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경만 KT&G 대표이사 사장 후보. 사진=KT&G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이 사장 선임에 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섰다. 국민연금이 손을 들어주고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의 지원사격이 더해지면서 불투명했던 방 후보 사장 선임에 대한 먹구름이 걷히는 모양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부설 독립기구인 지배구조자문위원회는 KT&G 이사 선임과 관련해 사측이 추천한 방경만 대표이사 사장, 임민규 사외이사 선임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국민연금은 21일 열린 수탁자 전문위원회 회의에서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의 사장 선임안에 찬성표를 행사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지분 6.64%를 보유한 KT&G 3대 주주다. KT&G 사장 선임의 ‘캐스팅 보트’로 꼽히던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고, 상장협 지배구조자문위도 찬성 의견을 밝히며 방 후보 사장 선임에 힘이 실리고 있다. ISS와 함께 양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로 꼽히는 글래스루이스, 한국ESG연구소, 한국ESG기준원(KCGS) 등도 방 후보 선임에 찬성 의견을 더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와 지분율 7.11%로 최대주주인 IBK기업은행, 지분 약 1%를 보유한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 등은 방 후보 사장 선임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방 후보 사장 선임이 사실상 9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찬성vs반대 첨예한 대립…‘집중투표 방식’ 방 후보에 호재로 방 후보 측 우호 지분은 우리사주조합·KT&G 공익재단·사내복지근로기금 등 약 13%로 추산되고 있다. 국민연금 지분을 더하더라도 약 20% 정도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제외하면 결국 60%에 달하는 소액주주 표를 얼마나 끌어모으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외국인 소액주주들은 43%에 달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외국인 투자자들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투자 권고에 큰 영향을 받는다. ISS와 글래스루이스 등 의견에 이목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 최대 주주인 IBK기업은행과 3대 주주인 국민은행의 의견이 각각 엇갈리면서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이 어디로 얼만큼 향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전체 의결권의 과반수를 득표해야 하는 일반적인 투표 방식이라면 방 후보 사장 선임안도 결과를 예단하긴 어려웠다. 하지만 KT&G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 방식을 적용한다. 1주당 선임되는 이사의 수만큼 투표권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상위 득표자 순으로 선임된다. 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것도 가능하다. 이번 KT&G 주주총회에서는 대표이사 방경만 후보, 사외이사로 임민규 후보와 손동환 후보 등 3명 중 2명을 선임한다. 방 후보 찬성측은 방 후보에게, 반대측은 IBK기업은행이 추천한 손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것으로 예상된다. 방 후보가 반대측에게 표 대결에서 밀리더라도 득표수 2위만 차지한다면 사장으로 선임될 수 있다. 방 후보가 낙선하는 경우의 수는 임 후보와 손 후보가 모두 방 후보보다 많은 표를 얻을 때뿐이다. 임 후보도 KT&G 이사회가 추천한 후보인 만큼 현실가능성이 낮다. 행동주의펀드가 주주제안한 집중투표 방식이 방 사장 선임에는 오히려 호재로 작용한 셈이다. ■반대파 결집에 경영 리더십 우려…선임 후 숙제 한가득 방 후보 사장 선임이 유력하지만 KT&G가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방 후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표 대결에서도 밀린다면 방 후보가 사장 자리에 앉더라도 경영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어서다. 당장 최대주주인 IBK기업은행부터 방 후보 수석부사장 재임 중 KT&G 영업이익이 20% 이상 감소한 점, 사외이사의 외유성 출장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현 이사회 독립성과 공정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행동주의펀드 FCP의 공세도 집요하게 이어지고 있다. FPC는 지난해 주총에서부터 KT&G 지배구조 문제로 인해 주가가 심각하게 저평가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KT&G 경영진의 사업적·재무적 판단이 미흡하고 자본 배치도 비효율적이며, 해외사업 등 외형적 부풀리기를 위해 영업이익 감소를 초래했다는 비판이다. FCP는 해외사업 수익성을 두고 KT&G와 날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방 후보 찬성 측은 최대한 많은 득표수를 끌어모으는 것이 당면과제다. KT&G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 와중에 방 후보의 득표율마저 저조하다면 반대파 측 주장에 상대적으로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방 후보가 선임된 후에도 수익성 개선과 주가 부양이라는 무거운 짐이 기다리고 있다. 반대 목소리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방 후보가 몸소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방 후보가 사장으로 선임된다고 해서 중소기업은행과 행동주의 펀드 등 반대 측 비판이 잦아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KT&G 경영이 ‘내부세습’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는 만큼 방 후보 선임 후에도 실적을 통해 역량을 입증할 필요성이 한층 커졌다”고 말했다.

