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의 한 매입임대 주택. (사진=LH) "세금이 아닌 내 돈이었다면 과연 지금 이 가격에 샀을까요? 이해할 수 없습니다. 결국 국민혈세로 건설사의 이익을 보장해주고,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꼴입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전 장관이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임대주택과 관련해 지탄한 글이다. LH는 2022년 말에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서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인 '칸타빌 수유팰리스' 전용면적 19~24㎡ 36가구를 총 79억 4950만원에 매입했다. 분양가에서 13% 낮은 가격이다. 분양가보다 저렴하게 구매했음에도 불구하고 LH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악성 미분양인 단지는 이미 15% 할인 중으로 더 저렴한 구매가 가능한 게 아니었냐는 것과 건설사의 사업적 실패를 정부 세금으로 구제해주는 건 혈세 낭비라는 것이다. LH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이 적지 않다. 매입임대주택 매입 기준에 따라 감정가대로 구매했다는 거다. 그런데 국토교통부는 원 전 장관이 목소리를 내자 곧바로 건설원가 수준의 매입이 이뤄지도록 '매입가격 상한제'를 도입했다. 매입가격 상한제 도입 이후 1년 간 정책 성과는 어떤 긍정적 결과를 찾아보기 힘들다. 매입임대주택은 기존 주택을 사들이거나, 신축 예정 건물을 매입해 저소득층과 고령자, 신혼부부, 청년 등에게 시세의 50~80%로 장기간 저렴하게 임대하는 주택이다. 이미 준공한 단지인 만큼 즉각적인 입주가 가능해 수요도 많고 정부의 공공주택 공급 측면에 대한 기여도도 높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청년 대상 매입임대주택 평균 경쟁률은 지난해 3735%로 기록했다. 2020년 483%에서 2021년 1846%, 2022년에는 2885%를 찍는 등 폭발적인 수요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LH의 매입임대주택 추가 매입 실적은 연 평균 2만호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4610호로 확인됐다. 매년 매입임대주택 입주 경쟁률은 높아지고 있으나 매입임대주택 매입 실적을 봤을 때 이 같은 수요를 뒷받침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LH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매입임대주택은 신혼부부나 청년은 물론, 재난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국민들의 즉각적인 주거복지 재원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면서 "매입가격 상한제도를 도입했을 때 이에 따른 매입 실적 하락과 종국에는 공급 감소는 불보듯 뻔했다"고 지적했다. 민간 건설사 입장에서는 토지나 원자재가, 금리인상에 따른 사업비 증가 등을 고려했을 때 굳이 가격 제한이 있는 LH의 매입약정 사업에 참여할 이유가 없던 상황이다. 건설사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겼다는 고가 매입 논란은 결국 오히려 LH의 주거복지 역할을 축소시켰다. 해당 제도가 오히려 LH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도록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 꼴이다. 결국 국토교통부는 매입가 기준을 감정가 수준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실적 악화 책임은 LH의 잘못이라고 하기에 애매하다. 정책을 주도한 장관도 물러나면서 책임을 묻기도 힘든 상황이다. 매입임대 사례만 보더라도 LH에게 주어진 과제가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올해도 LH는 건설경기 활성화 최전선에 섬과 동시에 주거복지라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여전히 LH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후폭풍을 총체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혁신 대책을 주문하는 일이 벌어지는 건 안타깝다. 전관예우 카르텔 논란만 하더라도 단순하게 해결할 일이 아니다. LH 임직원으로 머물면서 보유한 전문성을 단순히 막기만 한다면 오히려 뛰어난 건설 역량을 갖춘 전문가들이 현장과 멀어질 수 있다. 이는 현장에 다양한 전문 인력 수급력을 낮추는 일이다. 국민들을 대상으로 업무적 차원에서의 설득 보다는 막무가내 LH 때리기에 나선 결과는 이미 봤다. 정치적 수사로부터 출발한 일순간의 판단과 졸속행정은 결국 주거 사다리가 필요한 국민들에게 피해로 돌아갈 뿐이다.

