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풍에 돛을 달았던 대우건설 '백정완호'가 부동산 침체라는 역풍 속에서도 순조로운 항해를 이어가고 있다. 험난한 파고에 매서웠던 기세가 꺾일 수 있는 지점이었다. 역풍에 대비해 일찍이 해외사업 확대의 힘을 쏟는 등 항로를 고쳐나갔으나 요란스럽고 변덕스런 거시경제 환경에서의 운항은 분명 만만치 않다. 올해로 대우건설의 키를 잡은 지 3년째가 된 백정완 대우건설 대표. 백전노장이 방향타를 쥐면서 그간의 오랜 경륜이 경영 기조에 묻어나고 있다. 지난해 초 PF(프로젝트파이낸싱)사업장을 빠르게 정리하면서 예측불가능한 손실 규모를 최소화한 혜안을 보이기도 했던 터다. 그동안 공격적인 사업 전략을 취했던 백 대표지만 임기 마지막해에는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야할 시점이다. 백정완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 (자료=대우건설) ■ 중흥그룹 인수 과정서 화합 견인…대우건설 주택사업 최전성기까지 한양대 건축공학과 학사 출신인 백정완 대표는 내로라하는 업계 베테랑 중 한명이다. 대한민국 건설사를 써내려갔던 대우건설의 성장 과정을 1985년 입사 이후 40년 동안 지켜봤다. 건설업 사이클에 누구보다 맞춤형으로 대응 가능한 풍부한 경험을 갖췄다는 평가다. 2010년 은평뉴타운3지구 C공구아파트 현장소장에 이어 2013년에는 주택사업본부 담당임원, 2016년에 주택사업본부장으로 활약하는 등 전형적인 '주택통'으로 꼽히는 백 대표다. 백 대표의 장점은 임직원들의 신망을 바탕으로 한 온화한 리더십이다. 2022년 중흥그룹의 인수 과정에서 숙제로 꼽혔던 양 측의 화학적 결합은 그해 키를 잡은 백 대표의 지휘 아래 무난하게 이뤄졌다. 특히 대우건설 노조와 중흥그룹의 협상이 난항을 겪을 때 이를 조율했다. 이 같은 리더십를 갖춘 까닭에 중흥그룹과 팀플레이에도 적합한 인재로 꼽혔다. 당시 백 대표의 내정 소식을 전하면서도 대우건설 측은 "백정완 신임 대표 내정자는 중흥그룹의 일원으로서 화합과 구성원들의 자부심을 성장시킬 적임자"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적 면에서는 대우건설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다. 2018년 주택건축사업본부장으로 대우건설 주택건축사업부문 역대 최대 성과를 이끌었던 백 대표는 대표 취임 첫해였던 2022년 창사이래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0조4192억원, 76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3% 증가했다. 특히나 2022년 대우건설의 도시정비 수주도 창사 이래 처음으로 5조원을 넘어섰다. 도시정비 수주를 크게 늘리면서 주택건축 부문 수주가 10조5963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전체 신규 수주도 14조1295억원으로 전년 대비 27.5% 급증했다. 지난 1월 대우건설 백정완 사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나이지리아 국영석유공사(NNPC) 총괄 CEO와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모습. (자료=대우건설) ■ 한발 빨랐던 부동산 침체 대응, 해외사업 확대 성과 빛날까 건설업계에는 올해 들어 회자되는 사건이 하나 있다. 대우건설이 지난해 2월 울산의 한 주상복합 사업장에서 손을 뗀 일이다. 당시 대우건설은 시공사로 참여하면서 440억원 규모의 후순위 브릿지론 연대보증에 섰으나 이를 손실로 다 떠안으면서 시공권을 포기했다. 당장의 손해를 보더라도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추가적인 손실이나 리스크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후 부동산 침체 국면이 깊어지고 건설업계의 PF 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됐다. 이 같은 흐름을 예상하고 정확하고 빠른 수술로 고름을 드러낸 셈이다. 백정완 대표는 주택사업의 순항 속에서도 안주하지 않고 UAM(도심항공교통) 시장과 신재생에너지 시장에 문을 두드리는 등 신사업 영역 확장을 꾀했다. 더불어 북아프리카와 중동 등 거점국가를 중심으로 해외 수주를 늘리고 투르크메니스탄과 같은 중앙아시아 지역 등으로 발을 넓혔다. 덕분에 해외매출도 2021년 1조773억원에서 2022년에는 1조원 이상 늘어난 2조7792억원을 기록했다. 그 이듬해에도 해외매출은 2조9289억원으로 소폭 늘었다. 다만 실적 호조를 이어나가기는 어려운 환경이다. 대우건설의 지난해 전체 매출은 11조6478억원으로 전년 대비 11.8%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이 6625억원으로 12.8%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5.7% 수준이다. 올해 첫 분기 성적표도 시장 기대치보다 낮았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4.6%, 35% 감소한 2조4873억원, 1148억원에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백 대표 체제에서 쌓은 해외 수주 확장 모멘텀에 주목하고 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대우건설은 올해 중순부터 기대할 수 있는 해외 수주 이벤트가 많다"며 "투르크메니스탄 비료공장과 체코 원전 우협 선정이 기대되고 이라크 해군기지 사업, 리비아 인프라 복구 등 토목 부문에서의 수주도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백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을 내다봤다. 그는 "앞으로는 뉴노멀을 넘어 초 불확실성의 '무(無)노멀' 시대가 온다고 한다"면서 "건설 산업은 고금리, 고물가로 사업 환경이 더욱 어려워지고 원가는 높은 수준으로 고착화 되며 사업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백 대표는 "연은 순풍이 아니라 역풍에 가장 높이 난다"면서 성장에 대한 의지를 포기하지 않았다. 역풍 속에서도 순항할 수 있는 베테랑의 항해술이 절실한 시점이다.

