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초저금리 시대와 함께 부동산 활황기를 맞았던 지난 몇 년 간 개인이나 기업이나 대출이 크게 늘었다. 돈을 빌리지 않으면 바보라고 불리던 시절이다. 문제는 본인의 능력 이상으로 과도하게 빌리는 경우도 많았다는 거다. '따서 갚으면 된다'의 줄임말인 '따갚되' 마인드가 그 어느 때보다 확산하던 시절이다. 못갚으면 어떻게 하냐고? 못갚을리가 없을 것처럼 보였다. 부동산 활황을 주도한 '영끌족' 덕분에 비아파트 시장을 포함한 주택사업 전반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국내 주택시장에 집중하는 건설사들도 이 같은 흐름에 휩쓸렸다. 건설사는 원래부터 타 업종에 비해 부채비율이 높다. 문제는 감당할 수 없을만큼 주택사업 영역을 넓힌 거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2019년 태영건설의 자기자본 대비 PF 보증액규모는 236% 수준이었으나, 2020년 593%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듬해에도 470%로 하락했으나 2022년과 2023년 3분기까지 각각 514%, 525%로 다시 상승곡선을 그렸다. 태영건설의 발목을 잡은 것도 비아파트 분야다. 구로 지식산업센터와 성수동 오피스 개발사업, 강릉 남부권 관광단지 개발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는데 결국 서울 성수동 오피스2 사업장의 PF 대출 480억원 연장에 어려움을 겪고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당초 태영건설은 부도설이 돌 때는 '사실무근'이라며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확산시키는 행위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은 현실이 됐다. 물론 지속적으로 위기설을 제기하면서 자금조달이 더 어려워졌을 수 있던 부분도 있다. 태영건설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울 수 있는 점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부동산 PF 관련해 건설업계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할때도 건설업계에서는 억울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와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갑작스런 금리인상 등이 건설업계의 잘못이 아닌 외부 환경의 변화라는 거다. 다만 앞서 말했듯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일부 건설사가 위기를 맞았다는 건 분명하다. 이에 더해 태영건설의 자구책 마련 의지가 약하다면 부동산 PF 부실 우려는 더욱 확산될 수밖에 없다. 이는 건설업계 전반의 유동성 공급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 금융당국도 과도한 우려 확산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유동성 부족 현상은 경계하는 모양새다. 건설업계에 대한 시장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부동산 PF 부실 우려의 첫 직격탄을 맞은 태영건설의 움직임이 중요해진 시점이다. 태영건설은 오는 3일 최대 600곳에 이르는 채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자구안 설명회를 연다. 오너가에서 최소 3000억원의 사재출연과 함께 태영인더스트리와 에코비트, 블루원 등 주요 계열사 매각 대금 등을 포함해 4가지 자구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핵심 계열사로 꼽히는 SBS 지분 매각은 담보 제공에 포함하지 않았다. 태영건설을 살리기 위해 SBS를 희생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에 더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계획은 첫 스텝부터 꼬인 모양새다. 태영건설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나섰지만 자금 일부를 아직 태영건설에 대여하지 않은 상태다. 만기도래한 상거래 채권 1485억원 중 외상매출채권에 해당하는 451억원은 미상환 상태다. 이와 관련해서는 2일 공시를 통해 "이사회 결의 이후 태영건설과 티와이홀딩스는 1133억원을 한도로 1년을 기간으로 한 차입계약을 체결했다"며 "2023년 12월 29일 태영건설은 상거래 채권상환을 위해 티와이홀딩스에 400억원을 요청해 차입했고 향후 733억원에 대한 부분은 당사의 필요 상황에 따라 차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크아웃에서 별도의 세금이 투입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다. 산업은행이 벌어들인 돈 일부가 정부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인 점을 감안하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으로 인한 세수결손 우려는 있다. 정부의 인센티브에 기대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모습을 보인다면 '혈세 낭비'라는 지적과 함께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지점이다. 태영건설은 금융당국으로부터 강도높은 자구책을 요구받은 만큼 이에 맞춘 방안을 들고 나와주길 바란다. 태영건설의 PF 부실 사태가 건설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정지수의 랜드마크] 태영건설의 실패한 '따갚되'…도덕적 해이 없어야

