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월스트리트' 여의도 금융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 사고들. 다시 한번 살펴야 할, 중요하나 우리가 놓친 이슈들을 '왜(why)'의 관점에서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원/엔화 환율이 8년여 만에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18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에 설치된 비행 스케줄 스크린에 일본행 항공편 정보가 띄워져 있다. 16일 오후 3시30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03.82원으로, 2015년 6월 26일(905.40원) 이후 약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사진=연합뉴스) 역대급 '엔저'에 엔화를 사두려는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은행들의 엔화 환전 수요가 크게 늘었고 엔화 예금잔액도 최근 가파른 증가세를 보입니다. 연일 최고치를 경신 중인 일본증시도 경이로운데요. 니케이지수가 3만3000선을 돌파한 건 33년만입니다. 지금이라도 싸진 엔화를 사두고 일본 주식시장에도 뛰어들어야 하는 걸까요. 우선 엔화에 대한 투자는 다소 신중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현재의 엔저 기조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전세계 유일한 제로금리 국가이다보니 환율이 더한 약세로 가도 사실 할 말이 없습니다. 국내 채권이나 예금은 일정부분 이자라도 붙지 엔화 예금은 이자도 없습니다. 전세계 자금이 일본으로 꾸준히 유입되고 있음에도 엔화의 약세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불안감을 키웁니다. 그간 많이 싸진 것은 맞지만 여전히 엔화 환율 바닥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일본 여행을 한두번 가 쓸 정도의 환전이라면 몰라도 재테크 차원에서 환차익용 엔화 투자를 서두를 타이밍은 아직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일본 정부의 엔화 약세에 대한 강한 의지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최근 물가가 급등하고 엔화도 역대급이라 할 만한 약세국면이다보니 뭔가 일본 정부의 액션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지만 30여년 침체를 겪은 일본 경제를 감안하면 통화 긴축의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이란 게 다수 전문가들의 관측입니다. 당장 엔화 강세 전환을 기대하고 엔테크에 나서기엔 엔화 바닥에 대한 확신도 없거니와 강세 전환의 폭도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합리적이란 판단입니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일본증시에 대한 투자는 어떨까. 우선 일본 증시의 강세 배경을 살펴보면 외국인 자금의 지속적인 유입 영향이 큽니다. 웨렌 버핏이 일본 상사를 대거 사들이는가 하면 대만의 TSMC가 미국을 뒤로 하고 일본에 10조원 규모의 투자를 선뜻 결정했습니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수년째 이어져 왔습니다. 30여년 침체를 겪는 과정에서 낮아진 비용구조, 즉 서비스가격과 인건비, 부동산, 환율, 조달금리에 이르기까지 비용 매력도가 크게 높아졌습니다. 제조업 인프라와 기술력이 있는 일본이 비용마저 낮아지니 자본투자가 이뤄지기 딱 좋은 여건입니다. 이런 이유로 일본증시가 오르긴 많이 올랐습니다. 지난 19일 종가로 니케이225지수는 올해 들어 엔화 기준 27.88%, 원화 기준 20% 급등했으니까요. 다만 엔화 가치가 10% 가량 떨어졌으니 실제로 번 수익은 20%에 미치지 못합니다. 같은 기간 한국 코스피가 17% 가량 상승한 것을 보면 한일 증시간 수익률 차이도 생각만큼 크진 않습니다. 참고로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 상승률은 30%에 육박합니다. 일본 증시는 앞으로도 강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요. 일단 엔저가 더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란 점에서 일본증시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립니다. 최근 급등하는 물가, 전세계 유일한 마이너스 금리의 국가란 점을 감안하면 엔화 약세는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엔화가 약세로 가니 수출은 더 탄력을 받을테고 주가는 우상향 흐름을 탈 여지가 높다는 얘깁니다. 반대로 엔화가 강세로 전환하면 주식시장은 약세 전환할 수 있겠지요. 한가지, 최근 급등하는 일본의 물가는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할 변수입니다. 도쿄의 음식료 및 에너지가격을 제외한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 4월 0.7%까지 치솟았습니다. 5월에 다소 주춤했지만 연 상승율이 7% 이상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의 오마카세가 10만원 수준이란 것도 이미 두어달 전 과거 이야기가 됐습니다. 환율로 인해 한국보다도 낮아진 인건비, 한달새 20~30%씩 오르는 호텔 숙박비, 급등하는 부동산 가격 등에서 알 수 있듯 일본 물가의 고공행진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다만 지금같이 물가 압력이 계속 커지게 되면 일본 정부 역시 기존 완화정책만 고수하긴 쉽지 않을 수 있겠지요. 결국 일본의 물가 추이가 정부의 통화정책, 환율과 증시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단초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홍승훈의 Y] ‘환율 깡패’ 엔화 대처법

