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2구역 조감도. (자료=대우건설) 원자잿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에 공급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정비사업 현장 곳곳에서 시공사를 구하는 데 애를 먹는 것은 물론 기존 사업장에서도 시공사와 조합의 힘겨루기가 반복되고 있다. 공사비 갈등에 따른 공기 지연과 시공사 교체, 조합 내분 등으로 어수선한 상황이 정비사업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분양 계획에도 차질이 생기는 모양새다. 2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상계2구역 정상화 위원회(이하 정상화 위원회)가 "상계 2구역 조합의 불성실한 관행과 방만한 운영을 바로잡고 투명하고 정직한 조합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상계2구역 재개발사업은 지난 2021년 대우건설·동부건설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했으나 3년째 관리처분계획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조합은 지난해 3월 총회를 거쳐 설계변경안을 의결하고 9월에 공사비를 3.3㎡당 595만원으로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입찰 당시와 비교하면 123만원이 오른 금액이다. 그러나 같은해 12월 조합 총회에서 공사비 인상이 반영된 관리처분계획안 수립 안건이 조합원들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정상화 위원회는 "조합원 분양가가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면서 "시공단 측에서는 실착공 전 공사비가 670만원 전후가 될 것으로 추측한다는 답변을 보내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정상화 위원회에 따르면 조합원 분양가는 전용면적 59㎡가 종전 5억5000만원에서 6억8000만원으로 1억3000만원 인상됐다. 전용 84㎡는 7억7000만원에서 9억2000만원으로 1억5000만원 올랐다. 조합원 분양가 상승은 분담금 증가로 이어져 조합원이 지불해야할 비용이 늘어난다. 시공단 관계자는 "3.3㎡ 당 670만원의 공사비는 착공 시점에서 최대치를 대략적으로 추측해 산정한 것"이라며 "일단은 3.3㎡ 당 595만원으로 관리처분계획안을 다시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공단이 안내한 추정 공사비는 최근 서울 주요 정비사업지와 비교하면 극히 낮은 수준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2020년에는 평균적인 공사비가 3.3㎡ 당 공사비가 400~500만원 수준이었는데 불과 몇년 사이에 800만원까지 뛰었다"면서 "심지어는 조합 측에서 800만원이 넘어서는 공사비를 제시해도 건설사들이 수주를 꺼리는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 고양시 한 공사현장. (사진=연합뉴스) ■ 공사비 분쟁에 조합·건설사 줄다리기…새 시공사 구하기도 난감 이 같은 공사비 갈등은 정비사업지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잠실 진주아파트 재건축 조합도 최근 사업시공단(삼성물산·HDC현대산업개발)과 공사비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시공단이 3.3㎡당 공사비를 660만원에서 889만원으로 변경해 줄 것을 요구하자 조합은 700만원대를 제안했다. 이에 시공단은 다시 공사비를 3.3㎡당 823만원으로 낮춘 뒤 오는 29일까지 확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최근 청담삼익 재건축 조합은 한국부동산원에 시공사의 공사비 인상 요구분에 대한 검증을 요청하기도 했다. 새롭게 꾸려진 조합 집행부가 전 집행부의 공사비 증액 협의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나서면서다. 청담르엘 총 공사비는 2017년 계약 당시 3726억원이었는데 지난해 말 조합과 협의를 거쳐 6313억원으로 증액이 이뤄졌다. 다만 해당 액수에 대한 검증 결과는 조율 기준으로 삼을 수는 있어도 계약 이행 혹은 파기 등의 강제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시공사를 찾는 재건축·재개발 조합도 공사비 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가락삼익맨숀 재건축조합은 최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지만 무응찰로 마무리됐다. 조합이 제시한 3.3㎡당 공사비 810만원으로 하이엔드 브랜드를 도입하기에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송파구 잠실우성 4차 재건축 조합도 두 차례의 입찰에도 시공사를 구하지 못했다. 이에 공사비를 3.3㎡당 760만원에서 810만원으로 올린다는 방침이다. 서울 중구 신당9구역 재개발 조합은 공사비를 3.3㎡당 742만원에서 840만원으로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세차례 입찰에서 모두 시공사를 찾는데 실패했다. 정비사업지 곳곳이 공사비 갈등으로 멈춰서자 분양 일정 지연으로 장기적인 공급난 우려가 나온다. 정부에서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통해 공급 활성화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민간 도시정비사업은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으로 사업 일정을 간소화하는 등 비용 효율성을 정책적으로 도모해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형태일 수밖에 없다"면서 "시장 여건이 좋아져야 하는 데 제도 개선을 통해서는 시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장은 미분양 물량이 많아 현재 시점에서는 여러가지 공급 관련 악화 신호가 큰 문제로 안느껴질 수 있다"면서 "그러나 결국 거래량이 증가하고 어느 시점에서 미분양 물량이 소진됐을 때를 생각해서 미리 공급부족을 대비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공사비 줄다리기에 건설사도 조합도 골머리…공급난 '경고등'

공사비 분쟁뿐 아니라 조합 내분에서 시공사와 갈등 '빈번'
신규 정비사업지는 공사비 올려도 시공사 선정 '난항'
규제 완화로 공급 활성화 노력 불구 공급난 우려 여전

정지수 기자 승인 2024.02.27 14:12 의견 0
상계2구역 조감도. (자료=대우건설)

원자잿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에 공급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정비사업 현장 곳곳에서 시공사를 구하는 데 애를 먹는 것은 물론 기존 사업장에서도 시공사와 조합의 힘겨루기가 반복되고 있다.

