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의약품 판매를 위해 당국이 리베이트 관련 규제와 처벌을 강화하면서 제약사 편법도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금품이나 향응 제공 등 직접적으로 이뤄지던 불법 리베이트가 매출할인이나 판매대행사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제공되고 있다.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이들의 뒷돈 관행은 날로 진화할 뿐 뿌리 뽑히진 않는 모습이다. 올해 불법 리베이트 건으로 조사를 진행 중이거나 혐의가 확정된 제약사는 19일 기준 8곳이나 됐다. 한국노바티스를 시작으로 동광제약, 동아에스티, JW중외제약, 코오롱제약, 안국약품, 명문제약, 국제약품 등이다. 갈수록 진화하는 리베이트 수법(사진=연합뉴스) ■‘언론까지 이용’ 갈수록 진화하는 리베이트 수법 먼저 지난 1월 17일 한국노바티스 불법 리베이트 혐의에 대해 유죄 판정이 내려졌다. 지난 2016년 2월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해당 사건은 수년간 법정 공방을 이어 오다 결국 노바티스 벌금형으로 끝이 났다.  이들은 당시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의약전문지를 통해 의사 등에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제품 광고 명목으로 의약전문지 등에 과다하게 광고비를 지급 후 이를 의약전문지에서 다시 의사에게 자문료 명목으로 제공하는 형태였다. 이 같은 불법 행위에 대해 노바티스 측은 4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하게 됐다. 관련 의약전문지 일부는 징역 및 벌금형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리베이트 의혹을 받고 있는 동광제약도 지난 2월 6일 국세청의 특별세무조사를 받았다. 매출할인을 통해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의혹이다. 도매업체가 외상 매출을 약정기일 내 지급받으면 일정 금액을 제약사가 할인해주는 제도다. 표면적으로는 도매업체에 대한 판매촉진을 위해 시행하는 제도라고 하지만 실상은 불법 리베이트 우회 방법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아 국세청이 칼을 빼들었다. 조사에 들어간 지 3개월이 넘었지만 이와 관련해 진행 상황은 아직 외부에 알려진 바가 없다. 동광제약 측에 문의해본 결과 서면을 통해 답변을 준다는 입장이었으나 아직 답변이 오지 않았다.  중견제약사 동아에스티 또한 지난 2월18일 식약처로부터 불법 리베이트 관련 행정처분을 받았다. 3개월간 97개 의약품에 대한 판매 업무를 중단하고 9개 의약품도 한 달 간 판매를 중지하라는 것이었다. 지난 2009년 8월부터 2017년 3월까지 병·의원을 상대로 55억원 규모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데 따른 처분이다.  당초 판매중단 기간 동안 동아에스티 매출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으나 오히려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식약처가 지시한 판매중단 시행 날짜가 오기 전 미리 해당 품목들을 도매상에 선판매 했기 때문이다. 판매를 하지 못 하는 기간인 3개월 치 물량을 미리 판매한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이 같은 수법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식약처 입장이다. 정지 기간 이전이라면 판매행위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당국의 보여주기 식 솜방망이 처벌이 제약사의 불법 리베이트 행위를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JW중외제약도 지난 3월 23일 리베이트 제공 혐의로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 됐다.(사진=연합뉴스) JW중외제약도 지난 3월 23일 리베이트 제공 혐의로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 됐다. 지난해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의 압수수색 이후 13개월의 수사 끝에 검찰로 넘겨진 것이다. 이들은 자사 계열사의 의료장비를 임차해 거래처인 병원 등에 무상 또는 저가로 임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36억4600만원의 경제적 이익을 병원 등에 불법으로 제공했다는 것이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현재 수사 진행상황에 대해 특별히 공개할만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달에는 코오롱제약 영업사원들이 담당 병·의원에 직접 소독기 등으로 방역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파장이 일기도 했다. 이를 두고 신종 리베이트라는 논란이 생긴 것이다.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행위는 아니었지만 자사 의약품 판매 목적으로 병원 측에 이익을 제공했다고 볼 수도 있다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이에 코오롱제약 측은 환자와 영업사원들의 안전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이라는 입장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무슨 의미가 있나”…오리발로 일관 혹은 쿨한 인정, 리베이트 적발 후 반응도 극과 극 자사 의약품 판촉 목적으로 의사 등에 89억원 가량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첫 재판을 진행했던 안국약품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첫 공판기일부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으며 이달 12일 진행됐던 공판에서는 법원에 제출된 증거까지 부인하며 시간을 끄는 모습이다. 외부와의 접촉도 기피하는 모습으로, 진행 상황을 알기도 쉽지 않다. 반면 국제약품은 지난 15일 42억 8000만원 상당의 리베이트 혐의를 시원하게 인정했다. 오너3세 남태훈 대표 체제로 반부패경영을 표방하던 국제약품의 이 같은 비리에 시장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약사법을 위반한 남 대표는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 나종훈 전 대표이사는 징역 8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이외에도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임원 4명에 징역 6월에서 1년이 선고됐으나 전원 집행유예로 실형을 면했다. 국제약품 법인에 선고된 벌금 3000만원은 이미 완납된 상태다.

