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에 진열된 우유 제품. 사진=김성준 기자 우유는 단백질과 칼슘, 각종 비타민까지 풍부한 영양소를 함유한 ‘완전식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덕분에 성장기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꼭 필요한 식품으로 꼽히기도 하죠. 하지만 정작 성인이 된 후에도 우유를 즐겨 마시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요. 한국인 중 다수는 우유를 마시면 배앓이를 겪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최근 유업계에서는 바로 이 성인 인구를 노린 신제품 출시가 한창입니다. 저출산 여파로 흰 우유의 주요 소비층이었던 유소년층 인구가 줄면서 새로운 수요 확보가 시급해졌기 때문인데요. 유업체들은 주로 고급화 전략에 힘을 기울이는 모습입니다. 기존 우유가 가진 맛과 영양소는 유지하면서도, 유기농 농법을 사용해 가치 소비 심리를 겨냥하거나 ‘속이 편한’ 기능성 등 ‘프리미엄’을 더하고 있죠. 특히 ‘우유를 마셔도 탈이 없다’는 점은 신규 소비층 확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업체들은 유당을 제거한 ‘락토프리’ 제품에서부터 A2 단백질을 함유했다는 ‘A2 우유’까지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며 속이 편한 우유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배앓이가 덜하다는 건 알겠는데, ‘락토프리’나 ‘A2’가 뭘 뜻하는지는 낯설게 느껴지는 분도 계실 겁니다. 마셔도 속이 편하다는 우유들은 일반 우유와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다른 걸까요? ◆우유 마신 뒤 배앓이 주범은 ‘유당’…다양한 방법으로 제거 사진=매일유업 우유를 마신 뒤 겪는 배앓이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유당불내증’입니다. 우유나 유제품에 들어있는 유당(lactose) 분해 및 흡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증상을 말하는데요. 성인이 되면서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인 락타아제(lactase)가 자연적으로 감소해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분해되지 않은 유당은 대장에서 세균에 의해 분해되는데, 이 과정에서 메탄 등 가스가 발생하며 부산물로 인해 대장 내 수분도 증가하게 됩니다. 우유를 마신 뒤 복통을 느끼거나 설사 등 증상을 겪는 것도 이 때문이죠. ‘락토프리(lactose-free)’ 우유는 바로 이 유당을 제거한 우유를 뜻합니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 중 유당불내증을 앓는 비율이 62%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유당을 제거해 우유 소화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우유가 있다면 우유 소비층 확대에도 도움이 되겠죠. 이 때문에 유업체에서도 일찌감치 ‘락토프리’ 우유에 관심을 기울여 왔습니다. ‘락토프리’ 우유라 해도 유당을 제거하는 방법에는 업체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보통은 유당 분해 효소를 이용해 유당을 ‘포도당’과 ‘갈락토스(당의 일종)’로 분해시키는데요. 이로 인해 우유에서 단맛이 나게 됩니다. 유당이 100% 분해되지는 않는다는 한계도 있었죠. 유당불내증이 심한 사람의 경우 락토프리 우유를 마시더라도 탈이 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유업체들은 이런 단점을 보완한 방식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락토프리’ 우유를 처음 선보인 매일유업은 효소만 사용해 유당을 분해하는 기존 방식 대신 필터로 유당을 걸러내는 막 여과 공법(Ultra-Filtration)을 적용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를 통해 우유 본연의 고소한 맛과 영양을 그대로 살릴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서울우유는 유당 분해와 중합 반응을 동시에 진행하는 ‘신효소공법’을 개발했습니다. 유당 분해 과정에서 포도당과 갈락토스 뿐만 아니라 프리바이오틱스와 식이섬유를 생성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우유와 유사한 풍미를 유지하면서도 영양적 효과까지 더한 것이 특징입니다. ◆유당만 문제가 아니다…우유 속 단백질도 고려해야 사진=서울우유협동조합 유당불내증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면서 우유를 마시며 겪는 배앓이에 유당 외에 다른 요인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A2 우유’는 바로 이 점에 주목해 우유에 A2 단백질만을 함유한 제품을 일컫습니다. 우유에는 다양한 단백질이 포함돼 있는데, 이 중 80% 이상을 카제인(casein)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카제인도 조성에 따라 여러 형태로 나뉘는데, 카제인 중 25~35%를 차지하는 베타(β) 카제인은 다시 A1 베타 카제인과 A2 베타 카제인으로 나뉩니다. 흔히 A2 단백질이라 말하는 것이 바로 A2 베타 카제인입니다. 사실 배앓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A1 베타 카제인, 즉 A1 단백질입니다. A1 단백질은 동물 실험에서 위 배출 시간과 소화기 통과 시간을 지연시키고, 해외 인체적용시험에서도 위장관 운동성 감소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A1 단백질은 소화되는 과정에서 베타카소모르핀 7(Beta-casomorphin-7, BCM-7)이라는 물질을 생성하는데요. 이는 장내 염증 반응 등으로 소화기 불편감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A2 우유’는 이런 A1 단백질을 함유하지 않아 배앓이 염려를 덜 수 있습니다. 유당 분해 과정을 거치지 않아 우유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죠. 그런데 ‘A2 우유’를 만들기 위해서는 원유 자체를 변화시켜야 합니다. 즉, 유전적으로 원유에 A2 단백질만을 함유하는 ‘A2 젖소’가 필요합니다. 전세계 젖소 중 ‘A2 젖소’는 약 3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소수인 A2 젖소들만 따로 모아 원유를 집유해야 하는 만큼 생산 과정이 까다롭고 가격도 비쌌습니다. 이런 점들로 국내에서는 그동안 많이 알려지지 않았었죠. 하지만 최근 국내 A2 우유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유한건강생활이 수입·유통하는 ‘뉴오리진 a2밀크™’은 지난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7배나 뛸 정도였죠. 연세유업이 지난해 10월 출시한 ‘A2 단백우유’도 6개월만에 누적 판매량 300만개를 돌파했습니다. 국내 우유 시장 점유율 1위인 서울우유는 한 발 더 나갔습니다. A2 우유에 프리미엄을 더한 ‘A2+’ 우유를 출시한 데 이어, 오는 2030년까지 조합에서 생산하는 모든 원유를 A2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기능성 우유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합니다. 전체 우유 시장에서 ‘락토프리’ 우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3% 정도에 머물러 있습니다. 국내 A2 원유 생산 역시 현재는 미미한 수준이죠. 서울우유조차 올해 말까지 일평균 원유 생산량 중 3%만 A2 우유로 생산한다는 목표입니다. 하지만 잠재 수요가 충분한 만큼 성장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앞으로 배앓이를 해결해 줄 다양한 제품이 탄생하길 기대해 봅니다.

