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 멜론 화면캡처) 시상식 시즌이다. 방송 3사와 더불어 케이블채널, 종편에서도 한 해 동안 출연자들의 노력을 치하하고 업적을 증명하는 시상식을 개최하고 있다. 매년 연말마다 축제처럼 행해지고 있는 시상식에서의 대상 트로피를 우리는 신뢰하고 있나? 이 질문에 긍정적인 답변을 할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이번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방송인 김구라 역시 방송사마다 비슷하게 나눠주기를 하고 이는 연말 시상식에 회의감을 드러냈다. 그것도 수상 자리에서 말이다. 다수가 인정할 만한 공로보다는 나눠주기식 시상식에 이미 피로감이 쌓인 탓이리라. 이런 탓에 연말마다 방송 3사 시상식을 통합해서 권위 있는 축제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어디 시상식만 문제인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음원사이트 실시간 차트, 서점사이트 베스트셀러 등은 늘 그 순위가 악용되고 있다는 목소리에 시달린다. 최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댓글실명제, 실시간차트 폐지, 실시간 검색어 폐지’를 요청하는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짐작컨테 음반업계 관계자의 청원이다. 청원자는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것을 조작하고 통제하여 사람들의 관심, 여론, 문화를 마음대로 조종하는 세상. 해커와 불럽, 조작이 마음대로 움직이는 세상이 되어가는 듯 하다. 지금이 아니면 더 견고해진 그들을 막을 수 없을지 모른다. 온라인 세상의 규제가 절실히 필요한 때”라는 말로 청원 이유를 밝혔다.  그렇다면 과연 실시간 검색어, 실시간 인기차트, 베스트셀러 순위는 사회·문화를 조종하는 악의 근원인가. 올해 2월 네이버는 네이버 앱의 모바일 웹버전을 바꿨다. 네이버 앱을 켰을 때 뉴스 화면이 첫 화면이었던 기존 화면을 검색창으로 바꾸는 시도를 한 것이다. 뉴스 탭에서도 언론사를 선택해 기사를 볼 수 있게 변화를 시도했다. 네이버의 변화는 신선했다. 하지만 그 결과 각 언론사의 독자수는 급감했다. 예컨대 하루 평균 600만 페이지뷰를 기록하던 종합일간지 A사의 독자 유입률은 300만 페이지뷰 미만으로 떨어졌다. 하루 평균 페이지뷰 500만 이었던 B통신사는 250만 미만으로 떨어졌다. 두 언론사 뿐 아니라 업계 전반에 이처럼 독자수가 급감하는 현상을 보였다.  이 같은 현상을 언급하는 게 언론사의 매출을 떨어뜨려서 생기는 불만이라고 보는 시각은 편협하다. 예를 들어 정치, 연예 분야의 큰 이슈가 있을 때마다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실검’ ‘실시간 검색어’가 등장한다. 이는 뉴스를 어디에서 봐야 할지 모르는 절대 다수의 독자들이 기존에 익숙해 있던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찾는 현상에서 비롯한 것이다. 독자들조차 바뀐 네이버 모바일 웹버전에서 필요한 만큼의 정보를 획득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실시간 음원차트는 어떤가? 실제 심심치 않게 가요업계 아무개가 실시간 음원차트 순위권 진입을 위해 모종의 작업을 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정확하게 이야기 하면 ‘카더라’다. 실시간 음원차트는 가요업계에서 중요한 지표다. 순위권 내 진입 여부에 따라 오랫동안 공들여 준비해 온 활동이 물거품이 되느냐, 대박이 나느냐로 갈릴 수 있는 탓이다. 일단 순위권 내에 진입만 하면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순위를 토대로 음악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은 탓이다.  이 같은 현상은 음악을 듣지만 어떤 음악을 들어야 하는지 모르는 이들이 많다는 반증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제시되는 차트가 없다면 가요업계 역시 포털사이트와 마찬가지로 전체 이용자가 줄어드는 현상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음원 이용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베스트셀러의 경우 이 같은 현상이 더 두드러질 것이다. 방송에 등장한 책, 인기 북튜버가 언급하는 책들은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진입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 사회의 책 선정 안목에 부끄러운 면면이 여실히 드러난다. 프로이드에 의하면 인간의 공격성은 본능이다. 이러한 공격성은 인류가 진화하면서 싸움, 곧 경쟁으로 함께 진화해왔다. 인간의 본능인 경쟁은 현대 사회의 순위를 만들어 냈다. 단순히 순위를 없앤다고 ‘이 사회의 정의가 실현될 것인가’를 곱씹어 볼 때 필자는 회의적이다.    순위를 없애자는 목소리 이전에 순위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한 기술적 대응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실시간 검색어를 유지하면서 역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적 대응에 나섰다. 네이버는 인공지능(AI) 기술 기반의 ‘클린 봇’으로 댓글의 가장 큰 부작용으로 꼽히는 욕설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의 부작용도 기술적인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 비슷한 이슈 검색어는 묶어서 보여주고, 할인 이벤트 등은 걸러내도록 이용자에게 옵션(선택)을 부여해 ‘나만의 검색어 순위’ 차트가 만들어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플랫폼 사업자는 잘 쓰이고 있는 서비스는 역효과를 최소화하면서 유지하는 게 옳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진희의 보다가] 뉴스·음악·책 순위, 왜 없애야 하나요?

