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악화, 계층 간 격차 심화, 노령화…다양한 사회현상들이 사회공헌의 필요성과 가치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각기 다른 상황에 걸맞는 실질적 도움보다는 천편일률적 방식들이 대다수란 지적이 나옵니다. 정책 역시 미비하거나 아예 정비조차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죠. 아는 것이 힘이라고 했습니다. 효율적이고 현명한 방법들 역시 보고 듣고 배우는 것과 비례할 겁니다. 이에 뷰어스는 [아는 것이 힘]을 통해 다양한 해외 사회공헌 활동들을 조명하고자 합니다. 미처 생각지 못했거나 국내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활동 및 정책들을 살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편집자주 사진=서스펜디드 커피 홈페이지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국내 사회에서는 점심식사 후 당연하게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게 되는 문화가 정착됐습니다. 당연시 여기며 밥을 먹고 커피값을 계산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지 않으신가요? ‘밥값보다 커피값이 더 비싸네’ 혹은 ‘커피가 밥 한끼 값이네’ 요즘은 싼 가격의 커피숍도 많이 들어섰지만 커피값은 만만치 않습니다. 커피 한잔의 여유가 결코 녹록치 않은 이들도 여전히 많은 상황이죠. 오늘 내가 마신 한잔의 커피조차 사기 두려워 한참을 커피숍 앞에서 고민하거나 커피를 마시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이들도 분명 있을 겁니다. 그런 이들을 위한 아주 작은 선행의 전통이 무려 세계 2차 대전부터 이어져오고 있다는 것, 알고 계실까요? 세계 2차대전 직후 이탈리아 나폴리에서는 ‘카페 소스페소(Cafe Sospeso)’라는 이름으로 소외된 이웃들이 부담없이 커피 한잔 마실 수 있는 자발적 기부가 이어졌습니다. 사람들이 커피를 한잔 사면서 한두잔 값을 미리 지불하고, 이 돈은 커피를 마시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누구나 쓸 수 있는 커피값이 되는 겁니다. 왜 음식이 아닌 커피였을까요? 이탈리아는 유명한 커피 소비국입니다. 커피를 사랑하는 나라이기도 하죠. 그랬기에 커피의 가치는 끼니와 비교해도 적지 않았을 겁니다. 사진=서스펜디드 커피 홈페이지 그리고 나폴리 지방의 전통이었던 이 작지만 훈훈한 마음의 한잔 행렬은 경제 위기 때마다 되살아나면서 그 의미를 더합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게 된 후 2010년 세계 인권의 날을 앞두고 이탈리아에서 ‘서스펜디드 커피 네트워크’라는 페스티벌 조직이 결성되면서 다시 붐이 일기 시작한 거죠. 서스펜디드(Suspended)란 유예된 이라는 뜻으로 우리나라 말로 번역하자면 맡겨둔 커피가 가장 적합해보입니다. 가장 큰 효과는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은 그리스에서 나타났습니다. 한 커피숍이 직장과 집을 잃고 집 밖으로 나오기조차 힘들었던 사람들을 위해 서스펜디드 커피 제도를 도입한 것이죠. 그의 바람은 하나였습니다. 십시일반한 커피 한잔 마시기도 어려운 사람들이 다시 이웃의 얼굴을 마주하고 그 어울림으로 살아갈 힘을 얻기를 바란 것이었죠. 특히 커피값을 지불한 사람들은 각자의 마음을 담아 응원의 메시지를 커피컵 홀더나 쪽지, 영수증 등에 적어 함께 전달했습니다. 그리스 전체가 흔들릴 정도의 위기에서 이처럼 따뜻한 마음을 전한 이들이 형편이 넉넉한 부자들이 아니라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오히려 풍족한 사람들보다 지극히 평범한 소시민들이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커피값을 지불했다는 사실은 감동적이기까지 합니다. 이후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지에서도 서스펜디드 커피가 갖는 의미와 효과를 이해하고 동참하는 이들이 늘어났습니다. 불가리 같은 경우는 150개 이상의 카페가 동참하고 있다고 하고 스타벅스도 서스펜디드 커피 운동에 관심이 있다고 밝힌 적 있죠. 아직 실행되지는 않은 모양새지만 커피 대기업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시스템이라는 점은 나눔의 활성화에 기대를 걸어보게 만듭니다. 사진=서스펜디드 커피 영상 캡처 무엇보다 커피값을 지불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동정이라기보다는 ‘선물’로 생각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문화 정책이 마음을 나누게 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국내에서도 미리내가게, 로티보이 등을 통해 몇 년 전부터 착한 커피 운동이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서울 이태원의 R카페 등 자체적으로 서스펜디드 커피 시스템을 도입한 곳도 있지요. SNS와 자동이체로 커피값을 기부하도록 편리한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널리 퍼지진 못한 상황입니다. 팁을 내듯 자연스럽게 돈을 더 지불하는 외국 정서와 달리 국내에는 팁이란 문화 자체가 없기에 어색할 수 있고, 기부된 커피를 악용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습니다. 더욱이 국내 평균 커피값이 저렴한 편이 아니라는 점도 걸림돌입니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에 자신의 삶이 팍팍한 이들이 웬만한 밥 한끼 가격에 비견하는 커피값을 내놓기란 쉽지 않은 일이죠. 이런 이유들로 인해 서스펜디드 커피는 국내에 정착하려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원두 수입량이 세계 10위권 안에 들고 카페 수만도 10만개가 넘는 우리나라의 커피사랑을 보자면 서스펜디드 커피 운동이 정착될 경우 아주 좋은 기부 문화로 자리잡을 것 같다는 희망을 갖게 됩니다. 더 좋은 점은 서스펜디드 커피에서 시작해 더 다양한 방식과 종류의 나눔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기대입니다. 이미 해외에서는 커피 외의 음식들을 나누는 움직임이 생겨났습니다. 캐나다의 ‘서스펜디드 밀(맡겨둔 식사)’가 대표적이고 독일의 경우 채소 등 많은 음식들이 들어있는 나눔 냉장고 활동이 일어나기도 했죠. 거듭 강조드리고 싶은 건 서스펜디드 커피는 결코 부자들이 적선하는 문화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형편이 조금 낫거나 비슷한 이들이 더 활발하게 동참했습니다. ‘콩 한쪽도 나눠먹는다’는 우리나라 속담이 떠오르는 대목입니다. 땀흘려 열심히 번 돈을 자신이 쓰기도 모자란 상황에서 모르는 타인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보통 사람들의 큰 마음에 박수를 보냅니다.

