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미래 먹거리인 ‘마이데이터’의 문제가 점차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에서 ‘내 손안의 금융비서’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하던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가 반쪽짜리 시스템이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자산 통합은 물론 편의만 놓고 봤을 때 굉장히 부족하다. “아직 시범 기간”이라는 핑계를 너그러이 받아주더라도 불편하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이달 1일부터 시범 서비스에 들어갔다. 여러 금융회사에 흩어져 있는 신용정보를 한곳에 모아 조회, 관리하는 서비스인 마이데이터를 놓고 다양한 금융사가 고객 정보를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하지만 이러한 선점 노력은 부작용을 낳았다. 발만 빨랐을 뿐 뇌는 제대로 따라오지 못한 느낌이다. 특화 서비스 부재는 물론, 일부 자산의 경우 연동조차 잘 안 되어 자산 파악이 쉽지 않았다. 마이데이터 정보 제공 방식으로는 사용할 수 없는 서비스도 나타나고 있다. 일단 데이터를 가져오는 방식이 변화하면서 기존 서비스가 중단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카드 실적 서비스다. 카드 실적 관련 정보가 ‘신용정보’가 아닌 ‘가공한 정보’로 분류되면서 마이데이터 항목에서 빠졌다. 결국 금융사와 핀테크 업체는 카드 실적 기능을 종료했다. 해당 편의 서비스를 이용하던 소비자들은 마이데이터 도입으로 오히려 불편해진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자산 연동 자체가 원활하지 않으면서 자산을 모두 볼 수 없게 됐고 결국 ‘금융 비서’는 내 자산도 모르는 멍청한 ‘비서’가 됐다. 금융당국도 이러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아직 시범 서비스 기간인 만큼 관련 모니터링을 충분히 해 서비스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국이 시범 서비스 때 잡지 못했던 걸 정식 서비스로 고쳤던 사례가 얼마나 될까. 당장 금소법(금융소비자법)만 봐도 계도 기간에 불편 접수된 사례들이 아직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과 소비자들이 법에 맞춰가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발생하고 있지 않지만 많은 고객들은 불편을 호소한다. 당국 관계자도 편의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존재한다고 인정했다. 인정만 하는 게 아니라 불편함을 없애야 한다. 물론 각 금융사의 협력도 필요하다. 협업이라는 말은 이럴 때 써야 한다. 각계각층의 노력이 중요하다. 과연 이번에는 고칠까. 아니 고쳐야 한다. ‘내 손안의 금융비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최동수의 머니;View] 시범 기간이지만…‘멍청한 금융비서’ 마이데이터

데이터 연동 방식 변경으로 자산 파악 어려워

최동수 기자 승인 2021.12.10 12:51 의견 0
금융권의 미래 먹거리인 ‘마이데이터’의 문제가 점차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에서 ‘내 손안의 금융비서’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하던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가 반쪽짜리 시스템이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자산 통합은 물론 편의만 놓고 봤을 때 굉장히 부족하다. “아직 시범 기간”이라는 핑계를 너그러이 받아주더라도 불편하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이달 1일부터 시범 서비스에 들어갔다. 여러 금융회사에 흩어져 있는 신용정보를 한곳에 모아 조회, 관리하는 서비스인 마이데이터를 놓고 다양한 금융사가 고객 정보를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하지만 이러한 선점 노력은 부작용을 낳았다. 발만 빨랐을 뿐 뇌는 제대로 따라오지 못한 느낌이다. 특화 서비스 부재는 물론, 일부 자산의 경우 연동조차 잘 안 되어 자산 파악이 쉽지 않았다. 마이데이터 정보 제공 방식으로는 사용할 수 없는 서비스도 나타나고 있다.

일단 데이터를 가져오는 방식이 변화하면서 기존 서비스가 중단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카드 실적 서비스다. 카드 실적 관련 정보가 ‘신용정보’가 아닌 ‘가공한 정보’로 분류되면서 마이데이터 항목에서 빠졌다. 결국 금융사와 핀테크 업체는 카드 실적 기능을 종료했다.

해당 편의 서비스를 이용하던 소비자들은 마이데이터 도입으로 오히려 불편해진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자산 연동 자체가 원활하지 않으면서 자산을 모두 볼 수 없게 됐고 결국 ‘금융 비서’는 내 자산도 모르는 멍청한 ‘비서’가 됐다.

금융당국도 이러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아직 시범 서비스 기간인 만큼 관련 모니터링을 충분히 해 서비스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국이 시범 서비스 때 잡지 못했던 걸 정식 서비스로 고쳤던 사례가 얼마나 될까. 당장 금소법(금융소비자법)만 봐도 계도 기간에 불편 접수된 사례들이 아직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과 소비자들이 법에 맞춰가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발생하고 있지 않지만 많은 고객들은 불편을 호소한다.

당국 관계자도 편의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존재한다고 인정했다. 인정만 하는 게 아니라 불편함을 없애야 한다. 물론 각 금융사의 협력도 필요하다. 협업이라는 말은 이럴 때 써야 한다. 각계각층의 노력이 중요하다.

과연 이번에는 고칠까. 아니 고쳐야 한다. ‘내 손안의 금융비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저작권자 ⓒ뷰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