KT&G 새 사령탑 초읽기…‘방경만號’ 출범 D-2, 관전 포인트

국민연금 찬성표 행사 방침…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도 합세
행동주의펀드 주주제안 ‘집중투표 방식’, 방 후보 선임 호재로
지배구조·수익성 등 비판 목소리 커져…“선임 후가 더 문제”

김성준 기자 승인 2024.03.26 16:53 의견 0

방경만 KT&G 대표이사 사장 후보. 사진=KT&G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이 사장 선임에 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섰다. 국민연금이 손을 들어주고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의 지원사격이 더해지면서 불투명했던 방 후보 사장 선임에 대한 먹구름이 걷히는 모양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부설 독립기구인 지배구조자문위원회는 KT&G 이사 선임과 관련해 사측이 추천한 방경만 대표이사 사장, 임민규 사외이사 선임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국민연금은 21일 열린 수탁자 전문위원회 회의에서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의 사장 선임안에 찬성표를 행사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지분 6.64%를 보유한 KT&G 3대 주주다.

KT&G 사장 선임의 ‘캐스팅 보트’로 꼽히던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고, 상장협 지배구조자문위도 찬성 의견을 밝히며 방 후보 사장 선임에 힘이 실리고 있다. ISS와 함께 양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로 꼽히는 글래스루이스, 한국ESG연구소, 한국ESG기준원(KCGS) 등도 방 후보 선임에 찬성 의견을 더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와 지분율 7.11%로 최대주주인 IBK기업은행, 지분 약 1%를 보유한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 등은 방 후보 사장 선임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방 후보 사장 선임이 사실상 9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찬성vs반대 첨예한 대립…‘집중투표 방식’ 방 후보에 호재로

방 후보 측 우호 지분은 우리사주조합·KT&G 공익재단·사내복지근로기금 등 약 13%로 추산되고 있다. 국민연금 지분을 더하더라도 약 20% 정도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제외하면 결국 60%에 달하는 소액주주 표를 얼마나 끌어모으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외국인 소액주주들은 43%에 달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외국인 투자자들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투자 권고에 큰 영향을 받는다. ISS와 글래스루이스 등 의견에 이목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 최대 주주인 IBK기업은행과 3대 주주인 국민은행의 의견이 각각 엇갈리면서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이 어디로 얼만큼 향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전체 의결권의 과반수를 득표해야 하는 일반적인 투표 방식이라면 방 후보 사장 선임안도 결과를 예단하긴 어려웠다. 하지만 KT&G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 방식을 적용한다. 1주당 선임되는 이사의 수만큼 투표권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상위 득표자 순으로 선임된다. 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것도 가능하다.

이번 KT&G 주주총회에서는 대표이사 방경만 후보, 사외이사로 임민규 후보와 손동환 후보 등 3명 중 2명을 선임한다. 방 후보 찬성측은 방 후보에게, 반대측은 IBK기업은행이 추천한 손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것으로 예상된다. 방 후보가 반대측에게 표 대결에서 밀리더라도 득표수 2위만 차지한다면 사장으로 선임될 수 있다.

방 후보가 낙선하는 경우의 수는 임 후보와 손 후보가 모두 방 후보보다 많은 표를 얻을 때뿐이다. 임 후보도 KT&G 이사회가 추천한 후보인 만큼 현실가능성이 낮다. 행동주의펀드가 주주제안한 집중투표 방식이 방 사장 선임에는 오히려 호재로 작용한 셈이다.

■반대파 결집에 경영 리더십 우려…선임 후 숙제 한가득

방 후보 사장 선임이 유력하지만 KT&G가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방 후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표 대결에서도 밀린다면 방 후보가 사장 자리에 앉더라도 경영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어서다. 당장 최대주주인 IBK기업은행부터 방 후보 수석부사장 재임 중 KT&G 영업이익이 20% 이상 감소한 점, 사외이사의 외유성 출장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현 이사회 독립성과 공정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행동주의펀드 FCP의 공세도 집요하게 이어지고 있다. FPC는 지난해 주총에서부터 KT&G 지배구조 문제로 인해 주가가 심각하게 저평가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KT&G 경영진의 사업적·재무적 판단이 미흡하고 자본 배치도 비효율적이며, 해외사업 등 외형적 부풀리기를 위해 영업이익 감소를 초래했다는 비판이다. FCP는 해외사업 수익성을 두고 KT&G와 날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방 후보 찬성 측은 최대한 많은 득표수를 끌어모으는 것이 당면과제다. KT&G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 와중에 방 후보의 득표율마저 저조하다면 반대파 측 주장에 상대적으로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방 후보가 선임된 후에도 수익성 개선과 주가 부양이라는 무거운 짐이 기다리고 있다. 반대 목소리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방 후보가 몸소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방 후보가 사장으로 선임된다고 해서 중소기업은행과 행동주의 펀드 등 반대 측 비판이 잦아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KT&G 경영이 ‘내부세습’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는 만큼 방 후보 선임 후에도 실적을 통해 역량을 입증할 필요성이 한층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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