순위의 투명성 확보 노력보다 폐지 목소리

박진희 기자 승인 2019.12.30 14:52 | 최종 수정 2019.12.30 15:09 의견 0
(사진=네이버, 멜론 화면캡처)


시상식 시즌이다. 방송 3사와 더불어 케이블채널, 종편에서도 한 해 동안 출연자들의 노력을 치하하고 업적을 증명하는 시상식을 개최하고 있다. 매년 연말마다 축제처럼 행해지고 있는 시상식에서의 대상 트로피를 우리는 신뢰하고 있나? 이 질문에 긍정적인 답변을 할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이번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방송인 김구라 역시 방송사마다 비슷하게 나눠주기를 하고 이는 연말 시상식에 회의감을 드러냈다. 그것도 수상 자리에서 말이다. 다수가 인정할 만한 공로보다는 나눠주기식 시상식에 이미 피로감이 쌓인 탓이리라. 이런 탓에 연말마다 방송 3사 시상식을 통합해서 권위 있는 축제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어디 시상식만 문제인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음원사이트 실시간 차트, 서점사이트 베스트셀러 등은 늘 그 순위가 악용되고 있다는 목소리에 시달린다. 최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댓글실명제, 실시간차트 폐지, 실시간 검색어 폐지’를 요청하는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짐작컨테 음반업계 관계자의 청원이다. 청원자는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것을 조작하고 통제하여 사람들의 관심, 여론, 문화를 마음대로 조종하는 세상. 해커와 불럽, 조작이 마음대로 움직이는 세상이 되어가는 듯 하다. 지금이 아니면 더 견고해진 그들을 막을 수 없을지 모른다. 온라인 세상의 규제가 절실히 필요한 때”라는 말로 청원 이유를 밝혔다. 

그렇다면 과연 실시간 검색어, 실시간 인기차트, 베스트셀러 순위는 사회·문화를 조종하는 악의 근원인가.

올해 2월 네이버는 네이버 앱의 모바일 웹버전을 바꿨다. 네이버 앱을 켰을 때 뉴스 화면이 첫 화면이었던 기존 화면을 검색창으로 바꾸는 시도를 한 것이다. 뉴스 탭에서도 언론사를 선택해 기사를 볼 수 있게 변화를 시도했다. 네이버의 변화는 신선했다. 하지만 그 결과 각 언론사의 독자수는 급감했다. 예컨대 하루 평균 600만 페이지뷰를 기록하던 종합일간지 A사의 독자 유입률은 300만 페이지뷰 미만으로 떨어졌다. 하루 평균 페이지뷰 500만 이었던 B통신사는 250만 미만으로 떨어졌다. 두 언론사 뿐 아니라 업계 전반에 이처럼 독자수가 급감하는 현상을 보였다. 

이 같은 현상을 언급하는 게 언론사의 매출을 떨어뜨려서 생기는 불만이라고 보는 시각은 편협하다. 예를 들어 정치, 연예 분야의 큰 이슈가 있을 때마다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실검’ ‘실시간 검색어’가 등장한다. 이는 뉴스를 어디에서 봐야 할지 모르는 절대 다수의 독자들이 기존에 익숙해 있던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찾는 현상에서 비롯한 것이다. 독자들조차 바뀐 네이버 모바일 웹버전에서 필요한 만큼의 정보를 획득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실시간 음원차트는 어떤가? 실제 심심치 않게 가요업계 아무개가 실시간 음원차트 순위권 진입을 위해 모종의 작업을 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정확하게 이야기 하면 ‘카더라’다. 실시간 음원차트는 가요업계에서 중요한 지표다. 순위권 내 진입 여부에 따라 오랫동안 공들여 준비해 온 활동이 물거품이 되느냐, 대박이 나느냐로 갈릴 수 있는 탓이다. 일단 순위권 내에 진입만 하면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순위를 토대로 음악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은 탓이다. 

이 같은 현상은 음악을 듣지만 어떤 음악을 들어야 하는지 모르는 이들이 많다는 반증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제시되는 차트가 없다면 가요업계 역시 포털사이트와 마찬가지로 전체 이용자가 줄어드는 현상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음원 이용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베스트셀러의 경우 이 같은 현상이 더 두드러질 것이다. 방송에 등장한 책, 인기 북튜버가 언급하는 책들은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진입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 사회의 책 선정 안목에 부끄러운 면면이 여실히 드러난다.

프로이드에 의하면 인간의 공격성은 본능이다. 이러한 공격성은 인류가 진화하면서 싸움, 곧 경쟁으로 함께 진화해왔다. 인간의 본능인 경쟁은 현대 사회의 순위를 만들어 냈다. 단순히 순위를 없앤다고 ‘이 사회의 정의가 실현될 것인가’를 곱씹어 볼 때 필자는 회의적이다.   

순위를 없애자는 목소리 이전에 순위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한 기술적 대응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실시간 검색어를 유지하면서 역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적 대응에 나섰다. 네이버는 인공지능(AI) 기술 기반의 ‘클린 봇’으로 댓글의 가장 큰 부작용으로 꼽히는 욕설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의 부작용도 기술적인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 비슷한 이슈 검색어는 묶어서 보여주고, 할인 이벤트 등은 걸러내도록 이용자에게 옵션(선택)을 부여해 ‘나만의 검색어 순위’ 차트가 만들어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플랫폼 사업자는 잘 쓰이고 있는 서비스는 역효과를 최소화하면서 유지하는 게 옳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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