[알쏭달쏭Y] ‘락토프리’에서 ‘A2’까지, ‘프리미엄 우유’ 뭐가 다를까

유업계, 소비층 감소 타개책으로 ‘배앓이’로 우유 피하는 소비자 주목
설사·복통 주요 원인 ‘유당불내증’, 각종 ‘락토프리’ 공법으로 해결
우유 내 단백질 구조도 소화 불편 야기…속 편한 ‘A2 우유’가 뜬다

김성준 기자 승인 2024.04.19 07:00 의견 0
대형마트에 진열된 우유 제품. 사진=김성준 기자

우유는 단백질과 칼슘, 각종 비타민까지 풍부한 영양소를 함유한 ‘완전식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덕분에 성장기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꼭 필요한 식품으로 꼽히기도 하죠. 하지만 정작 성인이 된 후에도 우유를 즐겨 마시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요. 한국인 중 다수는 우유를 마시면 배앓이를 겪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최근 유업계에서는 바로 이 성인 인구를 노린 신제품 출시가 한창입니다. 저출산 여파로 흰 우유의 주요 소비층이었던 유소년층 인구가 줄면서 새로운 수요 확보가 시급해졌기 때문인데요. 유업체들은 주로 고급화 전략에 힘을 기울이는 모습입니다. 기존 우유가 가진 맛과 영양소는 유지하면서도, 유기농 농법을 사용해 가치 소비 심리를 겨냥하거나 ‘속이 편한’ 기능성 등 ‘프리미엄’을 더하고 있죠.

특히 ‘우유를 마셔도 탈이 없다’는 점은 신규 소비층 확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업체들은 유당을 제거한 ‘락토프리’ 제품에서부터 A2 단백질을 함유했다는 ‘A2 우유’까지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며 속이 편한 우유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배앓이가 덜하다는 건 알겠는데, ‘락토프리’나 ‘A2’가 뭘 뜻하는지는 낯설게 느껴지는 분도 계실 겁니다. 마셔도 속이 편하다는 우유들은 일반 우유와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다른 걸까요?

◆우유 마신 뒤 배앓이 주범은 ‘유당’…다양한 방법으로 제거

사진=매일유업

우유를 마신 뒤 겪는 배앓이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유당불내증’입니다. 우유나 유제품에 들어있는 유당(lactose) 분해 및 흡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증상을 말하는데요. 성인이 되면서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인 락타아제(lactase)가 자연적으로 감소해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분해되지 않은 유당은 대장에서 세균에 의해 분해되는데, 이 과정에서 메탄 등 가스가 발생하며 부산물로 인해 대장 내 수분도 증가하게 됩니다. 우유를 마신 뒤 복통을 느끼거나 설사 등 증상을 겪는 것도 이 때문이죠.

