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엄벌주의로 산업재해를 막을 수 있을까. 엄벌주의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기원전 춘추시대 인물인 공자는 "정령으로써 이끌고 형벌로써 가지런히 하면 백성들이 모면하기만 할 뿐이요 부끄러움이 없다"고 지적한다. 강력한 처벌로 기업을 옥죈다면 기업은 모면하기만 할 뿐 사건·사고 은폐에 거리낌이 없어질지 모를 일이다.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건설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각종 신기술을 동원하고 안전경영 구호 외치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현장 안전 강화에 나섰다. 중대재해법은 노동자가 사망하거나 다치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형 처벌을 내리도록 한 법안이다. 이외에도 기업은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내는 등 징벌적 책임을 져야 한다. 중대재해법의 강력한 처벌 수위는 징역형 하한기준 도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관련 의무 위반으로 사망사고 발생 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형의 형사처벌(병과가능 및 5년 이내 재범시 가중처벌)을 받는다. 이는 형법에서도 고의범에게 주로 적용되는 매우 높은 처벌이다. 굳이 고의범의 사례를 꺼내든 이유는 중대재해법이 자칫 기업을 악으로 몰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어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내세운 강한 처벌 수위는 근로자는 선이고 사용자는 악이라는 선악의 이분법을 만들어낼 우려가 크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일단 현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한다면 과실범이 아닌 고의범 수준의 대우를 받는 위험에 노출된 셈이다. 명확하지 않은 법 테두리에 고의범으로 내몰린 사측에 당연히 악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질 것이다. 근본적으로 법이 모호한 탓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법에 명시한 의무를 기업이 다 하지 않은 경우에만 처벌한다고 밝혔으나 업계에선 각각의 의무가 명시된 조문이 너무 모호하다고 지적한다. 기업은 법에 맞춰 안전 관리 기준을 다하고도 철퇴를 맞을 수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모호함은 3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제3자의 종사자에 대한 안전보건확보 의무의 확대 요건인 실질적 지배·운영·관리의 책임이 있는 경우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우이고 법에서 말하는 필요한 안전보건 조치는 어디까지 인 지다. 또 사고가 발생할 경우 기업의 책임과 인과관계가 어느 정도 관련성이 있을 때 인정될 수 있는 지 등이다 결국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서 말하는 안전 보건 의무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애매한 표현이 많기 때문에 이용자는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지켜야 내가 범죄자가 안 될까라는 고민에 빠질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건설업계에서는 기업이 처벌의 대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명확한 기준을 갖춘 흑백의 논리가 필요한 법에서 주관적인 선악의 잣대가 형성될 여지를 남겨두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건설업 산업재해 중 ‘개인의 부주의’가 주원인인 사고는 50% 내외로 알려졌다. 건설업 산업재해 절반은 기업의 문제이고 절반은 개인의 부주의도 있는 셈이다. 과연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를 선악으로 나누고 악인에게 강력한 처벌을 내린다고 근로자의 사고가 사라질까. 근로자의 비극을 숨기기 급급해진 기업 탓에 노사 관계는 오히려 극한의 대립으로 치닫을 위험성이 더 크지는 않을까. 법과 제도가 산업재해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면 나서서 반대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건설업계에서도 중대재해처벌법의 도입 취지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강력한 처벌을 통한 결과의 한계가 뚜렷하다고 보기 때문에 보완이 필요하다고 외치는 것이다. 건설업계에서는 법과 제도 이전에 시스템으로 사고사망률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축적된 안전관리 노하우 및 사고 데이터를 기반으로한 안전관리시스템 개선을 위해 정부가 팔걷고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이 모아둔 사고기록 데이터창고 개방 요구 등이 그 예다. 모호한 기준에 처벌만 강화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오히려 사고 은폐를 위한 불법과 비리를 낳을 개연성에 노출돼 있다. 실제로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 때는 법 시행 전에 국민권익위원회가 200여 쪽 분량의 매뉴얼을 보급해 엄격한 기준을 설명하고 적용하는 데 힘썼다. 정부와 국회는 강력한 처벌을 내세우기에 앞서 명확한 법 기준을 제시하는 한편으로 기업이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역량을 쏟아야한다.

