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준 전 국세청장 (사지=LH)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공직자는 국민의 최후의 보루"라고 말했다. 임 전 금융위원장이 금융위원회 직원들에게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 보냈던 서신이다.
공교롭게도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 LH 신임 사장으로 임명된 이도 금융권 출신이다. 지난해 12월 이후 4개월 이상 공석이었던 LH 사장 자리에 김현준 전 국세청장이 임명됐다.
LH 사장 자리에 정부 부처 혹은 건설업계 출신이 아닌 인물이 임명된 사례는 최초다. 주택 공급 정책을 이끌어나갈 인사가 부동산 전문가가 아닌 금융권 출신 인사가 임명되면서 안팎에서는 놀랍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부가 이 같은 인사를 단행한 것은 LH 조직을 향한 국민들의 신뢰 회복이 최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신임 사장은 평소 조직 운영에서 공정과 경영혁신을 강조한 만큼 이번 땅 투기 사태 이후 LH를 혁신시킬 적임자로 지목됐다.
일각에서는 전문성의 결여를 지적한다. 아무래도 건설부동산을 잘아는 사람이 들어와 일을 잘하면 조직 신뢰가 자연스럽게 회복되지 않겠냐는 얘기다. 하지만 이번 LH 사태는 전문성의 문제가 아닌 도덕성의 치명적인 결함에서 비롯됐다.
내부에서 김 신임 사장에 대한 지지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방인이나 다름없는 김 신임 사장에게 환영의 뜻과 함께 기대를 거는 것은 그만큼 자성의 목소리가 크다는 방증이다. 또 조직 전체가 비난을 받는 상황에 대한 고충도 엿볼 수 있다.
김 신임 사장에게 주어진 임무는 막중하다. 모두가 LH의 혁신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아무리 LH가 좋은 정책을 내놓더라도 신뢰가 없다면 추진력을 잃을 수 밖에 없다. 공공재개발 등 다양한 주택 정책에서 주민들의 동의는 필수적이다. 주택 정책 성공을 위해서라도 김 신임 사장이 최후의 보루를 다시 세워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