공사비 갈등에 따른 공기 지연과 시공사 교체, 조합 내분 등으로 어수선한 상황이 정비사업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분양 계획에도 차질이 생기는 모양새다.

2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상계2구역 정상화 위원회(이하 정상화 위원회)가 "상계 2구역 조합의 불성실한 관행과 방만한 운영을 바로잡고 투명하고 정직한 조합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상계2구역 재개발사업은 지난 2021년 대우건설·동부건설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했으나 3년째 관리처분계획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조합은 지난해 3월 총회를 거쳐 설계변경안을 의결하고 9월에 공사비를 3.3㎡당 595만원으로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입찰 당시와 비교하면 123만원이 오른 금액이다. 그러나 같은해 12월 조합 총회에서 공사비 인상이 반영된 관리처분계획안 수립 안건이 조합원들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정상화 위원회는 "조합원 분양가가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면서 "시공단 측에서는 실착공 전 공사비가 670만원 전후가 될 것으로 추측한다는 답변을 보내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정상화 위원회에 따르면 조합원 분양가는 전용면적 59㎡가 종전 5억5000만원에서 6억8000만원으로 1억3000만원 인상됐다. 전용 84㎡는 7억7000만원에서 9억2000만원으로 1억5000만원 올랐다. 조합원 분양가 상승은 분담금 증가로 이어져 조합원이 지불해야할 비용이 늘어난다.

시공단 관계자는 "3.3㎡ 당 670만원의 공사비는 착공 시점에서 최대치를 대략적으로 추측해 산정한 것"이라며 "일단은 3.3㎡ 당 595만원으로 관리처분계획안을 다시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공단이 안내한 추정 공사비는 최근 서울 주요 정비사업지와 비교하면 극히 낮은 수준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2020년에는 평균적인 공사비가 3.3㎡ 당 공사비가 400~500만원 수준이었는데 불과 몇년 사이에 800만원까지 뛰었다"면서 "심지어는 조합 측에서 800만원이 넘어서는 공사비를 제시해도 건설사들이 수주를 꺼리는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 고양시 한 공사현장. (사진=연합뉴스)

■ 공사비 분쟁에 조합·건설사 줄다리기…새 시공사 구하기도 난감

이 같은 공사비 갈등은 정비사업지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잠실 진주아파트 재건축 조합도 최근 사업시공단(삼성물산·HDC현대산업개발)과 공사비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시공단이 3.3㎡당 공사비를 660만원에서 889만원으로 변경해 줄 것을 요구하자 조합은 700만원대를 제안했다. 이에 시공단은 다시 공사비를 3.3㎡당 823만원으로 낮춘 뒤 오는 29일까지 확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최근 청담삼익 재건축 조합은 한국부동산원에 시공사의 공사비 인상 요구분에 대한 검증을 요청하기도 했다. 새롭게 꾸려진 조합 집행부가 전 집행부의 공사비 증액 협의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나서면서다.

청담르엘 총 공사비는 2017년 계약 당시 3726억원이었는데 지난해 말 조합과 협의를 거쳐 6313억원으로 증액이 이뤄졌다. 다만 해당 액수에 대한 검증 결과는 조율 기준으로 삼을 수는 있어도 계약 이행 혹은 파기 등의 강제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시공사를 찾는 재건축·재개발 조합도 공사비 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가락삼익맨숀 재건축조합은 최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지만 무응찰로 마무리됐다. 조합이 제시한 3.3㎡당 공사비 810만원으로 하이엔드 브랜드를 도입하기에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송파구 잠실우성 4차 재건축 조합도 두 차례의 입찰에도 시공사를 구하지 못했다. 이에 공사비를 3.3㎡당 760만원에서 810만원으로 올린다는 방침이다. 서울 중구 신당9구역 재개발 조합은 공사비를 3.3㎡당 742만원에서 840만원으로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세차례 입찰에서 모두 시공사를 찾는데 실패했다.

정비사업지 곳곳이 공사비 갈등으로 멈춰서자 분양 일정 지연으로 장기적인 공급난 우려가 나온다. 정부에서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통해 공급 활성화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민간 도시정비사업은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으로 사업 일정을 간소화하는 등 비용 효율성을 정책적으로 도모해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형태일 수밖에 없다"면서 "시장 여건이 좋아져야 하는 데 제도 개선을 통해서는 시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장은 미분양 물량이 많아 현재 시점에서는 여러가지 공급 관련 악화 신호가 큰 문제로 안느껴질 수 있다"면서 "그러나 결국 거래량이 증가하고 어느 시점에서 미분양 물량이 소진됐을 때를 생각해서 미리 공급부족을 대비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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