[CEO열전] 백정완 대우건설 대표, 거센 파고에 진가 발휘하는 노련한 선장

중흥그룹 인수 과정 화합 견인하고 주택사업 최전성기 이끌어
부동산 경기, 침체 국면 장기화…해외 사업 등 활로 찾기 분주

정지수 기자 승인 2024.05.09 15:53 | 최종 수정 2024.05.10 07:56 의견 0

순풍에 돛을 달았던 대우건설 '백정완호'가 부동산 침체라는 역풍 속에서도 순조로운 항해를 이어가고 있다. 험난한 파고에 매서웠던 기세가 꺾일 수 있는 지점이었다. 역풍에 대비해 일찍이 해외사업 확대의 힘을 쏟는 등 항로를 고쳐나갔으나 요란스럽고 변덕스런 거시경제 환경에서의 운항은 분명 만만치 않다.

올해로 대우건설의 키를 잡은 지 3년째가 된 백정완 대우건설 대표. 백전노장이 방향타를 쥐면서 그간의 오랜 경륜이 경영 기조에 묻어나고 있다. 지난해 초 PF(프로젝트파이낸싱)사업장을 빠르게 정리하면서 예측불가능한 손실 규모를 최소화한 혜안을 보이기도 했던 터다. 그동안 공격적인 사업 전략을 취했던 백 대표지만 임기 마지막해에는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야할 시점이다.

백정완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 (자료=대우건설)

■ 중흥그룹 인수 과정서 화합 견인…대우건설 주택사업 최전성기까지

한양대 건축공학과 학사 출신인 백정완 대표는 내로라하는 업계 베테랑 중 한명이다. 대한민국 건설사를 써내려갔던 대우건설의 성장 과정을 1985년 입사 이후 40년 동안 지켜봤다. 건설업 사이클에 누구보다 맞춤형으로 대응 가능한 풍부한 경험을 갖췄다는 평가다.

2010년 은평뉴타운3지구 C공구아파트 현장소장에 이어 2013년에는 주택사업본부 담당임원, 2016년에 주택사업본부장으로 활약하는 등 전형적인 '주택통'으로 꼽히는 백 대표다.

