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와 노조와의 갈등이 극심해지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홈플러스 사측과 노동조합(이하 노조)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최근 홈플러스는 이례적으로 노조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진행 중인 자산유동화를 노조가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노조는 지난 14일 '홈플러스 사례로 보는 먹튀 사모펀드의 문제점'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노조는 관련 토론회에서 "MBK가 오로지 이윤 창출이라는 사모펀드 존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멀쩡한 홈플러스 매장을 팔았다"며 사측을 맹비난했다.
MBK는 지난 2015년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노조에 따르면 MBK는 이후 홈플러스 부동산을 매각하고 지점을 재임차했다. MBK가 홈플러스의 자산을 5년간 매각해 얻은 비용은 총 2조2000억원에 달한다.
노조 관계자는 “MBK는 7조2000억원 짜리 홈플러스를 2조2000억원 만 내고 5조원을 빌리는 LBO(차입매수) 방식으로 인수했다”며 수 천 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홈플러스가 잘못된 인수방식으로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MBK는 홈플러스 인수 이후 대부분 수익을 차입금 상환과 배당금으로 가져간 반면 인수 당시 약속했던 1조원 투자약속은 지키지 않았다. 이로 인해 홈플러스는 장기발전 투자기금이 고갈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MBK는 차입금과 이자를 갚기 위해 부동산 매각과 폐점에 올인하고 인건비 절약을 위해 직영직원 4357명, 간접고용 5050명 등 총 9400여명의 인력을 감축했다”며 “이제는 흑자 매장조차 부동산 개발용으로 폐점 매각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 3년간의 홈플러스 투자금은 2000억원대로 다른 경쟁사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 지금의 유동성 위기는 투자약속은 내팽개치고 수익 대부분을 빼간 MBK 때문”이라며 “MBK가 1조원 투자약속을 지키면 홈플러스의 위기는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홈플러스는 반박했다. “홈플러스의 생존에 관한 논의를 민주노총 산하 마트산업노동조합이 개입해 2만4000여명 직원의 생활터전을 뒤흔들고 있다”며 입장문을 내놨다.
홈플러스의 지난 2019년 매출은 7조3002억원으로 이전 년도에 비해 4.69% 줄었다. 당기순손실은 5322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자산유동화를 위해 지난 7월 안산점과 대전탄방점에 이어 최근 대전둔산점도 매각을 결정했다.
홈플러스는 “뼈를 깎는 고통으로 부동산시장에 내놓은 대형 점포들의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이후 노조가 매수 기업의 본사 앞에서 계약을 철회하라며 집회를 연다”며 “이미 부동산을 매도한 기업의 노조라는 사람들이 집 앞까지 찾아와서 이미 납부한 수 백 억원 단위의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을 철회하라고 한다. 이는 동네 깡패도 하지 않는 후안무치한 행동"이라고 일갈했다.
홈플러스는 노조가 최근 매각이 확정된 안산점에 대한 개발을 방해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최근 안산시는 일반상업지구 내 주상복합 개발만 제한하는 조례 개정안을 상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 용적률 1100% 자체는 유지해 순수 상가 건물(복합쇼핑몰 등) 신축시 용적률은 종전대로 제한 없이 허용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주거용 공간과 상가건물이 결합된 ‘주상복합’인 경우만 용적률을 제한하는 이례적인 조례다. 홈플러스 노동조합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노조, 그리고 안산시 일부 시민단체의 홈플러스 안산점 매각 반대로 인해 갑작스럽게 상정한 논란의 조례 개정 추진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홈플러스는 노조가 주장하는 홈플러스 주주사 MBK파트너스의 부동산 투기 의혹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사측은 “홈플러스의 자산유동화는 영업활동을 위해 수년간 보유한 당사 자산을 긴급한 유동화 필요에 의해 객관적 가치 및 시세에 따라 진행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정상적인 경제행위의 일환”이라며 “부동산 시세 급상승을 조성하거나 급상승을 기대하고 시세차익을 위해 급매도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한 “노조는 “주주사가 부동산 투기를 한다”는 근거없는 주장만을 일삼으며 주주사 MBK파트너스를 비난하고 있다“며 꼬집었다.
홈플러스는 노조의 인력 구조조정 주장에 대해서도 강력히 비판했다.
사측은 “이미 여러번 자산유동화가 확정된 지점의 모든 직원들의 고용 유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노조는 시종일관 못 믿겠다는 말로 일관해 직원들에게 겁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되려 노조는 또 황금연휴, 명절연휴에도 기습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월급은 올려달라면서 회사가 월급 줄 돈을 못 벌게 하고 있는 셈이다. 회사가 망하면 월급도 못 받는다는 것을 이들은 정녕 모르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장기화와 급성장하는 이커머스에 밀려 홈플러스는 지점 매각이라는 자구책을 시행하고 있다. 추석을 앞둔 시점에서 매출 증대를 고심해야 하고 노조와 원만한 타협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재해 있다.
홈플러스는 노조의 불만에 그동안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야 한계점이 다다른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먹구름이 점점 짙어지는 상황에서 사측과 노조가 모두 웃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수 있을까. 업계에서는 양측이 타협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양측의 싸움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사측과 노사의 대립이 심화될수록 회사의 경쟁력과 고용불안도 점점 커질 공산이 크다. 이미 코로나19와 이커머스 업계의 성장은 홈플러스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유통업계에도 심대한 타격을 미치고 있다.
매장 폐점은 노동자들에게 생업 터전의 상실을 의미한다. 홈플러스가 인근 점포 재배치 등을 통한 재고용은 구두로 약속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불안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일부 점포를 매각한 홈플러스에 윽박지를 수도 없는 상황이다.
현재 양측의 대립은 수학문제보다 풀기 어려울 수 있다.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책은 진정한 대화의 장을 열고 더불어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