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BS 연예대상 캡처 29일을 마지막으로 지상파 3사의 연예대상이 모두 마무리 됐다. 가장 먼저 KBS가 21일 포문을 열었고, SBS는 28일, MBC는 29일에 진행됐다. KBS 연예대상의 대상은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아빠들이 단체로 수상하였으며 SBS 연예대상에서는 ‘런닝맨’의 유재석이, MBC 연예대상에서는 ‘나 혼자 산다’의 박나래가 수상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상파 3사의 시상식은 기대감보다는 실망감을 주는 행사로 여겨진 지 오래다. 대상 후보들이 직접 “돌려먹기 식으로 상을 주고 있다” “대상 줘도 안 받는다”고 말할 정도로 시상 부문을 늘려 온갖 상을 만들어내고, 공동 수상을 남발한다. 더구나 ‘챙겨주기’에 가까운 경우가 많아 연말 행사를 대대적으로 손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KBS,SBS 연예대상 캡처 ◆갈 곳 잃은 트로피, KBS·SBS의 현주소  KBS는 예상대로 ‘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돌)의 아빠들에게 대상을 안겨줬다.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수상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슈돌’을 제외하면 KBS에 ‘대상 감’이 없다. 내세울 것 없는 한 해를 보낸 KBS에서 유일하게 체면치레를 한 프로그램에 ‘슈돌’이다. 그마저도 프로그램에 오랜 기간 함께 했던 이동국을 수상자에서 제외하며 논란을 키웠다.  SBS는 ‘상 나눠먹기’의 정석을 보여줬다. 사실 올 한해 SBS는 백종원이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 ‘맛남의 광장’ 등 백종원 의존도가 높아졌다. 몇 해째 SBS 대상에 백종원이 거론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백종원은 스스로 ‘연예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상을 거부한다지만, 그렇게 되면 사실상 트로피는 주인을 잃게 된다. 결국 이 트로피는 9년차 ‘런닝맨’ 유재석에게 돌아갔다.  특히 SBS에서는 대상 후보들이 하나 같이 대상 수상에 손사래를 쳤다. 신동엽은 대상을 준다고 하더라도 바닥에 내던지고 발로 밟아 버리겠다고 말했고, 백종원도 상을 거부했다. 특히 이승기는 “지금 우리 프로그램 테이블에 상이 4개다. 이건 한 프로그램이 받을 수 있는 최대치”라고 말할 정도로 상을 남발하는 SBS였다.   사진=MBC 연예대상 캡처 ◆예능계 MBC의 압승, 더 ‘훈훈’했던 이유  시상식을 통해 돌아본 2019 예능계는 MBC의 압승이다. 무엇보다 간판 프로그램들의 대상 돌려막기 식의 시상이 이어졌던 타사 시상에 비해 선명한 경쟁구도가 존재했다. 꾸준한 화제성을 보여주는 ‘나 혼자 산다’의 박나래와 김태호 PD의 새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이었다.  또 MBC는 여성 예능인들에 대한 고른 시상도 돋보였다. 송은이, 김숙, 안영미, 홍현희, 장도연 등은 지상파 3사에서 꾸준히, 고른 활동을 해왔지만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들이 “몇 십년 만에 처음으로 시상식에서 상을 받았다”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시청자들도 깜짝 놀랐다. 이는 그동안 예능계에서 여성 예능인들에 대한 인정이 얼마나 야박했었는지를 보여준다.  ◆김구라가 쏘아올린 ‘연예대상’ 통폐합  “나 이 얘기 꼭 하고 싶었어”  이번 2019 연예대상의 하이라이트는 김구라의 작심발언이었다. 김구라는 SBS 연예대상에서 “내가 (대상 후보가 된 것이)납득이 안 되는데 시청자들이 납득할까 걱정이다. 방송은 어쨌든 구색 맞추려고 (대상후보에)8명을 넣은 것 같다”며 “이름은 밝히지 않겠지만, 연예대상도 물갈이를 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나 같은 사람 빼고 신동엽, 백종원, 유재석 정도만 대상 후보를 하는 게 긴장감이 있다”고 말했다. 또 김구라는 “5, 10년 된 국민 프로그램이 많다 보니 돌려먹기 식으로 상을 받고 있다”며 “지상파 3사 예능본부장들이 만나서 (해마다)번갈아 가면서 (시상식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미 오래 전부터 지상파 3사의 연말 시상식에 대한 문제는 지적되어 왔다. 이미 객관성과 공정성은 사라진지 오래고, ‘상 쪼개기’를 통해 여느 회사의 종무식과 다를 바 없는 분위기를 연출했던 것도 사실이다. 연예인들도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었다. 긴장감 없이 상을 나눠먹는 이런 분위기에 참여해 ‘억지웃음’을 짓고 있어야 하는 처지도 난감할 터다. 결국 연예인에게나 시청자에게나 연말 시상식이 ‘민폐’가 되고 있다는 소리다.  “광고 때문에 이러는 거 압니다”라는 김구라의 말은 굳이 영양가 없이 시상식을 강행하는 방송사들의 정곡을 찔렀다. 시상식 통폐합이 이뤄진다면 광고 수익도 나눠먹는 꼴이 된다. 하지만 통폐합이 된다면 최소한 땅에 떨어진 위상을 조금은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방송사들도 ‘종무식’보다 못한 시상식을 이어가는 것보다 건강한 경쟁, 밀도 있는 시상식을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

