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의 '크러시 플래그십 스토어' 전경. 사진=김성준 기자 롯데칠성음료가 공들여 준비해 온 맥주 신제품이 최근 베일을 벗었습니다. ‘4세대 맥주’를 표방한 ‘크러시(Krush)’인데요. 제품명에는 ‘부수다’라는 뜻의 영단어 크러시(Crush)에 클라우드 헤리티지를 응축한 알파벳 ‘K’를 더해 ‘낡은 관습을 부수고 새로움으로 매혹한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이번 신제품은 당초 클라우드를 전면 리뉴얼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기존 제품과 차별화를 강조해서인지 이름까지 새롭게 바꿔 달았습니다. 이름까지 바꾼 만큼 롯데칠성음료는 겨울로 접어드는 시기에 호기롭게 맥주 신제품을 내놓으며 ‘맥주 성수기=여름’이란 공식부터 부쉈습니다. 제품 면에서도 새로움을 추구하는 젊은 소비자를 겨냥해 맥주 소비를 통해서도 개인의 취향을 드러낼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로 기존 맥주들과는 차별화했다는 설명입니다. 최근에는 출시에 발맞춰 Z세대와 가까운 곳에서 소통하기 위해 홍익대 인근에 플래그십 스토어도 열었는데요. ‘크러시’의 정체성을 담은 매장에서 신제품을 직접 살펴봤습니다. '크러시'와 전용잔, 테이블 위에 비치된 각종 소품의 모습. 사진=김성준 기자 ‘4세대 맥주’라고 하면 의아한 분들이 더욱 많을 것입니다. 맥주에도 세대를 나누는 기준이 있었나 싶죠. 사실 엄밀한 기준이 있다기보다는 ‘크러시’가 기존 맥주와 선을 긋는 새로운 맥주라는 점을 강조하는 의미가 더 크다고 합니다. ‘새롭다’는 것은 크러시의 병 디자인에서부터 드러나는데요. 경쟁사에서 각각 도입했던 투명한 병과 디자인적 요소를 모두 접목했습니다. 눈에 띄는 특징은 병의 ‘어깨’ 부분이 없다는 점이죠. 덕분에 병 입구에서부터 바닥까지 유려한 라인이 매끄럽게 떨어지는 디자인입니다. 여기에 빙산을 모티브로 한 무늬가 새겨져 마치 크리스탈 샴페인 잔을 연상시킵니다. 내용물이 그대로 비치는 투명한 병은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느낌을 줍니다. 플래그십 스토어 곳곳에서도 이런 크러시의 디자인적 요소가 가미된 인테리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천장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잔뜩 걸려있는 샹들리에와 조명에서부터 테이블 위에 놓인 빙산과 크리스탈 장식까지 곳곳에 숨겨진 디테일 찾아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주점에서 중요한 건 아무래도 어떤 안주를 파느냐 겠죠. 젊은 소비자 공략을 목표로 내세운 만큼 튀김류와 볶음류, 탕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안주가 준비돼 있었고 가격대도 대체로 저렴한 편이었습니다. 짧은 고민 끝에 맥주와 궁합이 좋아 보이는 ‘쟌슨빌 소세지와 감자튀김’을 시켰습니다. 크러시 플래그십 스토에서 판매하는 '쟌슨빌 소세지&감자튀김'. 사진=김성준 기자 안주가 나왔으니 맥주맛을 볼 차례입니다. 일단 잔에 따르면서 생기는 거품은 딱 적당한 정도로 너무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았습니다. 따르는 방법에 따라서 좀 더 풍성한 거품도 낼 수 있을 것 같네요. 올몰트 맥주(다른 첨가물 없이 맥아만을 사용한 맥주)인 만큼 마시기 전부터 은은한 홉향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차가운 맥주를 한 모금 머금어 봤습니다. 첫맛은 굉장히 시원했습니다. 이상한 표현 같지만 맥주의 온도를 떠나 청량한 맛이 맥주의 시원함을 더 강조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뒤이어 강렬한 탄산감이 따라왔는데요. 탄산감과 함께 진한 홉향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만 향이 묵직하기보다는 가벼운 편에 가까웠습니다. 반면 씁쓸한 맛은 거의 나지 않았는데요. 마지막에 혀끝에 쓴맛이 조금 남긴 했지만, 홉 잔향이 더해져 크게 두드러질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시원함과 청량감, 씁쓸한 끝맛이 없다는 점 덕분에 짭짤한 안주는 물론 매콤한 음식을 먹은 뒤 입가심으로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전체적으로 페일 라거의 깔끔한 맛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올몰트 맥주 특유의 홉향을 가볍게 담았습니다. 타제품과의 차이라면 홉향이 좀 더 신선하게 느껴진다는 점 정도입니다. 좋게 말하면 호불호가 덜 갈리는 맛이고, 나쁘게 말하면 특색없는 맛이죠. 맥주가 가진 고유한 개성을 중요시하는 맥주 애호가들에게는 심심하고 밍밍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맥주 시장에서 페일 라거가 주류를 이루는 것은 그만큼 대중적인 입맛에 맞기 때문일 겁니다. 앞서 클라우드가 출시 초기 묵직한 홉향으로 인기를 끌었음에도 그 기세를 꾸준히 유지하진 못했던 만큼, 크러시는 대중적인 입맛에 좀 더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입니다. 어느 음식과도 부담 없이 곁들여 먹을 수 있다는 점은 맥주가 가진 중요한 강점이겠죠. 올해 국내 맥주 시장은 연이은 제품 리뉴얼과 신제품 출시로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는데요. 과연 묵직함을 벗어 던진 크러시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해야겠습니다.

