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사 지가 하믄 로맨스고 남이 하믄 스캔달이라 카기도 하고" 이문열은 1987년 발표한 단편소설 '구로 아리랑'에서 이 같은 문장을 썼다. 80년대에도 찾아볼 수 있는 '내로남불' 표현은 90년대 정계 유행어로까지 자리잡는다. 신한국당 소속 박희태 의원이 96년 "야당의 주장은 내가 바람을 피우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언론에 소개되면서다. '내로남불'은 그렇게 한동안 일상적인 생활에서는 물론 정계에서도 소비됐다. 그렇게 사장되지 않고 생명력을 이어가던 해당 표현은 지난해 '공정'이라는 단어가 부각되자 사자성어로까지 탄생했다. 아시타비(我是他非).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사자성어 중 신조어 격이다. 지난 2020년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가 되는 등 '내로남불'은 시대적 화두가 됐다. '내로남불'은 공정과 어울리기 힘든 단어다. 공정에 민감한 현 세대, '내로남불'에 대한 비난 수위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시점이다. 올해도 정계 인물의 '내로남불'을 두고 여론은 가차 없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 후보자로 나섰다가 사퇴한 김현아 후보도 결국 '내로남불' 논란에 발목 잡혔다. 자유한국당(지금의 국민의힘) 국회의원 시절인 2020년 서울의 반포 아파트를 두고 청주집을 팔겠다고 한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에게 비난의 화살을 보냈다. 그는 노 전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청주집보다 반포집이 낫고, 반포집보다 청와대가 낫다는 것이냐"며 "2주택일 때 싼 주택을 먼저 파는 것도 절세 전략이긴 하다"고 비꼬았다. 청와대 내 다주택자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던 김 후보자도 결국은 다주택자라는 사실. 여기에 서울 집이 아닌 부산 집을 팔겠다고 한 입장까지 더해지면서 내로남불의 끝판왕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결국 서울집 대신 청주집을 판 노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다를 바가 없다.

[정지수의 랜드마크] 결국 ‘내로남불’은 안된다

정지수 기자 승인 2021.08.02 14:18 의견 2

"하기사 지가 하믄 로맨스고 남이 하믄 스캔달이라 카기도 하고"

이문열은 1987년 발표한 단편소설 '구로 아리랑'에서 이 같은 문장을 썼다. 80년대에도 찾아볼 수 있는 '내로남불' 표현은 90년대 정계 유행어로까지 자리잡는다. 신한국당 소속 박희태 의원이 96년 "야당의 주장은 내가 바람을 피우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언론에 소개되면서다.

'내로남불'은 그렇게 한동안 일상적인 생활에서는 물론 정계에서도 소비됐다. 그렇게 사장되지 않고 생명력을 이어가던 해당 표현은 지난해 '공정'이라는 단어가 부각되자 사자성어로까지 탄생했다.

아시타비(我是他非).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사자성어 중 신조어 격이다. 지난 2020년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가 되는 등 '내로남불'은 시대적 화두가 됐다.

'내로남불'은 공정과 어울리기 힘든 단어다. 공정에 민감한 현 세대, '내로남불'에 대한 비난 수위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시점이다.

올해도 정계 인물의 '내로남불'을 두고 여론은 가차 없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 후보자로 나섰다가 사퇴한 김현아 후보도 결국 '내로남불' 논란에 발목 잡혔다. 자유한국당(지금의 국민의힘) 국회의원 시절인 2020년 서울의 반포 아파트를 두고 청주집을 팔겠다고 한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에게 비난의 화살을 보냈다.

그는 노 전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청주집보다 반포집이 낫고, 반포집보다 청와대가 낫다는 것이냐"며 "2주택일 때 싼 주택을 먼저 파는 것도 절세 전략이긴 하다"고 비꼬았다.

청와대 내 다주택자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던 김 후보자도 결국은 다주택자라는 사실. 여기에 서울 집이 아닌 부산 집을 팔겠다고 한 입장까지 더해지면서 내로남불의 끝판왕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결국 서울집 대신 청주집을 판 노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다를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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