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지적 거인’은 소재만 놓고 보면 굉장히 흥미롭다. 종교와 과학을 동시에 다루면서도, ‘따로’가 아닌 ‘하나’임을 강조한다. 보통 종교적 세계관을 지닌 이들은 과학을, 과학적 세계관을 지닌 이들은 종교의 영역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동시에 침범하려 하지도 않았다. 그만큼 ‘과학의 영역’과 ‘신의 영역’은 지구 위에 공존하지만, 별개의 존재였다. 작가 이재영 교수이 가진 신학과 과학에 관련된 오래된 경력과 끊임없는 관심이 바탕을 이뤄 가능한 소재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카이스트 핵물리학 연구실의 학생이었던 형태가 사라지고, 민호는 이를 찾아 나선다. 그러던 중 형태와 어릴 적부터 같은 교회를 다닌 현신을 만난다. 이후 민호는 신비로운 공간으로 가게 된다. 르네상스 이전부터 존재하던 과학자들의 비밀 모임 인비지블 컬리지가 지속되어 모인 이들이 아직도 여전히 우주의 질서와 인간의 역사를 해석해 나가고 있었다. 이들의 목적은 네피림 프로젝트. 노아의 홍수 이전의 원형 인간과 신의 아들의 복원 그리고 그 결과로 만들어진 두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민호의 지적 유전자는 절대적으로 필요했고, 그 비밀 집단과 현신, 민호의 운명은 어떤 결정에 의해 이끌려 간다.  소설은 종교의 영역과 과학의 영역을 모두 인정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작가의 영리함이 묻어나는 부분이다. 때문에 종교적인 성서의 해석을 과학적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노아의 방주를 닮은 실험실이나, 성서의 말을 현대 과학 언어로 바꾸는 과정이 이를 보여준다. 그러나 소설은 읽기에 결코 쉽지 않다. 기독교와 과학의 기본적인 지식 혹은 인식이 있어야 한다. 게다가 소설이 풍겨내는 색감은 80년대의 흐릿함과 공대의 공기, 그리고 교회, 착 가라앉은 음악 등이 어울려져 무거움을 안긴다. 그러다보니 민호를 비롯해 등장인물들의 목소리를 통해 듣는 인류의 역사와 과학적 성과 그리고 모임의 성격과 흐름은 어두운 강의실에서 듣는 인류학 강의 같은 느낌을 준다.  어떻게 보면 한동대학교에서 20년 넘게 교수 생활을 하고, 포스코 석좌교수로 있는 저자의 경력이 필체에 고스란히 묻어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소설 속 소재의 흥미로움이 과학과 종교를 설명하는 딱딱한 강연 같은 무거운 흐름 속에 묻혀, 흘러가지 못하는 점은 안타깝다.

[도서;뷰] 소재는 흥미로웠지만 강의 듣는 느낌이란…‘지적 거인’

유명준 기자 승인 2019.10.16 10:40 의견 0
 


소설 ‘지적 거인’은 소재만 놓고 보면 굉장히 흥미롭다. 종교와 과학을 동시에 다루면서도, ‘따로’가 아닌 ‘하나’임을 강조한다. 보통 종교적 세계관을 지닌 이들은 과학을, 과학적 세계관을 지닌 이들은 종교의 영역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동시에 침범하려 하지도 않았다. 그만큼 ‘과학의 영역’과 ‘신의 영역’은 지구 위에 공존하지만, 별개의 존재였다. 작가 이재영 교수이 가진 신학과 과학에 관련된 오래된 경력과 끊임없는 관심이 바탕을 이뤄 가능한 소재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카이스트 핵물리학 연구실의 학생이었던 형태가 사라지고, 민호는 이를 찾아 나선다. 그러던 중 형태와 어릴 적부터 같은 교회를 다닌 현신을 만난다. 이후 민호는 신비로운 공간으로 가게 된다. 르네상스 이전부터 존재하던 과학자들의 비밀 모임 인비지블 컬리지가 지속되어 모인 이들이 아직도 여전히 우주의 질서와 인간의 역사를 해석해 나가고 있었다. 이들의 목적은 네피림 프로젝트. 노아의 홍수 이전의 원형 인간과 신의 아들의 복원 그리고 그 결과로 만들어진 두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민호의 지적 유전자는 절대적으로 필요했고, 그 비밀 집단과 현신, 민호의 운명은 어떤 결정에 의해 이끌려 간다. 

소설은 종교의 영역과 과학의 영역을 모두 인정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작가의 영리함이 묻어나는 부분이다. 때문에 종교적인 성서의 해석을 과학적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노아의 방주를 닮은 실험실이나, 성서의 말을 현대 과학 언어로 바꾸는 과정이 이를 보여준다.

그러나 소설은 읽기에 결코 쉽지 않다. 기독교와 과학의 기본적인 지식 혹은 인식이 있어야 한다. 게다가 소설이 풍겨내는 색감은 80년대의 흐릿함과 공대의 공기, 그리고 교회, 착 가라앉은 음악 등이 어울려져 무거움을 안긴다. 그러다보니 민호를 비롯해 등장인물들의 목소리를 통해 듣는 인류의 역사와 과학적 성과 그리고 모임의 성격과 흐름은 어두운 강의실에서 듣는 인류학 강의 같은 느낌을 준다. 

어떻게 보면 한동대학교에서 20년 넘게 교수 생활을 하고, 포스코 석좌교수로 있는 저자의 경력이 필체에 고스란히 묻어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소설 속 소재의 흥미로움이 과학과 종교를 설명하는 딱딱한 강연 같은 무거운 흐름 속에 묻혀, 흘러가지 못하는 점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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