[아는 것이 힘] '동정 아닌 선물' 함께 나누는 커피 한 잔의 기쁨

문다영 기자 승인 2019.09.09 11:28 | 최종 수정 2019.09.27 13:56 의견 0

경제 악화, 계층 간 격차 심화, 노령화…다양한 사회현상들이 사회공헌의 필요성과 가치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각기 다른 상황에 걸맞는 실질적 도움보다는 천편일률적 방식들이 대다수란 지적이 나옵니다. 정책 역시 미비하거나 아예 정비조차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죠. 아는 것이 힘이라고 했습니다. 효율적이고 현명한 방법들 역시 보고 듣고 배우는 것과 비례할 겁니다. 이에 뷰어스는 [아는 것이 힘]을 통해 다양한 해외 사회공헌 활동들을 조명하고자 합니다. 미처 생각지 못했거나 국내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활동 및 정책들을 살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편집자주

사진=서스펜디드 커피 홈페이지
사진=서스펜디드 커피 홈페이지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국내 사회에서는 점심식사 후 당연하게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게 되는 문화가 정착됐습니다. 당연시 여기며 밥을 먹고 커피값을 계산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지 않으신가요?

‘밥값보다 커피값이 더 비싸네’ 혹은 ‘커피가 밥 한끼 값이네’

요즘은 싼 가격의 커피숍도 많이 들어섰지만 커피값은 만만치 않습니다. 커피 한잔의 여유가 결코 녹록치 않은 이들도 여전히 많은 상황이죠. 오늘 내가 마신 한잔의 커피조차 사기 두려워 한참을 커피숍 앞에서 고민하거나 커피를 마시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이들도 분명 있을 겁니다. 그런 이들을 위한 아주 작은 선행의 전통이 무려 세계 2차 대전부터 이어져오고 있다는 것, 알고 계실까요?

세계 2차대전 직후 이탈리아 나폴리에서는 ‘카페 소스페소(Cafe Sospeso)’라는 이름으로 소외된 이웃들이 부담없이 커피 한잔 마실 수 있는 자발적 기부가 이어졌습니다. 사람들이 커피를 한잔 사면서 한두잔 값을 미리 지불하고, 이 돈은 커피를 마시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누구나 쓸 수 있는 커피값이 되는 겁니다. 왜 음식이 아닌 커피였을까요? 이탈리아는 유명한 커피 소비국입니다. 커피를 사랑하는 나라이기도 하죠. 그랬기에 커피의 가치는 끼니와 비교해도 적지 않았을 겁니다.