홍승훈 기자 승인 2023.06.21 06:00 의견 0

'한국의 월스트리트' 여의도 금융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 사고들. 다시 한번 살펴야 할, 중요하나 우리가 놓친 이슈들을 '왜(why)'의 관점에서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원/엔화 환율이 8년여 만에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18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에 설치된 비행 스케줄 스크린에 일본행 항공편 정보가 띄워져 있다. 16일 오후 3시30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03.82원으로, 2015년 6월 26일(905.40원) 이후 약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사진=연합뉴스)


역대급 '엔저'에 엔화를 사두려는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은행들의 엔화 환전 수요가 크게 늘었고 엔화 예금잔액도 최근 가파른 증가세를 보입니다. 연일 최고치를 경신 중인 일본증시도 경이로운데요. 니케이지수가 3만3000선을 돌파한 건 33년만입니다. 지금이라도 싸진 엔화를 사두고 일본 주식시장에도 뛰어들어야 하는 걸까요.

우선 엔화에 대한 투자는 다소 신중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현재의 엔저 기조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전세계 유일한 제로금리 국가이다보니 환율이 더한 약세로 가도 사실 할 말이 없습니다. 국내 채권이나 예금은 일정부분 이자라도 붙지 엔화 예금은 이자도 없습니다.

전세계 자금이 일본으로 꾸준히 유입되고 있음에도 엔화의 약세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불안감을 키웁니다. 그간 많이 싸진 것은 맞지만 여전히 엔화 환율 바닥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일본 여행을 한두번 가 쓸 정도의 환전이라면 몰라도 재테크 차원에서 환차익용 엔화 투자를 서두를 타이밍은 아직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일본 정부의 엔화 약세에 대한 강한 의지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최근 물가가 급등하고 엔화도 역대급이라 할 만한 약세국면이다보니 뭔가 일본 정부의 액션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지만 30여년 침체를 겪은 일본 경제를 감안하면 통화 긴축의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이란 게 다수 전문가들의 관측입니다. 당장 엔화 강세 전환을 기대하고 엔테크에 나서기엔 엔화 바닥에 대한 확신도 없거니와 강세 전환의 폭도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합리적이란 판단입니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일본증시에 대한 투자는 어떨까. 우선 일본 증시의 강세 배경을 살펴보면 외국인 자금의 지속적인 유입 영향이 큽니다. 웨렌 버핏이 일본 상사를 대거 사들이는가 하면 대만의 TSMC가 미국을 뒤로 하고 일본에 10조원 규모의 투자를 선뜻 결정했습니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수년째 이어져 왔습니다. 30여년 침체를 겪는 과정에서 낮아진 비용구조, 즉 서비스가격과 인건비, 부동산, 환율, 조달금리에 이르기까지 비용 매력도가 크게 높아졌습니다. 제조업 인프라와 기술력이 있는 일본이 비용마저 낮아지니 자본투자가 이뤄지기 딱 좋은 여건입니다. 이런 이유로 일본증시가 오르긴 많이 올랐습니다. 지난 19일 종가로 니케이225지수는 올해 들어 엔화 기준 27.88%, 원화 기준 20% 급등했으니까요.

다만 엔화 가치가 10% 가량 떨어졌으니 실제로 번 수익은 20%에 미치지 못합니다. 같은 기간 한국 코스피가 17% 가량 상승한 것을 보면 한일 증시간 수익률 차이도 생각만큼 크진 않습니다. 참고로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 상승률은 30%에 육박합니다.

일본 증시는 앞으로도 강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요. 일단 엔저가 더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란 점에서 일본증시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립니다. 최근 급등하는 물가, 전세계 유일한 마이너스 금리의 국가란 점을 감안하면 엔화 약세는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엔화가 약세로 가니 수출은 더 탄력을 받을테고 주가는 우상향 흐름을 탈 여지가 높다는 얘깁니다. 반대로 엔화가 강세로 전환하면 주식시장은 약세 전환할 수 있겠지요.


한가지, 최근 급등하는 일본의 물가는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할 변수입니다. 도쿄의 음식료 및 에너지가격을 제외한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 4월 0.7%까지 치솟았습니다. 5월에 다소 주춤했지만 연 상승율이 7% 이상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의 오마카세가 10만원 수준이란 것도 이미 두어달 전 과거 이야기가 됐습니다. 환율로 인해 한국보다도 낮아진 인건비, 한달새 20~30%씩 오르는 호텔 숙박비, 급등하는 부동산 가격 등에서 알 수 있듯 일본 물가의 고공행진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다만 지금같이 물가 압력이 계속 커지게 되면 일본 정부 역시 기존 완화정책만 고수하긴 쉽지 않을 수 있겠지요. 결국 일본의 물가 추이가 정부의 통화정책, 환율과 증시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단초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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