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네 '맵단짠 칩킨' 기본 구성품. 사진=김성준 기자
굽네치킨이 지난 17일 신메뉴 ‘맵단짠 칩킨’을 공식 출시했습니다. 굽네치킨은 매운맛과 마라맛 등 자극적인 맛을 선호하는 소비 트렌드가 지속하는 것에 주목해 매콤, 달콤, 짭짤한 맛을 한 번에 담았다고 하는데요. 치킨에 바삭한 식감을 더하기 위해 나쵸 후레이크 칩이 별도로 포함됐습니다. 굽네는 이런 신메뉴의 특징을 메뉴 이름에 직관적으로 풀어냈는데, ‘칩킨’이라는 신조어까지 사용하며 재치를 한 스푼 더했습니다.
굽네치킨은 줄곧 ‘오븐에 구워 건강한’ 치킨을 표방해 왔는데요. 그에 맞는 기름기 빠진 담백한 맛으로 타 치킨 프랜차이즈들과 차별화를 꾀했었죠. ‘건강’을 강조하는 전략을 통해 자극적인 맛을 부담스러워하는 중장년층과 어린아이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면서 오븐구이 치킨의 대표 격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굽네는 ‘오븐구이’라는 정체성은 유지하면서도 ‘담백한 맛’ 외에 다양한 맛의 치킨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가족 고객을 중심으로 한 탄탄한 수요층을 구축한 뒤부터 꾸준히 새로운 시도를 통해 소비층 확대에 나선 덕분입니다. 매니아층을 형성한 ‘고추바사삭’과 ‘치밥’ 열풍을 일으킨 ‘갈비천왕’ 등은 모두 이 과정에서 탄생했죠. 최근 굽네는 Z세대 등 젊은 소비자 공략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데요. 굽네가 자극적인 맛을 선호하는 소비자를 저격하기 위해 선보인 ‘중독적인 맛’은 어떨지 살펴보겠습니다.
◆토핑과 디핑 소스 동봉…첫인상은 ‘고추바사삭’
'맵단짠 칩킨' 모습. '고추 바사삭'과 닮아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맵단짠 칩킨’은 기본 ‘뼈 치킨’ 외에도 ‘순살’, ‘윙봉’과 ‘통다리’ 등 다양한 옵션을 제공합니다. 뼈와 순살을 놓고 잠시 고민했지만 굽네는 순살에 100% 닭다리살을 사용하는 만큼 순살로 주문했습니다. 굽네는 순살 변경 시 추가되는 가격이 타 브랜드보다 다소 비싼 편이지만, ‘순살파’들 사이에서는 맛과 양 두 측면에서 충분한 값어치를 한다고 평가받고 있기도 하구요.
‘맵단짠 치킨’은 치킨 박스와 나쵸 후레이크 칩인 ‘맵단짠 칩’, 디핑 소스인 ‘요블링 소스’, 치킨무와 콜라로 구성돼있습니다. 치킨을 처음 받아들 때부터 포장박스를 뚫고 자극적인 냄새가 물씬 풍겼는데요. 언뜻 맡아선 고추 바사삭과 차이점을 찾기 힘들 정도로 비슷하게 느껴졌습니다. 토핑과 디핑소스가 함께 구성된 만큼 제품 박스에는 굽네가 추천하는 ‘맛있게 먹는 방법’이 설명돼 있습니다. 후레이크를 뿌린 뒤 디핑 소스에 찍고, 다시 후레이크를 한번 더 찍어 먹는 방법은 앞서 출시했던 ‘마라 고추 바사삭’과 동일하네요.
치킨 박스를 열어보니 냄새만 고추 바사삭과 비슷한 것이 아니라 모습도 닮았습니다. 전체적으로 주홍빛을 띠는 굽네 베이크 치킨 특유의 껍데기에 알알이 박힌 허브까지 ‘고추 바사삭’을 빼다 박았습니다. 토핑과 디핑 소스 없이 먹어보니 맛도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매콤하면서도 짭짤한 맛에 굽네 특유의 허브향이 살짝 감도는데, 조금 밍밍한 고추 바사삭을 먹는 느낌입니다. ‘고추 바사삭과 다른 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합쳐져야 완성되는 맛…취향 따라 먹는 재미 더해
디핑 소스와 나쵸칩 토핑을 두번 찍은 '맵단짠 칩킨'. 사진=김성준 기자
하지만 아직 실망하긴 이릅니다. 동봉된 후레이크 토핑과 디핑 소스가 있으니까요. ‘맵단짠 칩’은 과자를 잘게 부숴놓은 듯한 모습인데, 치킨 본체보다 한결 강한 매운맛과 함께 자극적인 단맛이 느껴졌습니다. ‘요블링 소스’의 경우 꾸덕한 요거트 맛에 레몬 특유의 신맛이 더해져 고소하면서도 시큼한 맛이 났습니다. 매운맛을 중화시키기 위해서인지 경쟁사의 디핑 소스보다는 조금 덜 달면서 꾸덕한 맛이 강조됐는데, 기호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 같네요.
맵단짠 칩은 치킨 위에 가득 뿌려도 남을 정도로 여유로운 양입니다. 남은 칩을 따로 담아 두번 찍어 먹을 때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했습니다. 칩을 한껏 뿌린 치킨을 베어 무니, 누룽지가 오독오독 씹히는 것 같은 바삭한 식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간 굽네 메뉴를 먹을 때면 바삭함에 대한 갈망이 남았는데, ‘맵단짠 칩’은 이를 털어버릴 정도로 충분히 크리스피한 식감을 제공합니다. 바삭한 식감 뒤에는 입안이 조금 얼얼해지는 알싸한 맛이 남습니다. 칩에서 느껴지는 단맛이 매운맛을 잠시 감춰주지만 계속 먹다 보면 매운맛이 계속 강해집니다.
매운맛이 한 번에 확 온다기보단 조금씩 누적되는 느낌이라 중간중간 ‘요블링 소스’를 찍어 먹으면 매운맛을 상당히 잡아줍니다. 소스를 묻힌 뒤 맵단짠 칩을 가득 찍어 먹으면 한결 자극적인 맛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역할도 합니다. 사실 칩을 가득 뿌려도 정작 치킨에 제대로 붙는 양은 많지 않아서 치킨을 떠먹듯 해야 했는데, 요블링 소스를 거의 칩 접착제 용도로 사용해야 했습니다. 치킨의 ‘맵짠’, 후레이크 칩의 ‘맵단’, 요블링의 ‘단짠’이 어우러지면서 맵고 짜면서도, 달다가 매운맛을 내는데 묘하게 중독성이 있습니다.
'맵단짠 칩'(왼쪽)과 '요블링 소스'. 사진=김성준 기자
먹는 내내 손이 바쁘게 움직였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은 있었습니다. 일단 넉넉한 ‘맵단짠 칩’과 비교해 ‘요블링 소스’ 양이 너무 부족하게 느껴졌습니다. 나름 소스를 아껴 먹는다고 했는데도 치킨을 반 정도 먹은 뒤에는 소스가 바닥났는데, 다시 주문한다면 요블링 소스를 추가로 주문해야 할 것 같네요. 기본 소스 양을 좀 더 늘렸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깁니다. 먹는 과정의 번거로움은 세 가지 요소를 조합해 먹는 재미로 넘긴다 해도, 사방으로 튀는 후레이크 칩은 뒤처리를 상당히 성가시게 합니다. 바삭한 식감을 위해 알갱이 크기를 어느 정도로 유지할 필요가 있었겠지만, 그래도 좀 더 잘 달라붙는 방향으로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