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팬덤에게 과거와 다른 점을 꼽으라면 ‘경제적 여유’다. 앨범부터 음원, 콘서트 등에는 모두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팬덤 생활이 유지가 된다. 또 이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지지하는 뜻을 표출할 수 있기에 팬덤의 영향력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기도 한다. 이 같은 현상에 최근 ‘굿즈(goods·아이돌 관련 상품)’ 업계가 호황을 맞이했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응원봉이나 우비 등의 기본적인 물품이 판매가 됐다면, 현재는 의류, 액세서리, 화장품, 식품업계까지 확장돼 굿즈 상품은 날로 진화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상품이 쏟아져 나오며 팬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고 있지만, 문제는 상술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팬덤의 대다수 팬층이 10,20대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굿즈의 가격은 학생의 신분을 고려하지 않은 가격대가 주를 이룬다. 물론 부채, 키링, 배지 등의 기본적인 물품은 1만 원 이하의 가격대를 형성하기에 큰 부담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제품들은 보통 1~5만 원 대의 가격대를 보인다. 특히 ‘리미티드 에디션’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가격은 껑충 뛴다. 한 공식 굿즈샵에서 판매하는 스타의 이름을 내건 리미티드 에디션 잠옷은 10만 원에 육박하고, 한 의류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 한 제품은 70만 원에 가깝다. 그럼에도 이 제품들은 품절돼 더 이상 구할 수 없는 상태다. 이와 더불어 일정 금액을 구매하면 팬 사인회의 응모 기회를 주는 등의 방식 등 해당 아이돌을 좋아하는 팬들의 심리를 이용해 구매를 촉구하기도 한다. 한 때 팬덤 활동을 활발하게 했던 30대 직장인 A씨는 “아이돌을 좋아하기 시작하면 모든 굿즈를 다 사고 싶은 심리가 발동한다. 또 제품의 퀄리티도 나쁘지 않아 더 사게 된다”며 “나는 가수에게 쓸 수 있는 최대 비용을 15만 원 정도 정해놓고 썼지만, 학생들은 그 가격도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 요즘에는 과거에 비해 상술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거 같아 씁쓸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팬덤 소속인 20대 B씨는 “‘비싼 굿즈를 안사면 되지 않아?’라고 하지만 팬덤에게 굿즈는 필수 존재나 다름없다. 아이돌을 좋아할수록 그들의 얼굴이나 이름이 새겨진 제품을 소유하고 싶은 건 당연한 것”이라며 “특히 한정 물품일수록 희소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비싸도 경쟁은 치열하다. 굿즈를 판매하는 그들의 속셈은 뻔히 보이지만 알면서도 사게 된다”고 말했다. 가요계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굿즈 가격 선정 방식에 대해 “기본적인 물품들은 과거에 나왔던 상품들의 가격대를 확인하고, 팬덤의 니즈를 파악해 부담이 가지 않는 선에서 가격대를 결정한다. 또 큰 회사는 한 아티스트가 활동을 마치고 나면 팬들이 해당 아티스트에서 돈을 얼마나 썼는지를 보는데 그 데이터를 통해 굿즈 아이템을 늘릴지 말지 생각한다”며 “팀에 따라 팬들의 소비 성향도 다르다. 그걸 다 가늠해서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에서 팬들에게 어떤 아이템을 원하는지 설문조사도 하고, 굿즈가 될만한 아이템을 역으로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가격대가 너무 높으면 팬들이 떨어져 나갈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것을 고려해서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굿즈가 비싸다’는 대중의 시선에 대해서는 “굿즈는 일반 상품이 아니다 보니까 수익 포인트가 다르다. 그래서 약간 더 비싸게 느껴질 수 있는데 결국 아티스트의 이름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차별점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요 소속사 관계자는 “아티스트 레벨이나 수요에 따라 굿즈 가격이 달라진다. 팬덤이 커서 판매가 많이 되면 개당 단가가 떨어지지만 업체들마다 가격을 올리기 위해 전쟁을 한다. 골드 포트 카드와 함께 혜택을 넣으면 가격은 많이 올라간다”며 “비싸게 판매되는 컬래버 제품은 판매 전부터 돈이 많이 들어간다. 그만큼 시간과 작업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라며 “아티스트 레벨이 높다고 컵 같은 기본적인 제품으로 비싸게 판매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격을 정할 때 소장 가치를 따지게 되는 것 같다. 가치가 높다고 판단되는 물품은 가격대가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굿즈의 높은 가격으로 인해 또 다른 문제도 발생했다. 굿즈를 개인이 제작해 판매하는 홈마스터(홈마) 시장이 등장한 것이다. 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거래가 되는 홈마 시장은 실력이 좋은 인원들로 구성돼 판매하는 만큼 제품의 퀄리티는 공식 굿즈샵에서 파는 것보다 뛰어나 수요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이는 초상권, 저작권 침해 소지가 다분한 불법 행위다. 앞서 언급한 가요계 종사자는 “팬들이 원하는 부분이 많아 홈마 시장을 어느 정도 허용하는 회사도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 모니터링을 통해 제어한다”며 “홈마 시장 자체를 나쁘게 보진 않지만 판매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은 아닌 것 같다”고 꼬집었다.