[김성준의 도시락] '맥주 성수기=여름' 통념 깬 '크러시', MZ홀릭 스타트

롯데칠성음료, 맥주 신제품 '크러시' 출시하고 홍대에 플래그십스토어 운영
기존 맥주와 차별화된 '4세대 맥주' 표방…젊은 소비자 적극 공략
병 디자인부터 맛까지 '청량감' 강조…한층 가벼워진 올몰트 맥주

김성준 기자 승인 2023.12.12 16:55 의견 0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의 '크러시 플래그십 스토어' 전경. 사진=김성준 기자

롯데칠성음료가 공들여 준비해 온 맥주 신제품이 최근 베일을 벗었습니다. ‘4세대 맥주’를 표방한 ‘크러시(Krush)’인데요. 제품명에는 ‘부수다’라는 뜻의 영단어 크러시(Crush)에 클라우드 헤리티지를 응축한 알파벳 ‘K’를 더해 ‘낡은 관습을 부수고 새로움으로 매혹한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이번 신제품은 당초 클라우드를 전면 리뉴얼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기존 제품과 차별화를 강조해서인지 이름까지 새롭게 바꿔 달았습니다.

이름까지 바꾼 만큼 롯데칠성음료는 겨울로 접어드는 시기에 호기롭게 맥주 신제품을 내놓으며 ‘맥주 성수기=여름’이란 공식부터 부쉈습니다. 제품 면에서도 새로움을 추구하는 젊은 소비자를 겨냥해 맥주 소비를 통해서도 개인의 취향을 드러낼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로 기존 맥주들과는 차별화했다는 설명입니다. 최근에는 출시에 발맞춰 Z세대와 가까운 곳에서 소통하기 위해 홍익대 인근에 플래그십 스토어도 열었는데요. ‘크러시’의 정체성을 담은 매장에서 신제품을 직접 살펴봤습니다.

'크러시'와 전용잔, 테이블 위에 비치된 각종 소품의 모습. 사진=김성준 기자

‘4세대 맥주’라고 하면 의아한 분들이 더욱 많을 것입니다. 맥주에도 세대를 나누는 기준이 있었나 싶죠. 사실 엄밀한 기준이 있다기보다는 ‘크러시’가 기존 맥주와 선을 긋는 새로운 맥주라는 점을 강조하는 의미가 더 크다고 합니다. ‘새롭다’는 것은 크러시의 병 디자인에서부터 드러나는데요. 경쟁사에서 각각 도입했던 투명한 병과 디자인적 요소를 모두 접목했습니다.