[정지수의 랜드마크] 중대재해법, 엄벌주의의 딜레마

정지수 기자 승인 2021.05.10 16:15 의견 0
(사진=픽사베이)

엄벌주의로 산업재해를 막을 수 있을까.

엄벌주의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기원전 춘추시대 인물인 공자는 "정령으로써 이끌고 형벌로써 가지런히 하면 백성들이 모면하기만 할 뿐이요 부끄러움이 없다"고 지적한다. 강력한 처벌로 기업을 옥죈다면 기업은 모면하기만 할 뿐 사건·사고 은폐에 거리낌이 없어질지 모를 일이다.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건설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각종 신기술을 동원하고 안전경영 구호 외치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현장 안전 강화에 나섰다.

중대재해법은 노동자가 사망하거나 다치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형 처벌을 내리도록 한 법안이다. 이외에도 기업은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내는 등 징벌적 책임을 져야 한다.

중대재해법의 강력한 처벌 수위는 징역형 하한기준 도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관련 의무 위반으로 사망사고 발생 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형의 형사처벌(병과가능 및 5년 이내 재범시 가중처벌)을 받는다. 이는 형법에서도 고의범에게 주로 적용되는 매우 높은 처벌이다.

굳이 고의범의 사례를 꺼내든 이유는 중대재해법이 자칫 기업을 악으로 몰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어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내세운 강한 처벌 수위는 근로자는 선이고 사용자는 악이라는 선악의 이분법을 만들어낼 우려가 크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일단 현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한다면 과실범이 아닌 고의범 수준의 대우를 받는 위험에 노출된 셈이다. 명확하지 않은 법 테두리에 고의범으로 내몰린 사측에 당연히 악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질 것이다.

근본적으로 법이 모호한 탓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법에 명시한 의무를 기업이 다 하지 않은 경우에만 처벌한다고 밝혔으나 업계에선 각각의 의무가 명시된 조문이 너무 모호하다고 지적한다. 기업은 법에 맞춰 안전 관리 기준을 다하고도 철퇴를 맞을 수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모호함은 3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제3자의 종사자에 대한 안전보건확보 의무의 확대 요건인 실질적 지배·운영·관리의 책임이 있는 경우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우이고 법에서 말하는 필요한 안전보건 조치는 어디까지 인 지다. 또 사고가 발생할 경우 기업의 책임과 인과관계가 어느 정도 관련성이 있을 때 인정될 수 있는 지 등이다

결국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서 말하는 안전 보건 의무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애매한 표현이 많기 때문에 이용자는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지켜야 내가 범죄자가 안 될까라는 고민에 빠질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건설업계에서는 기업이 처벌의 대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명확한 기준을 갖춘 흑백의 논리가 필요한 법에서 주관적인 선악의 잣대가 형성될 여지를 남겨두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건설업 산업재해 중 ‘개인의 부주의’가 주원인인 사고는 50% 내외로 알려졌다. 건설업 산업재해 절반은 기업의 문제이고 절반은 개인의 부주의도 있는 셈이다.

과연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를 선악으로 나누고 악인에게 강력한 처벌을 내린다고 근로자의 사고가 사라질까. 근로자의 비극을 숨기기 급급해진 기업 탓에 노사 관계는 오히려 극한의 대립으로 치닫을 위험성이 더 크지는 않을까.

법과 제도가 산업재해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면 나서서 반대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건설업계에서도 중대재해처벌법의 도입 취지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강력한 처벌을 통한 결과의 한계가 뚜렷하다고 보기 때문에 보완이 필요하다고 외치는 것이다.

건설업계에서는 법과 제도 이전에 시스템으로 사고사망률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축적된 안전관리 노하우 및 사고 데이터를 기반으로한 안전관리시스템 개선을 위해 정부가 팔걷고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이 모아둔 사고기록 데이터창고 개방 요구 등이 그 예다.

모호한 기준에 처벌만 강화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오히려 사고 은폐를 위한 불법과 비리를 낳을 개연성에 노출돼 있다. 실제로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 때는 법 시행 전에 국민권익위원회가 200여 쪽 분량의 매뉴얼을 보급해 엄격한 기준을 설명하고 적용하는 데 힘썼다. 정부와 국회는 강력한 처벌을 내세우기에 앞서 명확한 법 기준을 제시하는 한편으로 기업이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역량을 쏟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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