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임에도 옥수수 수염차, 비타500 등 음료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기업이 있다. 경옥고, 쌍화탕, 우황청심원 등 한방의약품으로 성장한 광동제약이다. 광고선전비에 집중 투자를 이어가 음료 인지도가 고공행진 중이다. 반면 신약 개발을 위한 R&D 투자는 최하위 수준으로, 제약사라는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관련업계는 광동제약의 지난해 매출 중 의약품 사업이 차지한 비중은 21%에 불과했다고 4일 밝혔다. 이들은 작년 1조1802억원이라는 매출을 기록하며 4년 연속 매출 1조원을 넘기고 있다. 크게 약국, 병원, 유통, 생수, 기타(식품첨가물 제조 등) 4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광동제약 본사 사옥 전경(사진=광동제약) 높은 매출을 이어가고 있지만 본질은 흐려지는 모습이다. 작년 전체 매출 가운데 약국과 병원영업에 따른 실적은 21%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약국에도 공급하지만 유통 채널에도 들어가는 비타500을 빼면 실질적인 의약품 매출 비중은 19%로 떨어진다. 이처럼 의약품 매출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지만 유통 부문은 52% 매출을 올리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중 생수 사업으로 거둬들인 매출만 해도 절반 이상인 28%다. 유통 부문 매출은 2001년 비타500과 2006년 옥수수 수염차 출시 이후부터 급격히 성장하기 시작했다. 2012년 말부터는 제주삼다수 판매까지 시작해 유통 매출이 늘었다. 지난 2013년 오너 2세인 최성원 부회장의 대표이사 선임 이후 유통 부문 사업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이다. 지난 2016년 이후 매출은 1조원 아래로 떨어지지 않아 안정적인 듯 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매출은 점점 늘고 있으나 영업이익률이 매년 감소하고 있다. 이에 최 부회장은 눈을 돌려 전문의약품 부문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방심을 내놓기도 했다.  이제야 제약사다운 면모를 갖추나 했더니 계획대로 되진 않는 모양새다. 이들이 판매 중인 의약품 상당수는 자체개발이 아닌 위탁개발(OEM) 형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이들의 신약, 개량신약 임상시험 건수는 2016년 이후 단 2건이었다. 해당 기간 복제약 생동시험 건수는 43건이었으며 이 중 14건의 전문의약품을 허가받았다. 자체개발보다 위탁 개발 의약품 위주의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이들의 R&D 투자율이 1% 미만인 것을 보면 당연한 결과다. 이들은 작년 매출인 1조1802억원 중 0.8% 금액에 해당하는 94억원만 연구개발비로 사용했다. 상위 10대 제약사들의 R&D 투자 비용은 통상 매출의 10% 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최하위 수준이다. 반면 판관비는 2168억원이나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고선전비 위주의 투자를 이어간 것이다. 활발한 광고 덕분에 ‘광동’ 하면 옥수수 수염차가 먼저 떠오르게 됐다. 광고 마케팅의 성공 케이스로 볼 수 있지만, 제약사라는 정체성은 점점 흐려지고 있다.

‘정체성 혼란’ 광동제약, 약 개발 안 하고 물장사 투자만?

매출의 0.8%만 R&D에 투자…10대 제약사 평균 투자 비율은 10%

이인애 기자 승인 2020.05.04 14:35 의견 0

제약사임에도 옥수수 수염차, 비타500 등 음료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기업이 있다. 경옥고, 쌍화탕, 우황청심원 등 한방의약품으로 성장한 광동제약이다. 광고선전비에 집중 투자를 이어가 음료 인지도가 고공행진 중이다. 반면 신약 개발을 위한 R&D 투자는 최하위 수준으로, 제약사라는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관련업계는 광동제약의 지난해 매출 중 의약품 사업이 차지한 비중은 21%에 불과했다고 4일 밝혔다.

이들은 작년 1조1802억원이라는 매출을 기록하며 4년 연속 매출 1조원을 넘기고 있다. 크게 약국, 병원, 유통, 생수, 기타(식품첨가물 제조 등) 4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광동제약 본사 사옥 전경(사진=광동제약)


높은 매출을 이어가고 있지만 본질은 흐려지는 모습이다. 작년 전체 매출 가운데 약국과 병원영업에 따른 실적은 21%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약국에도 공급하지만 유통 채널에도 들어가는 비타500을 빼면 실질적인 의약품 매출 비중은 19%로 떨어진다.

이처럼 의약품 매출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지만 유통 부문은 52% 매출을 올리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중 생수 사업으로 거둬들인 매출만 해도 절반 이상인 28%다.

유통 부문 매출은 2001년 비타500과 2006년 옥수수 수염차 출시 이후부터 급격히 성장하기 시작했다. 2012년 말부터는 제주삼다수 판매까지 시작해 유통 매출이 늘었다.

지난 2013년 오너 2세인 최성원 부회장의 대표이사 선임 이후 유통 부문 사업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이다. 지난 2016년 이후 매출은 1조원 아래로 떨어지지 않아 안정적인 듯 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매출은 점점 늘고 있으나 영업이익률이 매년 감소하고 있다. 이에 최 부회장은 눈을 돌려 전문의약품 부문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방심을 내놓기도 했다. 

이제야 제약사다운 면모를 갖추나 했더니 계획대로 되진 않는 모양새다. 이들이 판매 중인 의약품 상당수는 자체개발이 아닌 위탁개발(OEM) 형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이들의 신약, 개량신약 임상시험 건수는 2016년 이후 단 2건이었다.

해당 기간 복제약 생동시험 건수는 43건이었으며 이 중 14건의 전문의약품을 허가받았다. 자체개발보다 위탁 개발 의약품 위주의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이들의 R&D 투자율이 1% 미만인 것을 보면 당연한 결과다.

이들은 작년 매출인 1조1802억원 중 0.8% 금액에 해당하는 94억원만 연구개발비로 사용했다. 상위 10대 제약사들의 R&D 투자 비용은 통상 매출의 10% 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최하위 수준이다. 반면 판관비는 2168억원이나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고선전비 위주의 투자를 이어간 것이다.

활발한 광고 덕분에 ‘광동’ 하면 옥수수 수염차가 먼저 떠오르게 됐다. 광고 마케팅의 성공 케이스로 볼 수 있지만, 제약사라는 정체성은 점점 흐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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