[방송 초점] 지상파 3사 연예대상, 땅바닥에 떨어진 상의 가치

‘나눠먹기’식 시상식, 2020년엔 변화 있을까

박정선 기자 승인 2019.12.31 09:52 | 최종 수정 2020.01.06 16:30 의견 0
사진=SBS 연예대상 캡처

29일을 마지막으로 지상파 3사의 연예대상이 모두 마무리 됐다. 가장 먼저 KBS가 21일 포문을 열었고, SBS는 28일, MBC는 29일에 진행됐다. KBS 연예대상의 대상은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아빠들이 단체로 수상하였으며 SBS 연예대상에서는 ‘런닝맨’의 유재석이, MBC 연예대상에서는 ‘나 혼자 산다’의 박나래가 수상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상파 3사의 시상식은 기대감보다는 실망감을 주는 행사로 여겨진 지 오래다. 대상 후보들이 직접 “돌려먹기 식으로 상을 주고 있다” “대상 줘도 안 받는다”고 말할 정도로 시상 부문을 늘려 온갖 상을 만들어내고, 공동 수상을 남발한다. 더구나 ‘챙겨주기’에 가까운 경우가 많아 연말 행사를 대대적으로 손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KBS,SBS 연예대상 캡처

◆갈 곳 잃은 트로피, KBS·SBS의 현주소 

KBS는 예상대로 ‘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돌)의 아빠들에게 대상을 안겨줬다.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수상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슈돌’을 제외하면 KBS에 ‘대상 감’이 없다. 내세울 것 없는 한 해를 보낸 KBS에서 유일하게 체면치레를 한 프로그램에 ‘슈돌’이다. 그마저도 프로그램에 오랜 기간 함께 했던 이동국을 수상자에서 제외하며 논란을 키웠다. 

SBS는 ‘상 나눠먹기’의 정석을 보여줬다. 사실 올 한해 SBS는 백종원이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 ‘맛남의 광장’ 등 백종원 의존도가 높아졌다. 몇 해째 SBS 대상에 백종원이 거론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백종원은 스스로 ‘연예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상을 거부한다지만, 그렇게 되면 사실상 트로피는 주인을 잃게 된다. 결국 이 트로피는 9년차 ‘런닝맨’ 유재석에게 돌아갔다. 

특히 SBS에서는 대상 후보들이 하나 같이 대상 수상에 손사래를 쳤다. 신동엽은 대상을 준다고 하더라도 바닥에 내던지고 발로 밟아 버리겠다고 말했고, 백종원도 상을 거부했다. 특히 이승기는 “지금 우리 프로그램 테이블에 상이 4개다. 이건 한 프로그램이 받을 수 있는 최대치”라고 말할 정도로 상을 남발하는 SBS였다.  

사진=MBC 연예대상 캡처

◆예능계 MBC의 압승, 더 ‘훈훈’했던 이유 

시상식을 통해 돌아본 2019 예능계는 MBC의 압승이다. 무엇보다 간판 프로그램들의 대상 돌려막기 식의 시상이 이어졌던 타사 시상에 비해 선명한 경쟁구도가 존재했다. 꾸준한 화제성을 보여주는 ‘나 혼자 산다’의 박나래와 김태호 PD의 새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이었다. 

또 MBC는 여성 예능인들에 대한 고른 시상도 돋보였다. 송은이, 김숙, 안영미, 홍현희, 장도연 등은 지상파 3사에서 꾸준히, 고른 활동을 해왔지만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들이 “몇 십년 만에 처음으로 시상식에서 상을 받았다”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시청자들도 깜짝 놀랐다. 이는 그동안 예능계에서 여성 예능인들에 대한 인정이 얼마나 야박했었는지를 보여준다. 

◆김구라가 쏘아올린 ‘연예대상’ 통폐합 

“나 이 얘기 꼭 하고 싶었어” 

이번 2019 연예대상의 하이라이트는 김구라의 작심발언이었다. 김구라는 SBS 연예대상에서 “내가 (대상 후보가 된 것이)납득이 안 되는데 시청자들이 납득할까 걱정이다. 방송은 어쨌든 구색 맞추려고 (대상후보에)8명을 넣은 것 같다”며 “이름은 밝히지 않겠지만, 연예대상도 물갈이를 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나 같은 사람 빼고 신동엽, 백종원, 유재석 정도만 대상 후보를 하는 게 긴장감이 있다”고 말했다. 또 김구라는 “5, 10년 된 국민 프로그램이 많다 보니 돌려먹기 식으로 상을 받고 있다”며 “지상파 3사 예능본부장들이 만나서 (해마다)번갈아 가면서 (시상식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미 오래 전부터 지상파 3사의 연말 시상식에 대한 문제는 지적되어 왔다. 이미 객관성과 공정성은 사라진지 오래고, ‘상 쪼개기’를 통해 여느 회사의 종무식과 다를 바 없는 분위기를 연출했던 것도 사실이다. 연예인들도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었다. 긴장감 없이 상을 나눠먹는 이런 분위기에 참여해 ‘억지웃음’을 짓고 있어야 하는 처지도 난감할 터다. 결국 연예인에게나 시청자에게나 연말 시상식이 ‘민폐’가 되고 있다는 소리다. 

“광고 때문에 이러는 거 압니다”라는 김구라의 말은 굳이 영양가 없이 시상식을 강행하는 방송사들의 정곡을 찔렀다. 시상식 통폐합이 이뤄진다면 광고 수익도 나눠먹는 꼴이 된다. 하지만 통폐합이 된다면 최소한 땅에 떨어진 위상을 조금은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방송사들도 ‘종무식’보다 못한 시상식을 이어가는 것보다 건강한 경쟁, 밀도 있는 시상식을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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