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뷰어스DB   부산국제영화제나 부산 여행을 가면 찾는 해운대 한 국밥집. 올해도 영화제를 마무리하는 해장(?)의 단계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풍경이 다소 낯설다. 여러 방송에서 나왔기에 대기하는 줄은 당연하다 치고, 일부 사람들이 뭔가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마침 원래 입주 건물이 공사 중이라 “어 원래 국밥집이 사라졌나”라며 의아하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안내문이 붙여있는데도 말이다. 가장 큰 이유는 문 앞에 붙은 가격표였다. ‘소고기국밥 6000원’ ‘선지국밥 6000원’ ‘소고기따로국밥 6500원’ ‘선지따로국밥 6500원’. 당황하는 사람들은 아마 원래 이 국밥집을 잘 알지만, 한두 해에 한번 정도 찾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들의 기억 속에 이곳은 2500원이었고, 3000원이었다. 지난해 찾은 여행자일지라도 5000원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을 페이스북에 올리자, ‘역시나’ 지인들 반응은 같았다. ‘3000원 시절이 그립다’ ‘2500원일 때부터 다녔는데 6000원이라니’ ‘6000원이라니 엄청나네요. 2500원이었는데’. 모두 옛날(?) 사람들이다. 이미 2~3년 전에 5000원으로 올랐고, 6000원은 아마 올해 책정된 가격일 듯 싶다. 사실 3000원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6000원으로 올랐다고 발길을 돌렸다는 이야기를 듣는 이들 입장에서는 웃음이 나올 상황이다. ‘2배’라는 수치이긴 하지만, 겨우 3000원 올랐을 뿐이다. (양의 적고 많고의 문제는 개인차이니 넘어가자)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 가게 앞에서 머뭇거렸고, 어떤 이는 “비싸졌네”라며 발길을 돌렸다. 5000원이었던 때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국밥의 맛은 여전히 한 끼를 해결하기에는 맛났고, 적당했다. 그러나 오랜 시간 이곳을 찾은 여행자들에게 일종의 ‘심리적 가격 저항선’인 5000원이 무너진 후에는 이 국밥집은 ‘비싼 국밥’집이 된 듯 하다. 이는 이 국밥집뿐 아니다. 행주산성 인근 국수집들이 몇 년간 4000원을 고수하다가, 2년 전인가 5000원으로 올랐다. 단 1000원. 그러나 간혹 이곳을 찾았던 사람들은 멈칫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는 가격이 메리트가 있었는데, 3000원대가 좋았어”라는 말을 한다. 맛만 보고 오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황당한 불평(?)이다. 5000원을 내고 그 엄청난 양의 국수를 내주는 집이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해운대의 국밥집이나 행주산성 국수집이나 가격도 가격이지만, 맛 때문에 유지가 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가성비’라는 장점이 붙었을 뿐이다. 더구나 커피 한잔에도 5000원 하는 시대다. 긴 세월, 낮은 가격으로 여행자들의 입과 속을 채워주던 많은 음식점들이 단 몇 천원, 몇 백 원 때문에 ‘비싸졌네’라는 말을 듣는 것은 씁쓸하다. 또 사람들이 많이 찾다가 1000~2000원 올랐다고 발길을 끊어진다는 말을 주인에게 들었을 때, 그 ‘맛있다’라고 평하던 사람들이 말하는 ‘맛의 가치’가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하긴 기자도 이 국밥집 앞에 써진 ‘6000원’에 멈칫했다. 그러나 곧 그 맛을 잊지못해 들어갔다. 적어도 아직 기자에게는 ‘맛의 가치’는 유지된 듯 싶으니 말이다.

[여행 한담] ‘심리적 가격 저항선’에 흔들린(?) 국밥의 가치

유명준 기자 승인 2019.10.07 13:36 | 최종 수정 2139.07.13 00:00 의견 0
사진=뷰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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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나 부산 여행을 가면 찾는 해운대 한 국밥집. 올해도 영화제를 마무리하는 해장(?)의 단계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풍경이 다소 낯설다. 여러 방송에서 나왔기에 대기하는 줄은 당연하다 치고, 일부 사람들이 뭔가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마침 원래 입주 건물이 공사 중이라 “어 원래 국밥집이 사라졌나”라며 의아하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안내문이 붙여있는데도 말이다.

가장 큰 이유는 문 앞에 붙은 가격표였다. ‘소고기국밥 6000원’ ‘선지국밥 6000원’ ‘소고기따로국밥 6500원’ ‘선지따로국밥 6500원’. 당황하는 사람들은 아마 원래 이 국밥집을 잘 알지만, 한두 해에 한번 정도 찾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들의 기억 속에 이곳은 2500원이었고, 3000원이었다. 지난해 찾은 여행자일지라도 5000원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을 페이스북에 올리자, ‘역시나’ 지인들 반응은 같았다. ‘3000원 시절이 그립다’ ‘2500원일 때부터 다녔는데 6000원이라니’ ‘6000원이라니 엄청나네요. 2500원이었는데’. 모두 옛날(?) 사람들이다. 이미 2~3년 전에 5000원으로 올랐고, 6000원은 아마 올해 책정된 가격일 듯 싶다.

사실 3000원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6000원으로 올랐다고 발길을 돌렸다는 이야기를 듣는 이들 입장에서는 웃음이 나올 상황이다. ‘2배’라는 수치이긴 하지만, 겨우 3000원 올랐을 뿐이다. (양의 적고 많고의 문제는 개인차이니 넘어가자)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 가게 앞에서 머뭇거렸고, 어떤 이는 “비싸졌네”라며 발길을 돌렸다. 5000원이었던 때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국밥의 맛은 여전히 한 끼를 해결하기에는 맛났고, 적당했다. 그러나 오랜 시간 이곳을 찾은 여행자들에게 일종의 ‘심리적 가격 저항선’인 5000원이 무너진 후에는 이 국밥집은 ‘비싼 국밥’집이 된 듯 하다.

이는 이 국밥집뿐 아니다. 행주산성 인근 국수집들이 몇 년간 4000원을 고수하다가, 2년 전인가 5000원으로 올랐다. 단 1000원. 그러나 간혹 이곳을 찾았던 사람들은 멈칫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는 가격이 메리트가 있었는데, 3000원대가 좋았어”라는 말을 한다. 맛만 보고 오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황당한 불평(?)이다. 5000원을 내고 그 엄청난 양의 국수를 내주는 집이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해운대의 국밥집이나 행주산성 국수집이나 가격도 가격이지만, 맛 때문에 유지가 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가성비’라는 장점이 붙었을 뿐이다. 더구나 커피 한잔에도 5000원 하는 시대다.

긴 세월, 낮은 가격으로 여행자들의 입과 속을 채워주던 많은 음식점들이 단 몇 천원, 몇 백 원 때문에 ‘비싸졌네’라는 말을 듣는 것은 씁쓸하다. 또 사람들이 많이 찾다가 1000~2000원 올랐다고 발길을 끊어진다는 말을 주인에게 들었을 때, 그 ‘맛있다’라고 평하던 사람들이 말하는 ‘맛의 가치’가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하긴 기자도 이 국밥집 앞에 써진 ‘6000원’에 멈칫했다. 그러나 곧 그 맛을 잊지못해 들어갔다. 적어도 아직 기자에게는 ‘맛의 가치’는 유지된 듯 싶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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