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9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2024년 혁신벤처업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발제를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명박 정부의 개국공신이면서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고 정두언 의원은 2016년 회고록에서 정권 인수위원회 당시 외교부와 관련된 비사를 이렇게 술회했다. "2009년 5월 20일, 미국 앨리바마의 현대자동차 공장 오픈식에 초청을 받아서 간 나를 당시 주미공사 한 직원이 안내했다. 나는 그에게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미국 의회에서는 전혀 FTA를 비준할 가능성이 없고 내 정보로도 가능성이 없다고 하는데, 미국 대사관은 어떻게 그게 가능하다고 보고를 올리느냐. 이해가 안 가니 설명을 해 달라'고 물었다. '그게 아니고 본국에서 그렇게 보고 하라고 해서 보고하는 것이다.' 나는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 '외교부 관료들은 대통령을 가지고 노는 게 아니라 나라를 가지고 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인이 회고록에서 외교부의 만행(?)을 언급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대통령 당선 바로 다음 날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대사와의 면담 일정을 잡은 것, 총선 전 3월 중 방미를 추진한 것 등의 사례를 들며 "외교부는 국익을 최우선 하지 않고 자기 인사 이익을 최우선 하는 일에 발군인 정말 정치적인 집단"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익보다 개인의 인사 이익을 위해 위험천만한 일도 서슴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물론 일개 정치인의 '쓴소리'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최근 국정이 돌아가는 형국을 보며 오래 전 고인의 쓴소리가 문득 떠오르는 건 왜일까. 지난해 도쿄 한일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핵심 실무자인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이 물러나는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 약 한 달 뒤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대통령실 외교비서관에 이어 김성한 안보실장까지 전격 사퇴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그 여파로 잠깐 일을 보러 들어와 있던 조태용 주미 대사는 갑자기 안보실장에 임명됐다. 워싱턴의 짐도 정리하지 못한 채 곧바로 대통령실로 출근해야 했다. 누가 봐도 상식적이지 않은 일련의 사건들을 두고 당시 야당에서는 김건희 여사 라인의 행정관들과 공무원 출신 비서관들의 충돌설, 더 나아가 김성한 안보실장과 김태효 안보실 차장의 알력설을 제기하며 해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에서는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그 무렵부터 공무원 사회에서는 V1, V2라는 단어가 회자되기 시작했다. 대통령실과 여당 관계자, 고위공무원들은 통상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대통령을 'V(VIP의 V)'라고 칭하는데 윤석열 정부에서는 V가 V1과 V2로 분화된 것이다. 그러면서 누가 V1인지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중앙 부처 공무원들은 정권의 실세 파악 능력이 탁월한 집단이다. 그들 중 일부는 이미 V1을 윤석열 대통령이 아닌, 김건희 여사로 파악하고 있었다.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권력투쟁이 일단락된 뒤 대통령의 해외 순방이 이어졌다. 2023년 한 해에만 총 13차례였고, 그 중 7차례는 국빈 방문이었다. 그 모든 일정에 김건희 여사는 함께 했고, 제2부속실이 부재한 상태에서 외교부 공무원들은 입 안의 혀처럼 모든 일정을 서포트했다. 그리고 국민들은 대통령실 공식 사진이라고 도저히 믿기 힘든 '여사님 사진들'을 봐야 했고, 순방 중 명품 쇼핑 논란 등 수없이 많은 노이즈도 들어야 했다. 공적 마인드가 투철한 서포트였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어나서도 안 될 일들이었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믿고 국민들은 윤석열 검사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김건희 여사의 인품과 능력을 보고 뽑은 게 아니다. 그럼에도 권력은 V1과 V2로 행사되고 있다. 특히 인사 부문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관가에는 '김건희 여사가 국정의 여러 인사에 개입하고 있는데, 특히 외교부 인사에 영향력이 크다'는 소문이 암암리에 퍼져 있다. 