사진=서스펜디드 커피 홈페이지
사진=서스펜디드 커피 홈페이지

그리고 나폴리 지방의 전통이었던 이 작지만 훈훈한 마음의 한잔 행렬은 경제 위기 때마다 되살아나면서 그 의미를 더합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게 된 후 2010년 세계 인권의 날을 앞두고 이탈리아에서 ‘서스펜디드 커피 네트워크’라는 페스티벌 조직이 결성되면서 다시 붐이 일기 시작한 거죠. 서스펜디드(Suspended)란 유예된 이라는 뜻으로 우리나라 말로 번역하자면 맡겨둔 커피가 가장 적합해보입니다. 가장 큰 효과는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은 그리스에서 나타났습니다. 한 커피숍이 직장과 집을 잃고 집 밖으로 나오기조차 힘들었던 사람들을 위해 서스펜디드 커피 제도를 도입한 것이죠. 그의 바람은 하나였습니다. 십시일반한 커피 한잔 마시기도 어려운 사람들이 다시 이웃의 얼굴을 마주하고 그 어울림으로 살아갈 힘을 얻기를 바란 것이었죠.

특히 커피값을 지불한 사람들은 각자의 마음을 담아 응원의 메시지를 커피컵 홀더나 쪽지, 영수증 등에 적어 함께 전달했습니다. 그리스 전체가 흔들릴 정도의 위기에서 이처럼 따뜻한 마음을 전한 이들이 형편이 넉넉한 부자들이 아니라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오히려 풍족한 사람들보다 지극히 평범한 소시민들이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커피값을 지불했다는 사실은 감동적이기까지 합니다.

이후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지에서도 서스펜디드 커피가 갖는 의미와 효과를 이해하고 동참하는 이들이 늘어났습니다. 불가리 같은 경우는 150개 이상의 카페가 동참하고 있다고 하고 스타벅스도 서스펜디드 커피 운동에 관심이 있다고 밝힌 적 있죠. 아직 실행되지는 않은 모양새지만 커피 대기업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시스템이라는 점은 나눔의 활성화에 기대를 걸어보게 만듭니다.

사진=서스펜디드 커피 영상 캡처
사진=서스펜디드 커피 영상 캡처

무엇보다 커피값을 지불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동정이라기보다는 ‘선물’로 생각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문화 정책이 마음을 나누게 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국내에서도 미리내가게, 로티보이 등을 통해 몇 년 전부터 착한 커피 운동이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서울 이태원의 R카페 등 자체적으로 서스펜디드 커피 시스템을 도입한 곳도 있지요. SNS와 자동이체로 커피값을 기부하도록 편리한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널리 퍼지진 못한 상황입니다. 팁을 내듯 자연스럽게 돈을 더 지불하는 외국 정서와 달리 국내에는 팁이란 문화 자체가 없기에 어색할 수 있고, 기부된 커피를 악용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습니다. 더욱이 국내 평균 커피값이 저렴한 편이 아니라는 점도 걸림돌입니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에 자신의 삶이 팍팍한 이들이 웬만한 밥 한끼 가격에 비견하는 커피값을 내놓기란 쉽지 않은 일이죠. 이런 이유들로 인해 서스펜디드 커피는 국내에 정착하려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원두 수입량이 세계 10위권 안에 들고 카페 수만도 10만개가 넘는 우리나라의 커피사랑을 보자면 서스펜디드 커피 운동이 정착될 경우 아주 좋은 기부 문화로 자리잡을 것 같다는 희망을 갖게 됩니다.

더 좋은 점은 서스펜디드 커피에서 시작해 더 다양한 방식과 종류의 나눔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기대입니다. 이미 해외에서는 커피 외의 음식들을 나누는 움직임이 생겨났습니다. 캐나다의 ‘서스펜디드 밀(맡겨둔 식사)’가 대표적이고 독일의 경우 채소 등 많은 음식들이 들어있는 나눔 냉장고 활동이 일어나기도 했죠.

거듭 강조드리고 싶은 건 서스펜디드 커피는 결코 부자들이 적선하는 문화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형편이 조금 낫거나 비슷한 이들이 더 활발하게 동참했습니다. ‘콩 한쪽도 나눠먹는다’는 우리나라 속담이 떠오르는 대목입니다. 땀흘려 열심히 번 돈을 자신이 쓰기도 모자란 상황에서 모르는 타인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보통 사람들의 큰 마음에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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