[정지수의 랜드마크] 책임없는 졸속행정, LH 혁신 장애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한마디에 매입 임대 기준 달라져
갑작스런 정책 변화에 매입 임대 실적만 악화
다양한 후폭풍 고려한 논의 필요

정지수 기자 승인 2024.02.20 14:28 | 최종 수정 2024.02.20 17:11 의견 0
서울 동대문구의 한 매입임대 주택. (사진=LH)

"세금이 아닌 내 돈이었다면 과연 지금 이 가격에 샀을까요? 이해할 수 없습니다. 결국 국민혈세로 건설사의 이익을 보장해주고,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꼴입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전 장관이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임대주택과 관련해 지탄한 글이다. LH는 2022년 말에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서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인 '칸타빌 수유팰리스' 전용면적 19~24㎡ 36가구를 총 79억 4950만원에 매입했다. 분양가에서 13% 낮은 가격이다.

분양가보다 저렴하게 구매했음에도 불구하고 LH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악성 미분양인 단지는 이미 15% 할인 중으로 더 저렴한 구매가 가능한 게 아니었냐는 것과 건설사의 사업적 실패를 정부 세금으로 구제해주는 건 혈세 낭비라는 것이다.

LH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이 적지 않다. 매입임대주택 매입 기준에 따라 감정가대로 구매했다는 거다. 그런데 국토교통부는 원 전 장관이 목소리를 내자 곧바로 건설원가 수준의 매입이 이뤄지도록 '매입가격 상한제'를 도입했다.

매입가격 상한제 도입 이후 1년 간 정책 성과는 어떤 긍정적 결과를 찾아보기 힘들다.

매입임대주택은 기존 주택을 사들이거나, 신축 예정 건물을 매입해 저소득층과 고령자, 신혼부부, 청년 등에게 시세의 50~80%로 장기간 저렴하게 임대하는 주택이다. 이미 준공한 단지인 만큼 즉각적인 입주가 가능해 수요도 많고 정부의 공공주택 공급 측면에 대한 기여도도 높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청년 대상 매입임대주택 평균 경쟁률은 지난해 3735%로 기록했다. 2020년 483%에서 2021년 1846%, 2022년에는 2885%를 찍는 등 폭발적인 수요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LH의 매입임대주택 추가 매입 실적은 연 평균 2만호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4610호로 확인됐다. 매년 매입임대주택 입주 경쟁률은 높아지고 있으나 매입임대주택 매입 실적을 봤을 때 이 같은 수요를 뒷받침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LH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매입임대주택은 신혼부부나 청년은 물론, 재난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국민들의 즉각적인 주거복지 재원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면서 "매입가격 상한제도를 도입했을 때 이에 따른 매입 실적 하락과 종국에는 공급 감소는 불보듯 뻔했다"고 지적했다.

민간 건설사 입장에서는 토지나 원자재가, 금리인상에 따른 사업비 증가 등을 고려했을 때 굳이 가격 제한이 있는 LH의 매입약정 사업에 참여할 이유가 없던 상황이다.

건설사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겼다는 고가 매입 논란은 결국 오히려 LH의 주거복지 역할을 축소시켰다. 해당 제도가 오히려 LH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도록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 꼴이다. 결국 국토교통부는 매입가 기준을 감정가 수준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실적 악화 책임은 LH의 잘못이라고 하기에 애매하다. 정책을 주도한 장관도 물러나면서 책임을 묻기도 힘든 상황이다.


매입임대 사례만 보더라도 LH에게 주어진 과제가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올해도 LH는 건설경기 활성화 최전선에 섬과 동시에 주거복지라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여전히 LH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후폭풍을 총체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혁신 대책을 주문하는 일이 벌어지는 건 안타깝다. 전관예우 카르텔 논란만 하더라도 단순하게 해결할 일이 아니다. LH 임직원으로 머물면서 보유한 전문성을 단순히 막기만 한다면 오히려 뛰어난 건설 역량을 갖춘 전문가들이 현장과 멀어질 수 있다. 이는 현장에 다양한 전문 인력 수급력을 낮추는 일이다.

국민들을 대상으로 업무적 차원에서의 설득 보다는 막무가내 LH 때리기에 나선 결과는 이미 봤다. 정치적 수사로부터 출발한 일순간의 판단과 졸속행정은 결국 주거 사다리가 필요한 국민들에게 피해로 돌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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