국제약품 등 ‘불법 없인 못 살아’...제약업계 끊이지 않는 리베이트 향연

올해만 벌써 8곳…한국노바티스·동광제약·동아에스티·JW중외제약·코오롱제약·안국약품·명문제약·국제약품 등

이인애 기자 승인 2020.05.19 17:41 | 최종 수정 2020.05.19 17:42 의견 0

공정한 의약품 판매를 위해 당국이 리베이트 관련 규제와 처벌을 강화하면서 제약사 편법도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금품이나 향응 제공 등 직접적으로 이뤄지던 불법 리베이트가 매출할인이나 판매대행사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제공되고 있다.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이들의 뒷돈 관행은 날로 진화할 뿐 뿌리 뽑히진 않는 모습이다.

올해 불법 리베이트 건으로 조사를 진행 중이거나 혐의가 확정된 제약사는 19일 기준 8곳이나 됐다. 한국노바티스를 시작으로 동광제약, 동아에스티, JW중외제약, 코오롱제약, 안국약품, 명문제약, 국제약품 등이다.

갈수록 진화하는 리베이트 수법(사진=연합뉴스)


■‘언론까지 이용’ 갈수록 진화하는 리베이트 수법

먼저 지난 1월 17일 한국노바티스 불법 리베이트 혐의에 대해 유죄 판정이 내려졌다. 지난 2016년 2월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해당 사건은 수년간 법정 공방을 이어 오다 결국 노바티스 벌금형으로 끝이 났다. 

이들은 당시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의약전문지를 통해 의사 등에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제품 광고 명목으로 의약전문지 등에 과다하게 광고비를 지급 후 이를 의약전문지에서 다시 의사에게 자문료 명목으로 제공하는 형태였다. 이 같은 불법 행위에 대해 노바티스 측은 4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하게 됐다. 관련 의약전문지 일부는 징역 및 벌금형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리베이트 의혹을 받고 있는 동광제약도 지난 2월 6일 국세청의 특별세무조사를 받았다. 매출할인을 통해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의혹이다. 도매업체가 외상 매출을 약정기일 내 지급받으면 일정 금액을 제약사가 할인해주는 제도다. 표면적으로는 도매업체에 대한 판매촉진을 위해 시행하는 제도라고 하지만 실상은 불법 리베이트 우회 방법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아 국세청이 칼을 빼들었다. 조사에 들어간 지 3개월이 넘었지만 이와 관련해 진행 상황은 아직 외부에 알려진 바가 없다. 동광제약 측에 문의해본 결과 서면을 통해 답변을 준다는 입장이었으나 아직 답변이 오지 않았다. 

중견제약사 동아에스티 또한 지난 2월18일 식약처로부터 불법 리베이트 관련 행정처분을 받았다. 3개월간 97개 의약품에 대한 판매 업무를 중단하고 9개 의약품도 한 달 간 판매를 중지하라는 것이었다. 지난 2009년 8월부터 2017년 3월까지 병·의원을 상대로 55억원 규모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데 따른 처분이다. 

당초 판매중단 기간 동안 동아에스티 매출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으나 오히려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식약처가 지시한 판매중단 시행 날짜가 오기 전 미리 해당 품목들을 도매상에 선판매 했기 때문이다. 판매를 하지 못 하는 기간인 3개월 치 물량을 미리 판매한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이 같은 수법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식약처 입장이다. 정지 기간 이전이라면 판매행위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당국의 보여주기 식 솜방망이 처벌이 제약사의 불법 리베이트 행위를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JW중외제약도 지난 3월 23일 리베이트 제공 혐의로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 됐다.(사진=연합뉴스)


JW중외제약도 지난 3월 23일 리베이트 제공 혐의로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 됐다. 지난해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의 압수수색 이후 13개월의 수사 끝에 검찰로 넘겨진 것이다. 이들은 자사 계열사의 의료장비를 임차해 거래처인 병원 등에 무상 또는 저가로 임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36억4600만원의 경제적 이익을 병원 등에 불법으로 제공했다는 것이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현재 수사 진행상황에 대해 특별히 공개할만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달에는 코오롱제약 영업사원들이 담당 병·의원에 직접 소독기 등으로 방역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파장이 일기도 했다. 이를 두고 신종 리베이트라는 논란이 생긴 것이다.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행위는 아니었지만 자사 의약품 판매 목적으로 병원 측에 이익을 제공했다고 볼 수도 있다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이에 코오롱제약 측은 환자와 영업사원들의 안전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이라는 입장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무슨 의미가 있나”…오리발로 일관 혹은 쿨한 인정, 리베이트 적발 후 반응도 극과 극

자사 의약품 판촉 목적으로 의사 등에 89억원 가량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첫 재판을 진행했던 안국약품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첫 공판기일부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으며 이달 12일 진행됐던 공판에서는 법원에 제출된 증거까지 부인하며 시간을 끄는 모습이다. 외부와의 접촉도 기피하는 모습으로, 진행 상황을 알기도 쉽지 않다.

반면 국제약품은 지난 15일 42억 8000만원 상당의 리베이트 혐의를 시원하게 인정했다. 오너3세 남태훈 대표 체제로 반부패경영을 표방하던 국제약품의 이 같은 비리에 시장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약사법을 위반한 남 대표는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 나종훈 전 대표이사는 징역 8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이외에도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임원 4명에 징역 6월에서 1년이 선고됐으나 전원 집행유예로 실형을 면했다. 국제약품 법인에 선고된 벌금 3000만원은 이미 완납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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