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합창단이 제 179회 정기연주회를 갖는다. (사진=국립합창단)   국립합창단이 제179회 정기연주회를 통해 이 가을, 프랑스 거장의 음악을 선보인다.   오는 10월 17일 제179회 정기연주회에서는 프랑스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로 낭만주의 음악과 인상주의 음악에 반대하며 활동한 프랑스 6인조 중 한 명인 프란시스 뿔랭과 20세기 초 인상주의의 대표적인 작곡가 모리스 라벨의 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공연을 끝내고 국립합창단의 프랑스 해외공연으로도 이어진다는 점에서 깊은 의미가 있다.  국립합창단은 10월 17일 정기연주회를 마친 후 10월 31일(목) 해외공연을 떠날 예정이며, 독립운동가 홍재하 선생의 정착지인 쉬프(Suippes)와 생브리외(Saint-Brieuc), 렌(Rennes) 그리고 파리(Paris)에서 유럽한인이주 100주년 기념행사에서도 의미 있는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연주되는 G장조 미사(Messe en sol majeur, FP 89, 1937)는 뿔랭이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가톨릭으로 돌아온 직후 20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를 추모하며 만든 작품으로서, 신앙고백(Credo) 악장이 없는 짧은 미사(Missa Brevis) 형식이며, 무반주 합창곡이다. G장조라는 조성을 명시하긴 했으나 가뭄의 단비와 같이 등장하는 명확한 조성감을 제외한다면 무조에 가까울 정도로 도약이 심하고 진행을 예상하기 어렵다.  마치 물감을 흠뻑 머금은 붓을 흔들어 뿌리는 점묘법(pointilistic)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는 이러한 특징은 작곡가의 역설적이고 자기모순적인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조성과 무반주, 라틴어가 가진 고전의 가치를 바탕으로 하되 자신만의 현대적인 색을 입힌 풀랑크의 신고전 세계는 100여년이 지난 21세기에 들어도 신선하다.  후반부를 장식할 글로리아(Gloria, FP 177, 1959)는 쿠셰비츠키 재단의 위촉 작품으로, 보스턴 심포니의 연주로 초연(1961)되었다. 쿠셰비츠키(S. Koussevitsky, 1874-1951)가 보스턴 심포니의 지휘자로 있던 시절(1924-49), 신고전주의 시기의 스트라빈스키에게 시편 교향곡(Symphony of Psalms)을 위촉, 연주(1930)했다는 점에서 당시 세계 음악의 흐름 안에 보이는 연계와 연속성을 느껴보는 것도 좋은 감상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사의 Gloria를 가사로 하며, 총 6악장의 소프라노 독창과 합창,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위한 이 작품에서는 프랑스의 바로크를 호령했던 그랑 모테트(Grand Motet)의 숨결 또한 느껴진다. 1악장에서 스트라빈스키의 피아노 작품(Serenade in A for Piano, 1925)을 차용한 것과 겹부점을 사용한 장엄한 도입부는 분명 바로크 시대의 양식이다. 하지만 프랑스의 거리의 캉캉을 연상시키는 2악장(Laudamus te)은 유쾌함의 정도가 지나쳐 신성모독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 아닌가 하는 평단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작곡가는 15세기 화가 B. Gozzoli의 프레스코화 작품에서 장난스레 혀를 내밀고 노는 천사의 모습, 그리고 근엄한 베네딕트 수도사들이 축구를 하던 모습을 봤던 기억을 떠올렸다고 한다. 또한 같은 악장 안에서 고요함의 극치로 내달리며 완전히 다른 세계로 안내하는 Gratias 섹션과 말의 억양을 무시하는 선율진행은 듣는 이 뿐 아니라 연주자에게도 그의 악동기질을 진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라 하겠다. 반면 레온타인 프라이스(L. Price, b.1927)를 염두하고 썼다는 소프라노 솔로는 매우 서정적이다.   이처럼 악장마다 감정 표현의 범위를 빠르게 오가며 그 범위를 방대하게 펼쳐내는 뿔랭의 음악세계의 진수가 곳곳에서 묻어난다. 6악장에서는 1악장의 조각들이 다시 등장하는 고전주의 기법을 잊지 않았으며. 말미에 전율을 느끼게 하는 무반주 단선합창은 일찍이 그가 교회음악에 첫 발을 내딛던 때 쓴 G장조 미사의 한조각이어서, 이번 연주 뿐 아니라 그의 삶에 있어서도 시작과 끝을 감싸며 완성되는 제시(exposition)와 재현(recapitulation)을 지켜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윤의중 예술감독 지휘 아래 지난 제177회 정기연주회 ‘모차르트 레퀴엠’에서 아름다운 목소리를 선보인 소프라노 강혜정과 코리안뮤직앙상블이 국립합창단과 함께한다. 공연 예매는 예술의전당 및 인터파크에서 가능하다.