‘락토프리(lactose-free)’ 우유는 바로 이 유당을 제거한 우유를 뜻합니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 중 유당불내증을 앓는 비율이 62%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유당을 제거해 우유 소화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우유가 있다면 우유 소비층 확대에도 도움이 되겠죠. 이 때문에 유업체에서도 일찌감치 ‘락토프리’ 우유에 관심을 기울여 왔습니다.

‘락토프리’ 우유라 해도 유당을 제거하는 방법에는 업체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보통은 유당 분해 효소를 이용해 유당을 ‘포도당’과 ‘갈락토스(당의 일종)’로 분해시키는데요. 이로 인해 우유에서 단맛이 나게 됩니다. 유당이 100% 분해되지는 않는다는 한계도 있었죠. 유당불내증이 심한 사람의 경우 락토프리 우유를 마시더라도 탈이 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유업체들은 이런 단점을 보완한 방식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락토프리’ 우유를 처음 선보인 매일유업은 효소만 사용해 유당을 분해하는 기존 방식 대신 필터로 유당을 걸러내는 막 여과 공법(Ultra-Filtration)을 적용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를 통해 우유 본연의 고소한 맛과 영양을 그대로 살릴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서울우유는 유당 분해와 중합 반응을 동시에 진행하는 ‘신효소공법’을 개발했습니다. 유당 분해 과정에서 포도당과 갈락토스 뿐만 아니라 프리바이오틱스와 식이섬유를 생성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우유와 유사한 풍미를 유지하면서도 영양적 효과까지 더한 것이 특징입니다.

◆유당만 문제가 아니다…우유 속 단백질도 고려해야

사진=서울우유협동조합

유당불내증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면서 우유를 마시며 겪는 배앓이에 유당 외에 다른 요인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A2 우유’는 바로 이 점에 주목해 우유에 A2 단백질만을 함유한 제품을 일컫습니다. 우유에는 다양한 단백질이 포함돼 있는데, 이 중 80% 이상을 카제인(casein)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카제인도 조성에 따라 여러 형태로 나뉘는데, 카제인 중 25~35%를 차지하는 베타(β) 카제인은 다시 A1 베타 카제인과 A2 베타 카제인으로 나뉩니다. 흔히 A2 단백질이라 말하는 것이 바로 A2 베타 카제인입니다.

사실 배앓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A1 베타 카제인, 즉 A1 단백질입니다. A1 단백질은 동물 실험에서 위 배출 시간과 소화기 통과 시간을 지연시키고, 해외 인체적용시험에서도 위장관 운동성 감소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A1 단백질은 소화되는 과정에서 베타카소모르핀 7(Beta-casomorphin-7, BCM-7)이라는 물질을 생성하는데요. 이는 장내 염증 반응 등으로 소화기 불편감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A2 우유’는 이런 A1 단백질을 함유하지 않아 배앓이 염려를 덜 수 있습니다. 유당 분해 과정을 거치지 않아 우유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죠. 그런데 ‘A2 우유’를 만들기 위해서는 원유 자체를 변화시켜야 합니다. 즉, 유전적으로 원유에 A2 단백질만을 함유하는 ‘A2 젖소’가 필요합니다.

전세계 젖소 중 ‘A2 젖소’는 약 3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소수인 A2 젖소들만 따로 모아 원유를 집유해야 하는 만큼 생산 과정이 까다롭고 가격도 비쌌습니다. 이런 점들로 국내에서는 그동안 많이 알려지지 않았었죠.

하지만 최근 국내 A2 우유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유한건강생활이 수입·유통하는 ‘뉴오리진 a2밀크™’은 지난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7배나 뛸 정도였죠. 연세유업이 지난해 10월 출시한 ‘A2 단백우유’도 6개월만에 누적 판매량 300만개를 돌파했습니다.

국내 우유 시장 점유율 1위인 서울우유는 한 발 더 나갔습니다. A2 우유에 프리미엄을 더한 ‘A2+’ 우유를 출시한 데 이어, 오는 2030년까지 조합에서 생산하는 모든 원유를 A2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기능성 우유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합니다. 전체 우유 시장에서 ‘락토프리’ 우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3% 정도에 머물러 있습니다. 국내 A2 원유 생산 역시 현재는 미미한 수준이죠. 서울우유조차 올해 말까지 일평균 원유 생산량 중 3%만 A2 우유로 생산한다는 목표입니다. 하지만 잠재 수요가 충분한 만큼 성장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앞으로 배앓이를 해결해 줄 다양한 제품이 탄생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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