찾은 것 같은 기분이죠. 평소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할까?’ ‘어떻게 하면 올바른 연기를 할까’ 고민해요. 그 고민이 습관이 되는 거죠. 요즘 사람들의 연기스타일이 뭔지 계속 생각해요.”

데뷔 20년차가 된 김주혁은 여전히 연기에 대한 고민이 깊다. 20년 경력이라 치면 어느 분야에서나 베테랑으로 불리지 않는가. 베테랑인 그지만 그는 아직 현재의 연기에 안주하지 않는다. 늘 시대 속 연기를 연구하고 배운다. 그런 노력이 있었기 20년간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인 것이다. 

김백진을 연기하는 김주혁의 모습에서도 이러한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캐릭터의 현실감을 십분 표현한 그다. 특히 그는 섬세한 감성 연기의 비결에 대해 “상대의 말을 잘 듣고 있으니까”라고 답한다.

“연기를 더 표현할 수는 있는데 대사를 더 지어 낼 수 없잖아요. 느끼는 만큼만 연기를 하려고 노력해요. 가끔 신 분위기 때문에 과하게 연출되는 부분이 있어요. 그럴 때마다 시청자들이 볼 땐 재밌을 진 몰라도 난 좀 그렇더라고요. 하지만 회를 다 꿰뚫고 있진 못하기 때문에 내가 하는 게 맞는지 틀린지 확신하지 못하죠. 그게 딜레마에요. 정말 내가 느끼는 만큼만 연기하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요. 그래도 최대한 느끼는 정도만 하는 편이죠. 보통 배우하고 연출자간의 그런 싸움이 많아요. 이번엔 감독과 전혀 싸우지 않았어요. 감독이 배우가 하고 싶은 대로 연기하길 원했죠.” 

■“시간에 쫓기며 촬영하다보니 연기 디테일 못 살려..살 깎는 듯한 기분”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는 ‘아르곤’. 하지만 김주혁은 화기애애했던 현장에서도 아쉬운 점은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그는 “안타까운 건 기자들의 삶을 좀 더 알았으면 더 진하게 나오지 않았을까하는 거다. 수박 겉핥기식의 미화시킨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드라마기 때문이라고 하면 변명 같다. 기자를 대변하기 위해 이 드라마를 한건 아니지만 많은 시청자들이 보는 드라마지 않냐. 이 드라마를 보고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사 중 좋은 말들이 정말 많았다. ‘뉴스를 믿지 말고 각자 판단해 달라’는 대사는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었다. 아마 시청자도 그 말을 듣고 와 닿지 않았을까 한다. 그리고 기자들도 그 말을 들었을 때 ‘그렇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다른 생각도 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촉박한 촬영 시간도 문제였다. 그는 촬영 내내 시간적으로 쫓기다보니 디테일적인 감성을 많이 놓쳤다고 털어놨다. 그는 “배우입장에선 짜증나긴 한다. 내 살을 깎는 듯한 기분이다”고 한다. 스스로 만족하진 못했지만 시청자들은 그의 연기에 호평을 쏟아냈다. 겸손함까지 겸비한 그다. 

실제 김주혁은 김백진처럼 선봉에 서는 스타일은 아니다. 하지만 아부를 못하는 성격은 똑같다. 그는 “김백진 처럼 선봉에 서진 못했을 지라도 비굴한 사람은 못됐을 거다. 아부를 절대 못하는 성격이다. 굶어 죽으면 죽었지. 난 아마 일반 회사에 다녔으면 간부까지 못 올라갔을 것 같다”며 웃어 보인다.

“어떤 캐릭터든 처음부터 구상이 잡혀있지 않아요. 하면서 잡히는 스타일이죠.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캐릭터만 맡아요. 배우는 자기 그릇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릇을 벗어나는 역할을 택하는 건 어리석은 거라고 생각하죠. 그릇의 크기를 조금씩 키워가는 거지 얼토당토않은 역을 도전하는 건 웃기잖아요. 대사도 입에 안 붙고 행동도 어색한 걸 하면 어리석은 거죠. 그렇다고 지금에 안주하라는 말은 아니에요. 아무리 좋은 작품을 갖다 줘도 ‘내가 할 수 있겠다’ 싶은 걸 선택하라는 거죠.” 

20년간 김주혁에 대한 연기 논란이 없었던 건 스스로 그릇의 크기를 잘 알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늘 시대적 상황에 맞는 연기를 고민하는 그는 베테랑 중에서도 베테랑이다. 늘 배움을 실천하고 진실로 연기하는 배우. 이게 김주혁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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