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기부 문화는 아직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지 못하고 있다. 영국자선지원재단(CAF)이 발표한 ‘세계기부지수 2017’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부참여지수 순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21위며, 전체 조사 대상국 139개국 중에서는 62위에 이름을 올리는 데 그친다. 일상이 아닌 기부는 특별한 행위로 인식된다. 이는 곧 기부에 대한 부담을 알게 모르게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기부 문화는 다르다. 기부의 부담은 줄이고 행위의 즐거움을 강조한다. 기부가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한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 새롭게 형성된 기부 문화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사진=빅워크 홈페이지, 트리플래닛 홈페이지) [뷰어스=노윤정 기자] ‘퍼네이션’(Funation)이 새로운 기부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명칭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퍼네이션’의 가장 큰 특징은 기부(donation)를 즐길 수 있게(fun)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강점은 바로 높은 접근성. 기부 애플리케이션(앱)의 경우를 보자. 앉은 자리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나눔 활동이 가능하니 기부가 이보다 더 쉬울 수가 없다. ■ 손 안에서 시작되는 나눔, 기부 앱 대표적인 기부 앱으로는 ‘트리플래닛’(Tree Planet)과 ‘빅워크’(bigwalk)가 있다. 트리플래닛은 동명의 사회적 기업 트리플래닛에서 출시한 게임으로, 사용자가 앱 내에서 가상의 나무를 심어서 키우면 실제 숲에 작은 묘목을 심어준다. 해당 앱을 통해 약 110만 명의 사용자가 4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었다. 트리플래닛은 시민들과 기업들의 후원, 게임 내 후원기업의 광고 등을 통해 펀딩을 마련한다. ‘빅워크’ 역시 동명의 사회적 기업 빅워크가 개발·운영하고 있는 기부 앱이다. 그저 걷는 행위를 하는 것만으로 기부에 참여할 수 있다. 위치정보시스템(GPS)로 보행 거리를 측정해 10m 당 기부 포인트 1눈(NOON)이 쌓인다. 이렇게 모인 포인트는 사용자가 선택한 모음통에 전달된다. 기부금은 앱에서 노출되는 기업 혹은 단체의 광고비로 마련되며, 기업은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기부금을 지급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유사한 앱으로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가 출시한 ‘스텝포워터’가 있다. 앱을 켜놓고 걸으면 한 걸음 당 1원이 쌓인다. 모인 금액만큼 굿네이버스와 함께하는 기업들에서 식수위생 지원이 필요한 국가에 후원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굿네이버스는 ‘스텝 포 워터(Step for water) 희망 걷기대회’를 개최하며 해당 앱을 활용하기도 했다. ‘애플트리’는 앱 내에서 광고를 보기만 해도 자선단체에 기부 가능한 포인트가 쌓이는 기부 앱이다. 광고를 보는 것 뿐만 아니라 출석체크, 게임, 게시글 작성 등의 활동을 통해 포인트를 쌓을 수 있다. 적립한 포인트는 진행 중인 캠페인에 기부할 수 있다. 광고 수익의 일부를 자선단체에 지급하는 것이다. 캠페인은 ‘애플트리’와 제휴된 자선단체의 후원모금 영상으로 운영되며, 사용자가 해당 캠페인에 기부한 금액은 전액 해당 단체에 전달된다.   ■ 앱을 통한 기부, 직접 실천해 보고 느낀 점은… 기부는 무엇보다 실천이 중요하다고 한다. 나눔은 생각이 아니라 행할 때 의미를 갖는다. 여러 사회적 기업에서 선보인 기부 앱을 직접 사용해봤다. 우선 가장 쉽게 참여 가능해 보이는 ‘빅워크’를 선택했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매일 행하는 걷는 행위로 기부가 가능하다면 이보다 더 쉬운 기부 방법이 있을까. ‘빅워크’는 간단한 회원가입 절차를 진행한 후 자신이 기부금을 전달하고 싶은 모음통을 선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시즌이라 그런지 홈리스 월드컵을 지원한다는 모음통에 눈길이 갔다. 해당 모음통을 선택하니 걸음 측정 화면이 뜨고 바로 기부 활동 참여가 가능해진다. 그저 앱을 켜둔 상태에서 걷기만 해도 기부할 수 있는 포인트 ‘눈’이 쌓인다. 포인트 쌓이는 재미가 쏠쏠하다. 걸으면서 소모된 칼로리까지 계산해주니 일석이조. 앱을 켜두면 시간과 칼로리 항목 숫자가 계속 올라가기 때문에 착각하기 쉬운데, GPS를 이용하기 때문에 실제 걷지 않으면 포인트는 카운트되지 않는다. 걸음 측정을 종료하면 모음통에 포인트를 전달할 수 있는 화면이 뜬다. ‘애플트리’도 간단하게 기부에 참여할 수 있어 보인다는 점이 끌렸다. 그래서 앱을 다운받았다. SNS 계정인 페이스북 아이디로 로그인 후 메인 화면에 들어가니 다수의 광고 영상, 배너 등이 있다. 그저 광고를 보는 것만으로 포인트가 쌓인다. 하나의 광고 영상을 선택하고 시청해봤다. 광고도 길지 않다. 30초가량의 광고 영상을 하나 보고 나니 1원이 기부되고, 2포인트가 적립된다. 현재 한부모가정을 위한 캠페인이 진행 중으로, 기부금은 해당 캠페인에 전달된다. 15초 분량의 다른 광고 영상을 하나 더 보자 1원이 기부되고 1포인트가 쌓인다. 한 온라인 쇼핑몰 광고 페이지에 들어가자 1원이 기부되고 1포인트가 적립된다. 기부 앱을 검색하던 중 흥미로운 앱도 발견해 설치해봤다. ‘Forest: Stay Focused’(포레스트: 스테이 포커스/ 이하 포레스트)라는 앱이다. 자신이 스마트폰 중독이 아닐까 의심되는 사람이라면 추천하고 싶다. 설정해둔 시간 동안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면 나무가 자라고 코인이 지급된다. 이 앱을 켜둔 채 다른 앱을 사용하려고 하면 진동과 함께 알림이 뜬다. 나무를 죽이지 말고 다시 포레스트 앱으로 돌아가라는 메시지. 무시하고 다른 앱을 계속 사용하면 앱 속의 나무가 죽는다. 기부보다 스마트폰 사용 자제를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앱이기는 하다. 하지만 적립한 코인을 실제 나무를 심는 데 전달할 수 있어 실질적인 기부도 가능하다. 약 5일 간 기부 앱을 사용해봤다. 많은 힘을 들이지 않고도 사회에 무엇인가 공헌하고 있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복잡한 절차, 비용적인 부담, 자선단체에 대한 불신 등 다양한 이유로 기부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던 사람이라면 퍼네이션 방식을 이용해 보는 건 어떨까.