국립합창단 제179회 정기연주회 ‘뿔랭과 라벨, 가을에 만나는 프랑스 거장의 합창음악

박진희 기자 승인 2019.09.09 13:38 | 최종 수정 2139.05.18 00:00 의견 0
국립합창단이 제 179회 정기연주회를 갖는다. (사진=국립합창단)
국립합창단이 제 179회 정기연주회를 갖는다. (사진=국립합창단)

 

국립합창단이 제179회 정기연주회를 통해 이 가을, 프랑스 거장의 음악을 선보인다.
 
오는 10월 17일 제179회 정기연주회에서는 프랑스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로 낭만주의 음악과 인상주의 음악에 반대하며 활동한 프랑스 6인조 중 한 명인 프란시스 뿔랭과 20세기 초 인상주의의 대표적인 작곡가 모리스 라벨의 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공연을 끝내고 국립합창단의 프랑스 해외공연으로도 이어진다는 점에서 깊은 의미가 있다.  국립합창단은 10월 17일 정기연주회를 마친 후 10월 31일(목) 해외공연을 떠날 예정이며, 독립운동가 홍재하 선생의 정착지인 쉬프(Suippes)와 생브리외(Saint-Brieuc), 렌(Rennes) 그리고 파리(Paris)에서 유럽한인이주 100주년 기념행사에서도 의미 있는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연주되는 G장조 미사(Messe en sol majeur, FP 89, 1937)는 뿔랭이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가톨릭으로 돌아온 직후 20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를 추모하며 만든 작품으로서, 신앙고백(Credo) 악장이 없는 짧은 미사(Missa Brevis) 형식이며, 무반주 합창곡이다. G장조라는 조성을 명시하긴 했으나 가뭄의 단비와 같이 등장하는 명확한 조성감을 제외한다면 무조에 가까울 정도로 도약이 심하고 진행을 예상하기 어렵다. 

마치 물감을 흠뻑 머금은 붓을 흔들어 뿌리는 점묘법(pointilistic)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는 이러한 특징은 작곡가의 역설적이고 자기모순적인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조성과 무반주, 라틴어가 가진 고전의 가치를 바탕으로 하되 자신만의 현대적인 색을 입힌 풀랑크의 신고전 세계는 100여년이 지난 21세기에 들어도 신선하다. 

후반부를 장식할 글로리아(Gloria, FP 177, 1959)는 쿠셰비츠키 재단의 위촉 작품으로, 보스턴 심포니의 연주로 초연(1961)되었다. 쿠셰비츠키(S. Koussevitsky, 1874-1951)가 보스턴 심포니의 지휘자로 있던 시절(1924-49), 신고전주의 시기의 스트라빈스키에게 시편 교향곡(Symphony of Psalms)을 위촉, 연주(1930)했다는 점에서 당시 세계 음악의 흐름 안에 보이는 연계와 연속성을 느껴보는 것도 좋은 감상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사의 Gloria를 가사로 하며, 총 6악장의 소프라노 독창과 합창,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위한 이 작품에서는 프랑스의 바로크를 호령했던 그랑 모테트(Grand Motet)의 숨결 또한 느껴진다. 1악장에서 스트라빈스키의 피아노 작품(Serenade in A for Piano, 1925)을 차용한 것과 겹부점을 사용한 장엄한 도입부는 분명 바로크 시대의 양식이다. 하지만 프랑스의 거리의 캉캉을 연상시키는 2악장(Laudamus te)은 유쾌함의 정도가 지나쳐 신성모독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 아닌가 하는 평단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작곡가는 15세기 화가 B. Gozzoli의 프레스코화 작품에서 장난스레 혀를 내밀고 노는 천사의 모습, 그리고 근엄한 베네딕트 수도사들이 축구를 하던 모습을 봤던 기억을 떠올렸다고 한다. 또한 같은 악장 안에서 고요함의 극치로 내달리며 완전히 다른 세계로 안내하는 Gratias 섹션과 말의 억양을 무시하는 선율진행은 듣는 이 뿐 아니라 연주자에게도 그의 악동기질을 진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라 하겠다. 반면 레온타인 프라이스(L. Price, b.1927)를 염두하고 썼다는 소프라노 솔로는 매우 서정적이다.
 
이처럼 악장마다 감정 표현의 범위를 빠르게 오가며 그 범위를 방대하게 펼쳐내는 뿔랭의 음악세계의 진수가 곳곳에서 묻어난다. 6악장에서는 1악장의 조각들이 다시 등장하는 고전주의 기법을 잊지 않았으며. 말미에 전율을 느끼게 하는 무반주 단선합창은 일찍이 그가 교회음악에 첫 발을 내딛던 때 쓴 G장조 미사의 한조각이어서, 이번 연주 뿐 아니라 그의 삶에 있어서도 시작과 끝을 감싸며 완성되는 제시(exposition)와 재현(recapitulation)을 지켜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윤의중 예술감독 지휘 아래 지난 제177회 정기연주회 ‘모차르트 레퀴엠’에서 아름다운 목소리를 선보인 소프라노 강혜정과 코리안뮤직앙상블이 국립합창단과 함께한다. 공연 예매는 예술의전당 및 인터파크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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