정지수 기자 승인 2024.01.02 15:01 | 최종 수정 2024.01.02 15:09 의견 0
(사진=연합뉴스)

초저금리 시대와 함께 부동산 활황기를 맞았던 지난 몇 년 간 개인이나 기업이나 대출이 크게 늘었다. 돈을 빌리지 않으면 바보라고 불리던 시절이다. 문제는 본인의 능력 이상으로 과도하게 빌리는 경우도 많았다는 거다. '따서 갚으면 된다'의 줄임말인 '따갚되' 마인드가 그 어느 때보다 확산하던 시절이다. 못갚으면 어떻게 하냐고? 못갚을리가 없을 것처럼 보였다.

부동산 활황을 주도한 '영끌족' 덕분에 비아파트 시장을 포함한 주택사업 전반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국내 주택시장에 집중하는 건설사들도 이 같은 흐름에 휩쓸렸다. 건설사는 원래부터 타 업종에 비해 부채비율이 높다. 문제는 감당할 수 없을만큼 주택사업 영역을 넓힌 거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2019년 태영건설의 자기자본 대비 PF 보증액규모는 236% 수준이었으나, 2020년 593%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듬해에도 470%로 하락했으나 2022년과 2023년 3분기까지 각각 514%, 525%로 다시 상승곡선을 그렸다.

태영건설의 발목을 잡은 것도 비아파트 분야다. 구로 지식산업센터와 성수동 오피스 개발사업, 강릉 남부권 관광단지 개발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는데 결국 서울 성수동 오피스2 사업장의 PF 대출 480억원 연장에 어려움을 겪고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당초 태영건설은 부도설이 돌 때는 '사실무근'이라며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확산시키는 행위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은 현실이 됐다. 물론 지속적으로 위기설을 제기하면서 자금조달이 더 어려워졌을 수 있던 부분도 있다. 태영건설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울 수 있는 점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부동산 PF 관련해 건설업계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할때도 건설업계에서는 억울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와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갑작스런 금리인상 등이 건설업계의 잘못이 아닌 외부 환경의 변화라는 거다. 다만 앞서 말했듯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일부 건설사가 위기를 맞았다는 건 분명하다.

이에 더해 태영건설의 자구책 마련 의지가 약하다면 부동산 PF 부실 우려는 더욱 확산될 수밖에 없다. 이는 건설업계 전반의 유동성 공급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 금융당국도 과도한 우려 확산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유동성 부족 현상은 경계하는 모양새다.

건설업계에 대한 시장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부동산 PF 부실 우려의 첫 직격탄을 맞은 태영건설의 움직임이 중요해진 시점이다.

태영건설은 오는 3일 최대 600곳에 이르는 채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자구안 설명회를 연다. 오너가에서 최소 3000억원의 사재출연과 함께 태영인더스트리와 에코비트, 블루원 등 주요 계열사 매각 대금 등을 포함해 4가지 자구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핵심 계열사로 꼽히는 SBS 지분 매각은 담보 제공에 포함하지 않았다. 태영건설을 살리기 위해 SBS를 희생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에 더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계획은 첫 스텝부터 꼬인 모양새다. 태영건설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나섰지만 자금 일부를 아직 태영건설에 대여하지 않은 상태다. 만기도래한 상거래 채권 1485억원 중 외상매출채권에 해당하는 451억원은 미상환 상태다.

이와 관련해서는 2일 공시를 통해 "이사회 결의 이후 태영건설과 티와이홀딩스는 1133억원을 한도로 1년을 기간으로 한 차입계약을 체결했다"며 "2023년 12월 29일 태영건설은 상거래 채권상환을 위해 티와이홀딩스에 400억원을 요청해 차입했고 향후 733억원에 대한 부분은 당사의 필요 상황에 따라 차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크아웃에서 별도의 세금이 투입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다. 산업은행이 벌어들인 돈 일부가 정부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인 점을 감안하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으로 인한 세수결손 우려는 있다. 정부의 인센티브에 기대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모습을 보인다면 '혈세 낭비'라는 지적과 함께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지점이다. 태영건설은 금융당국으로부터 강도높은 자구책을 요구받은 만큼 이에 맞춘 방안을 들고 나와주길 바란다. 태영건설의 PF 부실 사태가 건설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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