기자회견까지 열어 "남편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던 약속을 믿는 국민은 이제 거의 없다. 민심이 이렇게 흉흉한 상황에서 지난달 깜짝 놀랄만한 인사가 발표됐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오영주 외교부 2차관이 발탁된 것이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외교부 공무원이 중기부 장관에 임명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정권 교체 이후 인수위 파견 명단에 올랐을 때만 해도, 베트남 대사에 이어 지난해 7월 외교부 2차관으로 승진했을 때만 해도 이해 가능한 범주의 인사였다. 하지만 외교부 공무원이 경제부처 수장을 맡는 것은 차원이 다른 얘기다. 축구 선수가 야구 선수를 할 수도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아마추어 세계의 일이다. 국정은 아마추어의 경험쌓기 무대일 수 없다.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임명장 잉크도 마르기 전에 대통령실 경제수석으로 영전시키고, 외교부 2차관에 임명된 지 불과 6개월 만에 중기부 장관으로 초고속 승진시키는 인사는 누가 봐도 상식적이지 않다. 금통위원과 외교부 차관 자리가 그리 가벼운 자리인가. '대통령 부부를 해외 순방에서 잘 보좌한 보은 인사'라는 관가의 시각과 해석을 어떤 논리로 무마시킬 수 있단 말인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동영상에서 국민들이 크게 놀란 것은 명품백의 수수 여부가 아니다. 마치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처럼 남북통일 문제에 직접 나서겠다고 발언한 부분이다. 우리나라 국민, 나아가 세계인의 명운이 걸린 남북문제를 선출직이 아닌 김 여사가 주도하겠다는 그 무모한 발상과 발언에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대통령 후보 시절 이른바 '7시간 녹취록'에서도 김건희 여사는 '내가 정권을 잡으면 거긴 완전히 무사하지 못할 거야'라는 듣는 이의 귀를 의심케 만드는 발언을 태연하게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에 대해 한결같은 태도를 보여준다. 정말 지고지순한 사랑 같다. 대통령이 이렇듯 부인에 충성하는 모습을 일관되게 보이자 김건희 여사는 이번 정부에서 아무도 비판하지 못하는 성역이 됐다. 윤 대통령은 최소한 조국 전 장관에게 들이댔던 잣대만큼은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게도 적용해야 한다. 그 잣대를 발판으로 본인이 대통령까지 오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들리는 바로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잣대가 너무 느슨하고 흐물흐물하다고 한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그 누구도 직언을 못 하고 있다. 김 여사의 김 자만 나와도 대통령이 격노하고 진노하니 얘기를 꺼낼 엄두조차 내지 못 한다는 전언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정두언 전 의원을 필두로 많은 이들이 가시밭길을 각오하고 직언을 고했다. 그리고 실제로 가시밭길을 걸었다. 하지만 이번 정부에서는 그렇게 할 만한 이들이 다 쫓겨나거나 변방으로 밀려났다. 대표적인 인물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성역 없는 수사를 내세우며 지금의 위치에 올라온 윤석열·한동훈 조(組)가 특정 영역에 대해서만 성역을 두는 것은 자기부정"이라고 정곡을 찔렀다. 김건희 여사가 성역이 됐다는 비판은 이제 대통령실에서 쉬쉬한다고 잠잠해질 사안이 아니다. 그리고 그 책임은 전적으로 대통령 본인에게 있음을 자각하고, 인정하고, 사과해야 할 때가 됐다. 전 정부의 문제를 들춰내느라 여념이 없는 이 순간에도, 똑같은 문제들이 정권의 곳곳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나고 있음을 대통령은 모를 것이다. 지금은 다들 쥐 죽은 듯 입을 다물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총선이 끝난 뒤에도 과연 그럴까. 운 좋게 총선에 이겼다 한들 이번 정부의 불합리하고 몰상식한 행태와 결정들이 정권 말까지 수면 아래 잠잠히 계속 머물러 있을까. 세상에 비밀은 없다. 부끄러워 차마 국민들에게 하지 못하고 넘어갔던 수없이 많은 몰상식의 배경과 이유들이 타인의 입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봇물처럼 터져 나올 것이다. 역사적 경험상 그 입은 가장 믿었던 사람의 입일 수도 있다. 금일 조간 대통령실의 한동훈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 기사가 1면 톱을 장식했다. "... ... ... ." 고 정두언 의원의 쓴소리가 그리운 아침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1992년 내놓은 ‘붉은돼지(紅豚)’에서 주인공 포르코 로소(Porco Rosso)는 “파시스트가 되느니 돼지로 사는 편이 낫다”고 말합니다. 포르코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합니다. - 편집자 주