백 대표의 장점은 임직원들의 신망을 바탕으로 한 온화한 리더십이다. 2022년 중흥그룹의 인수 과정에서 숙제로 꼽혔던 양 측의 화학적 결합은 그해 키를 잡은 백 대표의 지휘 아래 무난하게 이뤄졌다. 특히 대우건설 노조와 중흥그룹의 협상이 난항을 겪을 때 이를 조율했다.

이 같은 리더십를 갖춘 까닭에 중흥그룹과 팀플레이에도 적합한 인재로 꼽혔다. 당시 백 대표의 내정 소식을 전하면서도 대우건설 측은 "백정완 신임 대표 내정자는 중흥그룹의 일원으로서 화합과 구성원들의 자부심을 성장시킬 적임자"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적 면에서는 대우건설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다. 2018년 주택건축사업본부장으로 대우건설 주택건축사업부문 역대 최대 성과를 이끌었던 백 대표는 대표 취임 첫해였던 2022년 창사이래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0조4192억원, 76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3% 증가했다.

특히나 2022년 대우건설의 도시정비 수주도 창사 이래 처음으로 5조원을 넘어섰다. 도시정비 수주를 크게 늘리면서 주택건축 부문 수주가 10조5963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전체 신규 수주도 14조1295억원으로 전년 대비 27.5% 급증했다.

지난 1월 대우건설 백정완 사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나이지리아 국영석유공사(NNPC) 총괄 CEO와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모습. (자료=대우건설)

■ 한발 빨랐던 부동산 침체 대응, 해외사업 확대 성과 빛날까

건설업계에는 올해 들어 회자되는 사건이 하나 있다. 대우건설이 지난해 2월 울산의 한 주상복합 사업장에서 손을 뗀 일이다. 당시 대우건설은 시공사로 참여하면서 440억원 규모의 후순위 브릿지론 연대보증에 섰으나 이를 손실로 다 떠안으면서 시공권을 포기했다. 당장의 손해를 보더라도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추가적인 손실이나 리스크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후 부동산 침체 국면이 깊어지고 건설업계의 PF 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됐다. 이 같은 흐름을 예상하고 정확하고 빠른 수술로 고름을 드러낸 셈이다.

백정완 대표는 주택사업의 순항 속에서도 안주하지 않고 UAM(도심항공교통) 시장과 신재생에너지 시장에 문을 두드리는 등 신사업 영역 확장을 꾀했다. 더불어 북아프리카와 중동 등 거점국가를 중심으로 해외 수주를 늘리고 투르크메니스탄과 같은 중앙아시아 지역 등으로 발을 넓혔다.

덕분에 해외매출도 2021년 1조773억원에서 2022년에는 1조원 이상 늘어난 2조7792억원을 기록했다. 그 이듬해에도 해외매출은 2조9289억원으로 소폭 늘었다.

다만 실적 호조를 이어나가기는 어려운 환경이다. 대우건설의 지난해 전체 매출은 11조6478억원으로 전년 대비 11.8%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이 6625억원으로 12.8%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5.7% 수준이다.

올해 첫 분기 성적표도 시장 기대치보다 낮았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4.6%, 35% 감소한 2조4873억원, 1148억원에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백 대표 체제에서 쌓은 해외 수주 확장 모멘텀에 주목하고 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대우건설은 올해 중순부터 기대할 수 있는 해외 수주 이벤트가 많다"며 "투르크메니스탄 비료공장과 체코 원전 우협 선정이 기대되고 이라크 해군기지 사업, 리비아 인프라 복구 등 토목 부문에서의 수주도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백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을 내다봤다. 그는 "앞으로는 뉴노멀을 넘어 초 불확실성의 '무(無)노멀' 시대가 온다고 한다"면서 "건설 산업은 고금리, 고물가로 사업 환경이 더욱 어려워지고 원가는 높은 수준으로 고착화 되며 사업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백 대표는 "연은 순풍이 아니라 역풍에 가장 높이 난다"면서 성장에 대한 의지를 포기하지 않았다. 역풍 속에서도 순항할 수 있는 베테랑의 항해술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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