[View기획┃팬덤 문화③] 팬덤 향한 ‘굿즈’ 상술…‘사랑’을 이용하다

이채윤 기자 승인 2019.09.26 12:08 | 최종 수정 2139.06.25 00:00 의견 0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팬덤에게 과거와 다른 점을 꼽으라면 ‘경제적 여유’다. 앨범부터 음원, 콘서트 등에는 모두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팬덤 생활이 유지가 된다. 또 이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지지하는 뜻을 표출할 수 있기에 팬덤의 영향력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기도 한다.

이 같은 현상에 최근 ‘굿즈(goods·아이돌 관련 상품)’ 업계가 호황을 맞이했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응원봉이나 우비 등의 기본적인 물품이 판매가 됐다면, 현재는 의류, 액세서리, 화장품, 식품업계까지 확장돼 굿즈 상품은 날로 진화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상품이 쏟아져 나오며 팬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고 있지만, 문제는 상술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팬덤의 대다수 팬층이 10,20대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굿즈의 가격은 학생의 신분을 고려하지 않은 가격대가 주를 이룬다. 물론 부채, 키링, 배지 등의 기본적인 물품은 1만 원 이하의 가격대를 형성하기에 큰 부담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제품들은 보통 1~5만 원 대의 가격대를 보인다. 특히 ‘리미티드 에디션’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가격은 껑충 뛴다. 한 공식 굿즈샵에서 판매하는 스타의 이름을 내건 리미티드 에디션 잠옷은 10만 원에 육박하고, 한 의류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 한 제품은 70만 원에 가깝다. 그럼에도 이 제품들은 품절돼 더 이상 구할 수 없는 상태다. 이와 더불어 일정 금액을 구매하면 팬 사인회의 응모 기회를 주는 등의 방식 등 해당 아이돌을 좋아하는 팬들의 심리를 이용해 구매를 촉구하기도 한다.

한 때 팬덤 활동을 활발하게 했던 30대 직장인 A씨는 “아이돌을 좋아하기 시작하면 모든 굿즈를 다 사고 싶은 심리가 발동한다. 또 제품의 퀄리티도 나쁘지 않아 더 사게 된다”며 “나는 가수에게 쓸 수 있는 최대 비용을 15만 원 정도 정해놓고 썼지만, 학생들은 그 가격도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 요즘에는 과거에 비해 상술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거 같아 씁쓸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팬덤 소속인 20대 B씨는 “‘비싼 굿즈를 안사면 되지 않아?’라고 하지만 팬덤에게 굿즈는 필수 존재나 다름없다. 아이돌을 좋아할수록 그들의 얼굴이나 이름이 새겨진 제품을 소유하고 싶은 건 당연한 것”이라며 “특히 한정 물품일수록 희소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비싸도 경쟁은 치열하다. 굿즈를 판매하는 그들의 속셈은 뻔히 보이지만 알면서도 사게 된다”고 말했다.

가요계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굿즈 가격 선정 방식에 대해 “기본적인 물품들은 과거에 나왔던 상품들의 가격대를 확인하고, 팬덤의 니즈를 파악해 부담이 가지 않는 선에서 가격대를 결정한다. 또 큰 회사는 한 아티스트가 활동을 마치고 나면 팬들이 해당 아티스트에서 돈을 얼마나 썼는지를 보는데 그 데이터를 통해 굿즈 아이템을 늘릴지 말지 생각한다”며 “팀에 따라 팬들의 소비 성향도 다르다. 그걸 다 가늠해서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에서 팬들에게 어떤 아이템을 원하는지 설문조사도 하고, 굿즈가 될만한 아이템을 역으로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가격대가 너무 높으면 팬들이 떨어져 나갈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것을 고려해서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굿즈가 비싸다’는 대중의 시선에 대해서는 “굿즈는 일반 상품이 아니다 보니까 수익 포인트가 다르다. 그래서 약간 더 비싸게 느껴질 수 있는데 결국 아티스트의 이름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차별점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요 소속사 관계자는 “아티스트 레벨이나 수요에 따라 굿즈 가격이 달라진다. 팬덤이 커서 판매가 많이 되면 개당 단가가 떨어지지만 업체들마다 가격을 올리기 위해 전쟁을 한다. 골드 포트 카드와 함께 혜택을 넣으면 가격은 많이 올라간다”며 “비싸게 판매되는 컬래버 제품은 판매 전부터 돈이 많이 들어간다. 그만큼 시간과 작업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라며 “아티스트 레벨이 높다고 컵 같은 기본적인 제품으로 비싸게 판매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격을 정할 때 소장 가치를 따지게 되는 것 같다. 가치가 높다고 판단되는 물품은 가격대가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굿즈의 높은 가격으로 인해 또 다른 문제도 발생했다. 굿즈를 개인이 제작해 판매하는 홈마스터(홈마) 시장이 등장한 것이다. 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거래가 되는 홈마 시장은 실력이 좋은 인원들로 구성돼 판매하는 만큼 제품의 퀄리티는 공식 굿즈샵에서 파는 것보다 뛰어나 수요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이는 초상권, 저작권 침해 소지가 다분한 불법 행위다.

앞서 언급한 가요계 종사자는 “팬들이 원하는 부분이 많아 홈마 시장을 어느 정도 허용하는 회사도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 모니터링을 통해 제어한다”며 “홈마 시장 자체를 나쁘게 보진 않지만 판매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은 아닌 것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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