[新기부문화 ②] '기부 앱' 통한 나눔, 직접 경험해보니…

노윤정 기자 승인 2018.06.28 11:28 | 최종 수정 2136.12.23 00:00 의견 0

우리 사회에서 기부 문화는 아직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지 못하고 있다. 영국자선지원재단(CAF)이 발표한 ‘세계기부지수 2017’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부참여지수 순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21위며, 전체 조사 대상국 139개국 중에서는 62위에 이름을 올리는 데 그친다. 일상이 아닌 기부는 특별한 행위로 인식된다. 이는 곧 기부에 대한 부담을 알게 모르게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기부 문화는 다르다. 기부의 부담은 줄이고 행위의 즐거움을 강조한다. 기부가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한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 새롭게 형성된 기부 문화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사진=빅워크 홈페이지, 트리플래닛 홈페이지)
(사진=빅워크 홈페이지, 트리플래닛 홈페이지)

[뷰어스=노윤정 기자] ‘퍼네이션’(Funation)이 새로운 기부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명칭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퍼네이션’의 가장 큰 특징은 기부(donation)를 즐길 수 있게(fun)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강점은 바로 높은 접근성. 기부 애플리케이션(앱)의 경우를 보자. 앉은 자리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나눔 활동이 가능하니 기부가 이보다 더 쉬울 수가 없다.

■ 손 안에서 시작되는 나눔, 기부 앱

대표적인 기부 앱으로는 ‘트리플래닛’(Tree Planet)과 ‘빅워크’(bigwalk)가 있다. 트리플래닛은 동명의 사회적 기업 트리플래닛에서 출시한 게임으로, 사용자가 앱 내에서 가상의 나무를 심어서 키우면 실제 숲에 작은 묘목을 심어준다. 해당 앱을 통해 약 110만 명의 사용자가 4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었다. 트리플래닛은 시민들과 기업들의 후원, 게임 내 후원기업의 광고 등을 통해 펀딩을 마련한다.

‘빅워크’ 역시 동명의 사회적 기업 빅워크가 개발·운영하고 있는 기부 앱이다. 그저 걷는 행위를 하는 것만으로 기부에 참여할 수 있다. 위치정보시스템(GPS)로 보행 거리를 측정해 10m 당 기부 포인트 1눈(NOON)이 쌓인다. 이렇게 모인 포인트는 사용자가 선택한 모음통에 전달된다. 기부금은 앱에서 노출되는 기업 혹은 단체의 광고비로 마련되며, 기업은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기부금을 지급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유사한 앱으로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가 출시한 ‘스텝포워터’가 있다. 앱을 켜놓고 걸으면 한 걸음 당 1원이 쌓인다. 모인 금액만큼 굿네이버스와 함께하는 기업들에서 식수위생 지원이 필요한 국가에 후원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굿네이버스는 ‘스텝 포 워터(Step for water) 희망 걷기대회’를 개최하며 해당 앱을 활용하기도 했다.

