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가 지난해 임직원 평균 연봉 약 5억원을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미등기임원 활동이 꼼수는 아니지만 법적 책임에서는 등기임원보다는 상대적으로 자유롭죠”
재계 한 관계자가 미등기임원의 고액연봉 수령에 대한 견해를 드러내며 언급한 말이다.
작년은 코로나19 여파에 많은 기업들이 몸살에 걸리고 휘청거렸다. 하지만 대기업 임직원에게는 이마저도 남 이야기인 듯하다. 특히 CJ그룹은 53명 임직원이 총 261억원8600만원의 급여를 수령하며 최고치를 달성했다. 평균을 내보면 1인당 약 5억원을 받은 것이다.
이 수치에는 함정이 있다. CJ그룹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미등기임원 20명의 연봉은 208억3900만원이다. 평균 연봉은 10억4200여만원이다. 미등기임원 재직 중인 오너의 연봉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해 급여 29억8100만원과 상여 27억3600만원 등 총 67억17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는 임직원 총 연봉의 25.7%에 해당하는 수치다. 문제는 이 회장이 미등기이사라는 점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16년부터 CJ그룹 내 어떤 계열사에서도 등기이사직을 맡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의 아내인 김희재 부사장과 누나 이미경 부회장도 미등기임원으로 분류돼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CJ그룹 총수일가가 더 많은 급여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CJ그룹 총수일가의 미등기임원직 활동에 대한 이야기는 작년 9월에 제기됐다. 당시 대신경제연구소는 대신경제연구소는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보고서를 통해 CJ그룹이 총수 일가를 등기 임원으로 올리지 않아 책임 경영 차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총수는 경영 의사결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총수가 미등기임원으로 활동할 경우 경영권 행사에 대한 법적 책임을 회피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연구소는 “CJ그룹내 상장사 중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한 곳은 전무하다”며 “상장 계열사에 설치된 내부거래위원회에 의결이 아닌 심의 기능만 부여해 최종 의사결정은 대표이사가 의장인 의사회에서 결의한다. 내부거래위원회의 독립성과 실효성 확보에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CJ그룹 내 총수 일가가 등기 임원으로 등재된 계열사는 없었다. 다수 상장법인에 이재현 회장이 미등기임원으로 등재됐다고 꼬집었다.
재계 관계자는 “미등기음원이 보수를 많이 받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내이사 등으로 등기임원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에 비해 법적인 책임은 상대적으로 덜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CJ뿐만 아니라 다른 대기업의 경우도 미등기임원으로 활동하는 총수들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일부 회사의 경우 CEO보다 연봉이 많은 경우도 있지만 아직까지도 미등기임원이 일반 임원들보다 보수를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 것이 사실이다. ESG경영을 지향한다면 총수일가가 수령하는 연봉이 적절한 지 여부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연말 SK하이닉스에서 촉발된 성과급 논란이 업계를 뜨겁게 달궜다. 관련 논란은 SK하이닉스부터 촉발됐다. 직원들은 영업이익이 2배 늘었지만 성과급은 전과 동일하게 연봉의 20%만 지급한다는 방침에 불만을 쏟아냈다. 한 직원은 이석희 사정에게 이메일로 성과급 산정 방식 공개를 요구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를 필두로 SK텔레콤, 현대차, 삼성전자, LG전자 등 다른 대기업들도 성과급과 관련해 불만을 표출했다.
이번 성과급 논란은 MZ세대들에 의해 일파만파 퍼졌다. MZ세대는 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사람들을 지칭한다. 이 세대들은 성과급 산정 기준의 투명성을 외치고 있다. 동일선상에서 CJ그룹 MZ세대 사원들의 볼멘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대기업 임원들의 연봉 인상률은 높지만 일반 직원들의 임금은 이에 미치지 못하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결은 다르지만 이번 CJ총수일가의 연봉 책정도 의문부호를 낳게 한다. 53명 중 20명의 미등기임원의 월등히 높은 점은 사업보고서에 명시됐지만 세부적인 급여 책정은 알 수 없다.
ESG경영을 선포한 CJ그룹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미등기임원 의혹을 더 이상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 투명성을 요구하는 일반 직원들의 목소리를 계속 외면한다면 장기적인 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 명명백백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