[포르코의 뷰] 정두언 의원이 그리운 아침

최중혁 기자 승인 2024.01.22 08:56 의견 0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9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2024년 혁신벤처업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발제를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명박 정부의 개국공신이면서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고 정두언 의원은 2016년 회고록에서 정권 인수위원회 당시 외교부와 관련된 비사를 이렇게 술회했다.

"2009년 5월 20일, 미국 앨리바마의 현대자동차 공장 오픈식에 초청을 받아서 간 나를 당시 주미공사 한 직원이 안내했다. 나는 그에게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미국 의회에서는 전혀 FTA를 비준할 가능성이 없고 내 정보로도 가능성이 없다고 하는데, 미국 대사관은 어떻게 그게 가능하다고 보고를 올리느냐. 이해가 안 가니 설명을 해 달라'고 물었다. '그게 아니고 본국에서 그렇게 보고 하라고 해서 보고하는 것이다.' 나는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 '외교부 관료들은 대통령을 가지고 노는 게 아니라 나라를 가지고 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인이 회고록에서 외교부의 만행(?)을 언급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대통령 당선 바로 다음 날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대사와의 면담 일정을 잡은 것, 총선 전 3월 중 방미를 추진한 것 등의 사례를 들며 "외교부는 국익을 최우선 하지 않고 자기 인사 이익을 최우선 하는 일에 발군인 정말 정치적인 집단"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익보다 개인의 인사 이익을 위해 위험천만한 일도 서슴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물론 일개 정치인의 '쓴소리'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최근 국정이 돌아가는 형국을 보며 오래 전 고인의 쓴소리가 문득 떠오르는 건 왜일까.

지난해 도쿄 한일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핵심 실무자인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이 물러나는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 약 한 달 뒤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대통령실 외교비서관에 이어 김성한 안보실장까지 전격 사퇴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그 여파로 잠깐 일을 보러 들어와 있던 조태용 주미 대사는 갑자기 안보실장에 임명됐다. 워싱턴의 짐도 정리하지 못한 채 곧바로 대통령실로 출근해야 했다.

누가 봐도 상식적이지 않은 일련의 사건들을 두고 당시 야당에서는 김건희 여사 라인의 행정관들과 공무원 출신 비서관들의 충돌설, 더 나아가 김성한 안보실장과 김태효 안보실 차장의 알력설을 제기하며 해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에서는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그 무렵부터 공무원 사회에서는 V1, V2라는 단어가 회자되기 시작했다. 대통령실과 여당 관계자, 고위공무원들은 통상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대통령을 'V(VIP의 V)'라고 칭하는데 윤석열 정부에서는 V가 V1과 V2로 분화된 것이다. 그러면서 누가 V1인지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중앙 부처 공무원들은 정권의 실세 파악 능력이 탁월한 집단이다. 그들 중 일부는 이미 V1을 윤석열 대통령이 아닌, 김건희 여사로 파악하고 있었다.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권력투쟁이 일단락된 뒤 대통령의 해외 순방이 이어졌다. 2023년 한 해에만 총 13차례였고, 그 중 7차례는 국빈 방문이었다. 그 모든 일정에 김건희 여사는 함께 했고, 제2부속실이 부재한 상태에서 외교부 공무원들은 입 안의 혀처럼 모든 일정을 서포트했다. 그리고 국민들은 대통령실 공식 사진이라고 도저히 믿기 힘든 '여사님 사진들'을 봐야 했고, 순방 중 명품 쇼핑 논란 등 수없이 많은 노이즈도 들어야 했다. 공적 마인드가 투철한 서포트였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어나서도 안 될 일들이었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믿고 국민들은 윤석열 검사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김건희 여사의 인품과 능력을 보고 뽑은 게 아니다. 그럼에도 권력은 V1과 V2로 행사되고 있다. 특히 인사 부문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관가에는 '김건희 여사가 국정의 여러 인사에 개입하고 있는데, 특히 외교부 인사에 영향력이 크다'는 소문이 암암리에 퍼져 있다. 기자회견까지 열어 "남편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던 약속을 믿는 국민은 이제 거의 없다.