‘애플트리’는 앱 내에서 광고를 보기만 해도 자선단체에 기부 가능한 포인트가 쌓이는 기부 앱이다. 광고를 보는 것 뿐만 아니라 출석체크, 게임, 게시글 작성 등의 활동을 통해 포인트를 쌓을 수 있다. 적립한 포인트는 진행 중인 캠페인에 기부할 수 있다. 광고 수익의 일부를 자선단체에 지급하는 것이다. 캠페인은 ‘애플트리’와 제휴된 자선단체의 후원모금 영상으로 운영되며, 사용자가 해당 캠페인에 기부한 금액은 전액 해당 단체에 전달된다.


 

■ 앱을 통한 기부, 직접 실천해 보고 느낀 점은…

기부는 무엇보다 실천이 중요하다고 한다. 나눔은 생각이 아니라 행할 때 의미를 갖는다. 여러 사회적 기업에서 선보인 기부 앱을 직접 사용해봤다.

우선 가장 쉽게 참여 가능해 보이는 ‘빅워크’를 선택했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매일 행하는 걷는 행위로 기부가 가능하다면 이보다 더 쉬운 기부 방법이 있을까. ‘빅워크’는 간단한 회원가입 절차를 진행한 후 자신이 기부금을 전달하고 싶은 모음통을 선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시즌이라 그런지 홈리스 월드컵을 지원한다는 모음통에 눈길이 갔다. 해당 모음통을 선택하니 걸음 측정 화면이 뜨고 바로 기부 활동 참여가 가능해진다. 그저 앱을 켜둔 상태에서 걷기만 해도 기부할 수 있는 포인트 ‘눈’이 쌓인다. 포인트 쌓이는 재미가 쏠쏠하다. 걸으면서 소모된 칼로리까지 계산해주니 일석이조. 앱을 켜두면 시간과 칼로리 항목 숫자가 계속 올라가기 때문에 착각하기 쉬운데, GPS를 이용하기 때문에 실제 걷지 않으면 포인트는 카운트되지 않는다. 걸음 측정을 종료하면 모음통에 포인트를 전달할 수 있는 화면이 뜬다.

‘애플트리’도 간단하게 기부에 참여할 수 있어 보인다는 점이 끌렸다. 그래서 앱을 다운받았다. SNS 계정인 페이스북 아이디로 로그인 후 메인 화면에 들어가니 다수의 광고 영상, 배너 등이 있다. 그저 광고를 보는 것만으로 포인트가 쌓인다. 하나의 광고 영상을 선택하고 시청해봤다. 광고도 길지 않다. 30초가량의 광고 영상을 하나 보고 나니 1원이 기부되고, 2포인트가 적립된다. 현재 한부모가정을 위한 캠페인이 진행 중으로, 기부금은 해당 캠페인에 전달된다. 15초 분량의 다른 광고 영상을 하나 더 보자 1원이 기부되고 1포인트가 쌓인다. 한 온라인 쇼핑몰 광고 페이지에 들어가자 1원이 기부되고 1포인트가 적립된다.

기부 앱을 검색하던 중 흥미로운 앱도 발견해 설치해봤다. ‘Forest: Stay Focused’(포레스트: 스테이 포커스/ 이하 포레스트)라는 앱이다. 자신이 스마트폰 중독이 아닐까 의심되는 사람이라면 추천하고 싶다. 설정해둔 시간 동안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면 나무가 자라고 코인이 지급된다. 이 앱을 켜둔 채 다른 앱을 사용하려고 하면 진동과 함께 알림이 뜬다. 나무를 죽이지 말고 다시 포레스트 앱으로 돌아가라는 메시지. 무시하고 다른 앱을 계속 사용하면 앱 속의 나무가 죽는다. 기부보다 스마트폰 사용 자제를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앱이기는 하다. 하지만 적립한 코인을 실제 나무를 심는 데 전달할 수 있어 실질적인 기부도 가능하다.

약 5일 간 기부 앱을 사용해봤다. 많은 힘을 들이지 않고도 사회에 무엇인가 공헌하고 있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복잡한 절차, 비용적인 부담, 자선단체에 대한 불신 등 다양한 이유로 기부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던 사람이라면 퍼네이션 방식을 이용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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