눈에 띄는 특징은 병의 ‘어깨’ 부분이 없다는 점이죠. 덕분에 병 입구에서부터 바닥까지 유려한 라인이 매끄럽게 떨어지는 디자인입니다. 여기에 빙산을 모티브로 한 무늬가 새겨져 마치 크리스탈 샴페인 잔을 연상시킵니다. 내용물이 그대로 비치는 투명한 병은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느낌을 줍니다.

플래그십 스토어 곳곳에서도 이런 크러시의 디자인적 요소가 가미된 인테리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천장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잔뜩 걸려있는 샹들리에와 조명에서부터 테이블 위에 놓인 빙산과 크리스탈 장식까지 곳곳에 숨겨진 디테일 찾아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주점에서 중요한 건 아무래도 어떤 안주를 파느냐 겠죠. 젊은 소비자 공략을 목표로 내세운 만큼 튀김류와 볶음류, 탕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안주가 준비돼 있었고 가격대도 대체로 저렴한 편이었습니다. 짧은 고민 끝에 맥주와 궁합이 좋아 보이는 ‘쟌슨빌 소세지와 감자튀김’을 시켰습니다.

크러시 플래그십 스토에서 판매하는 '쟌슨빌 소세지&감자튀김'. 사진=김성준 기자

안주가 나왔으니 맥주맛을 볼 차례입니다. 일단 잔에 따르면서 생기는 거품은 딱 적당한 정도로 너무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았습니다. 따르는 방법에 따라서 좀 더 풍성한 거품도 낼 수 있을 것 같네요. 올몰트 맥주(다른 첨가물 없이 맥아만을 사용한 맥주)인 만큼 마시기 전부터 은은한 홉향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차가운 맥주를 한 모금 머금어 봤습니다. 첫맛은 굉장히 시원했습니다. 이상한 표현 같지만 맥주의 온도를 떠나 청량한 맛이 맥주의 시원함을 더 강조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뒤이어 강렬한 탄산감이 따라왔는데요. 탄산감과 함께 진한 홉향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만 향이 묵직하기보다는 가벼운 편에 가까웠습니다. 반면 씁쓸한 맛은 거의 나지 않았는데요. 마지막에 혀끝에 쓴맛이 조금 남긴 했지만, 홉 잔향이 더해져 크게 두드러질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시원함과 청량감, 씁쓸한 끝맛이 없다는 점 덕분에 짭짤한 안주는 물론 매콤한 음식을 먹은 뒤 입가심으로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전체적으로 페일 라거의 깔끔한 맛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올몰트 맥주 특유의 홉향을 가볍게 담았습니다. 타제품과의 차이라면 홉향이 좀 더 신선하게 느껴진다는 점 정도입니다. 좋게 말하면 호불호가 덜 갈리는 맛이고, 나쁘게 말하면 특색없는 맛이죠. 맥주가 가진 고유한 개성을 중요시하는 맥주 애호가들에게는 심심하고 밍밍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맥주 시장에서 페일 라거가 주류를 이루는 것은 그만큼 대중적인 입맛에 맞기 때문일 겁니다.

앞서 클라우드가 출시 초기 묵직한 홉향으로 인기를 끌었음에도 그 기세를 꾸준히 유지하진 못했던 만큼, 크러시는 대중적인 입맛에 좀 더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입니다. 어느 음식과도 부담 없이 곁들여 먹을 수 있다는 점은 맥주가 가진 중요한 강점이겠죠. 올해 국내 맥주 시장은 연이은 제품 리뉴얼과 신제품 출시로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는데요. 과연 묵직함을 벗어 던진 크러시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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