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123대 국정과제를 담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공개했다. 에너지 전환, 산업 구조 개편, 혁신성장 전략까지 굵직한 의제가 총망라된 청사진이다. 하지만 현실적 고려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자칫 실행력 없는 선언으로 그친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기업과 국민에게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화려한 청사진…현실서 작동 가능할까?
정부는 13일 향후 5년간의 국정 운영 청사진을 담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을 공개했다. 잠재성장률 반등, 인공지능(AI) 3대 강국 도약, 에너지고속도로, 인구위기 대응, ‘5극 3특(5개 초광역권·3개 특별자치도)’ 균형성장 등이 핵심 과제다. 정부는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총 210조 원을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계획은 국가비전·3대 국정원칙·5대 국정목표·123대 국정과제 등으로 구성됐다. 국가비전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제시됐다.
■ 전력망은 고속도로가 될까, 아니면 지체될까?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의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 전국 전력망을 초고속·양방향으로 전환하는 ‘에너지고속도로’를 내세웠다. AI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전력 수급을 최적화하고 분산형 전원을 연계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의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 전국 전력망을 초고속·양방향으로 전환하는 ‘에너지고속도로’를 내세웠다. AI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전력 수급을 최적화하고 분산형 전원을 연계하겠다는 구상이다.
2030년까지 태양광·풍력 설비를 78GW 이상 확보하겠다는 목표도 제시됐다. 이는 현재의 두 배를 넘는 수치다. 하지만 막대한 투자비용과 기술적 난관은 여전히 숙제다. 업계 관계자는 “송전망 현대화에는 수십조 원이 소요되지만 정부 예산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민간 투자를 어떻게 끌어낼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 철강·석유화학, 탈탄소 전환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까?
산업 부문에서는 전통 장치산업의 탈탄소 전환이 핵심이다. 철강·석유화학·조선은 한국 수출의 근간이지만, 동시에 탄소 배출의 주범으로 꼽힌다. 특히 내년부터 EU가 본격 시행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한국 수출 산업에 직접적인 부담을 줄 전망이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RE100 산업단지 조성과 탄소중립형 산업 클러스터를 추진한다. 하지만 기업들은 정부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수소환원제철 같은 기술 전환에는 수십 년과 수십조 원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단기적 지원책만으로는 산업 전환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 대전환 선언, 현실은 공수표? 기업과 국민 부담만 늘릴 위험
총 210조 원 투자 계획 중 기후·에너지 분야 예산은 7조 원 수준에 불과하다. 더욱이 국정과제에는 ‘기후환경에너지부’ 신설이나 조직개편 방안이 포함되지 않았다. 에너지 정책은 산업통상자원부, 기후정책은 환경부가 맡는 기존 체계가 유지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명확한 컨트롤타워 부재가 가장 큰 리스크”라며 “부처 간 이해관계 충돌로 실행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다른 변수는 지역 사회 수용성이다. 해상풍력과 태양광 프로젝트가 주민 반대에 막혀 무산된 사례는 이미 수없이 많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중앙정부 주도의 ‘하향식 계획’에서 벗어나, 이익 공유 모델과 주민 협의 구조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은 한국의 산업·에너지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대전환의 선언이다. 하지만 선언만으로는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 예산·조직·기업 투자·지역 사회 협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이번 계획은 또 하나의 선언으로 끝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