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 5억짜리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을까. 올해 서울 강남권 11개구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는 14억원 가량이다. 사실상 강남 5억 아파트는 반값보다도 훨씬 저렴한 셈이다. 강남에 이처럼 저렴한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나선 이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김헌동 신임 사장이다. 김 사장은 오랜 기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활약하면서 분양 원가 공개를 통해 아파트 거품값을 빼겠다고 말했다. 땅값을 제외하면 사실상 아파트 분양가가 그렇게 비쌀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토지임대부주택을 통한 강남 반값아파트 실현도 아파트 거품값에 대한 김 사장의 신념이 반영된 부분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취임식에서 공공보유 택지 확보를 통해 민간보다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공공보유 택지 확보를 통해 땅과 건물이 아닌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일각에서는 김헌동 사장이 추진하는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은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칠 수가 없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SH공사에서 서울시에 공급하는 임대주택 물량은 시장을 좌우할 정도가 아니다. 그렇다면 토지임대부공급을 통한 시장 안정화를 꾀한 김 사장을 단순한 몽상가로 치부할 수 있을까.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의 목표는 분명히 집값안정이다. 그러나 김 사장은 토지임대부 공급이 곧 집값 안정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스스로도 밝혔다. 그는 "교통과 기반시설이 양호한 지역에 택지와 공공주택을 확보하고 민간보다 양질의 주택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해 인근 집값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집값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즉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하나의 교두보 정도로 여긴 셈이다. 해외에서는 토지임대부 주택의 성공 사례가 있다. 싱가포르가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 방식을 통해 주거안정을 실현한 게 대표적이다. 이쯤되면 김 사장이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 의지를 드러낸 이유는 당장의 집값안정이 아닌 국민들이 집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환기쯤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 국민들이 집을 대하는 자세는 하나의 투자 수단이다. 사는 곳 보다는 '사는 것'에 가깝다. 그동안 집값을 잡기 위해 각종 대책과 규제 등을 앞세웠으나 별다른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그 배경에는 부동산이 여전히 자본을 가진 이들의 투자 수단으로 매력적이었던 탓이다. 이 같은 부동산에 대한 뿌리깊은 국민정서를 이길 수 없었다. 말하자면 토지임대부 주택은 국민정서에 반하는 아웃사이더적인 주거 형태다. 부동산 불패신화의 상징과 같은 강남 한복판을 두고 이 같은 아웃사이더의 반란이 일어나려는 점은 더욱 흥미롭다. 여야 대선주자들도 나란히 토지임대부 주택을 부동산 정책에 담고 있다. 토지임대부 주택에 대한 시도는 국내에도 여러차례 있어왔으나 기존의 실패 사례도 적지 않아 대선공약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그동안 숱한 실패 사례가 있던 만큼 이를 반면교사 삼아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 논의가 더욱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흐르길 바란다.

[정지수의 랜드마크] ‘유쾌한 반란’ 강남 반값아파트가 반갑다

정지수 기자 승인 2021.11.22 14:46 의견 1


서울 강남에 5억짜리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을까. 올해 서울 강남권 11개구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는 14억원 가량이다. 사실상 강남 5억 아파트는 반값보다도 훨씬 저렴한 셈이다.

강남에 이처럼 저렴한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나선 이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김헌동 신임 사장이다.

김 사장은 오랜 기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활약하면서 분양 원가 공개를 통해 아파트 거품값을 빼겠다고 말했다. 땅값을 제외하면 사실상 아파트 분양가가 그렇게 비쌀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토지임대부주택을 통한 강남 반값아파트 실현도 아파트 거품값에 대한 김 사장의 신념이 반영된 부분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취임식에서 공공보유 택지 확보를 통해 민간보다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공공보유 택지 확보를 통해 땅과 건물이 아닌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일각에서는 김헌동 사장이 추진하는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은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칠 수가 없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SH공사에서 서울시에 공급하는 임대주택 물량은 시장을 좌우할 정도가 아니다.

그렇다면 토지임대부공급을 통한 시장 안정화를 꾀한 김 사장을 단순한 몽상가로 치부할 수 있을까.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의 목표는 분명히 집값안정이다. 그러나 김 사장은 토지임대부 공급이 곧 집값 안정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스스로도 밝혔다.

그는 "교통과 기반시설이 양호한 지역에 택지와 공공주택을 확보하고 민간보다 양질의 주택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해 인근 집값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집값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즉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하나의 교두보 정도로 여긴 셈이다.

해외에서는 토지임대부 주택의 성공 사례가 있다. 싱가포르가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 방식을 통해 주거안정을 실현한 게 대표적이다.

이쯤되면 김 사장이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 의지를 드러낸 이유는 당장의 집값안정이 아닌 국민들이 집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환기쯤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 국민들이 집을 대하는 자세는 하나의 투자 수단이다. 사는 곳 보다는 '사는 것'에 가깝다. 그동안 집값을 잡기 위해 각종 대책과 규제 등을 앞세웠으나 별다른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그 배경에는 부동산이 여전히 자본을 가진 이들의 투자 수단으로 매력적이었던 탓이다. 이 같은 부동산에 대한 뿌리깊은 국민정서를 이길 수 없었다.

말하자면 토지임대부 주택은 국민정서에 반하는 아웃사이더적인 주거 형태다. 부동산 불패신화의 상징과 같은 강남 한복판을 두고 이 같은 아웃사이더의 반란이 일어나려는 점은 더욱 흥미롭다.

여야 대선주자들도 나란히 토지임대부 주택을 부동산 정책에 담고 있다. 토지임대부 주택에 대한 시도는 국내에도 여러차례 있어왔으나 기존의 실패 사례도 적지 않아 대선공약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그동안 숱한 실패 사례가 있던 만큼 이를 반면교사 삼아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 논의가 더욱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흐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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