민심이 이렇게 흉흉한 상황에서 지난달 깜짝 놀랄만한 인사가 발표됐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오영주 외교부 2차관이 발탁된 것이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외교부 공무원이 중기부 장관에 임명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정권 교체 이후 인수위 파견 명단에 올랐을 때만 해도, 베트남 대사에 이어 지난해 7월 외교부 2차관으로 승진했을 때만 해도 이해 가능한 범주의 인사였다. 하지만 외교부 공무원이 경제부처 수장을 맡는 것은 차원이 다른 얘기다.

축구 선수가 야구 선수를 할 수도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아마추어 세계의 일이다. 국정은 아마추어의 경험쌓기 무대일 수 없다.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임명장 잉크도 마르기 전에 대통령실 경제수석으로 영전시키고, 외교부 2차관에 임명된 지 불과 6개월 만에 중기부 장관으로 초고속 승진시키는 인사는 누가 봐도 상식적이지 않다. 금통위원과 외교부 차관 자리가 그리 가벼운 자리인가. '대통령 부부를 해외 순방에서 잘 보좌한 보은 인사'라는 관가의 시각과 해석을 어떤 논리로 무마시킬 수 있단 말인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동영상에서 국민들이 크게 놀란 것은 명품백의 수수 여부가 아니다. 마치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처럼 남북통일 문제에 직접 나서겠다고 발언한 부분이다. 우리나라 국민, 나아가 세계인의 명운이 걸린 남북문제를 선출직이 아닌 김 여사가 주도하겠다는 그 무모한 발상과 발언에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대통령 후보 시절 이른바 '7시간 녹취록'에서도 김건희 여사는 '내가 정권을 잡으면 거긴 완전히 무사하지 못할 거야'라는 듣는 이의 귀를 의심케 만드는 발언을 태연하게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에 대해 한결같은 태도를 보여준다. 정말 지고지순한 사랑 같다. 대통령이 이렇듯 부인에 충성하는 모습을 일관되게 보이자 김건희 여사는 이번 정부에서 아무도 비판하지 못하는 성역이 됐다. 윤 대통령은 최소한 조국 전 장관에게 들이댔던 잣대만큼은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게도 적용해야 한다. 그 잣대를 발판으로 본인이 대통령까지 오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들리는 바로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잣대가 너무 느슨하고 흐물흐물하다고 한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그 누구도 직언을 못 하고 있다. 김 여사의 김 자만 나와도 대통령이 격노하고 진노하니 얘기를 꺼낼 엄두조차 내지 못 한다는 전언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정두언 전 의원을 필두로 많은 이들이 가시밭길을 각오하고 직언을 고했다. 그리고 실제로 가시밭길을 걸었다. 하지만 이번 정부에서는 그렇게 할 만한 이들이 다 쫓겨나거나 변방으로 밀려났다.

대표적인 인물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성역 없는 수사를 내세우며 지금의 위치에 올라온 윤석열·한동훈 조(組)가 특정 영역에 대해서만 성역을 두는 것은 자기부정"이라고 정곡을 찔렀다. 김건희 여사가 성역이 됐다는 비판은 이제 대통령실에서 쉬쉬한다고 잠잠해질 사안이 아니다. 그리고 그 책임은 전적으로 대통령 본인에게 있음을 자각하고, 인정하고, 사과해야 할 때가 됐다.

전 정부의 문제를 들춰내느라 여념이 없는 이 순간에도, 똑같은 문제들이 정권의 곳곳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나고 있음을 대통령은 모를 것이다. 지금은 다들 쥐 죽은 듯 입을 다물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총선이 끝난 뒤에도 과연 그럴까. 운 좋게 총선에 이겼다 한들 이번 정부의 불합리하고 몰상식한 행태와 결정들이 정권 말까지 수면 아래 잠잠히 계속 머물러 있을까.

세상에 비밀은 없다. 부끄러워 차마 국민들에게 하지 못하고 넘어갔던 수없이 많은 몰상식의 배경과 이유들이 타인의 입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봇물처럼 터져 나올 것이다. 역사적 경험상 그 입은 가장 믿었던 사람의 입일 수도 있다.

금일 조간 대통령실의 한동훈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 기사가 1면 톱을 장식했다.

"... ... ... ."

고 정두언 의원의 쓴소리가 그리운 아침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1992년 내놓은 ‘붉은돼지(紅豚)’에서 주인공 포르코 로소(Porco Rosso)는 “파시스트가 되느니 돼지로 사는 편이 낫다”고 말합니다. 포르코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합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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