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자료=식약처]
위생 논란을 불러온 중국산 김치 유통과 인기 마스크인 ‘아에르 마스크’의 행정처분. 국민의 일상 생활과 직결된 문제들이다. 당연히 국민건강의 최일선에서 역할을 하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시선이 쏠린다.
국민들은 이같은 건강 이슈들에 대해 식약처가 선제적 관리를 해야하고 또 그럴 것이라는 기본적인 신뢰를 갖고 있다. 설사 선제적 대응이 어렵더라도 사후 대응 만큼은 제대로 하겠지라는 믿음은 더 확고하다. 도대체 국가기관을 믿지 못하면 누구를 믿을수 있을까.
식약처는 최근 알몸으로 김치를 만드는 중국산 김치 동영상이 퍼지면서 약 300종의 중국산 김치를 조사했다. 위생논란이 불거진 3월부터 5월 중순까지 통관절차를 밟고 있는 제품이 대상이었다. 조사 결과 15종에서 식중독을 일으키는 ‘여시니아’가 검출됐고 이 제품들은 반송 폐기 조치됐다.
만약 알몸 김치 동영상이 이슈가 되지 않았더라면 여전히 ‘식중독균 중국산 김치’가 식탁에 오르고 있지는 않을까. 3월 이전에 들어온 중국산 김치는 충분히 위생적이었을까. 이러한 질문에 대해 관리와 검증 책임을 맡고 있는 국가기관인 식약처는 어떠한 대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최근 발생한 ‘아에르 마스크’ 사태도 같은 맥락이다.
식약처는 (주)씨앤투스성진의 '아에르 스탠다드라이트에스 보건용마스크(KF80)'와 '씨에스보건용마스크(KF94)'에 대해 품목 제조업무정지 3개월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약사법 제38조 제1항,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제48조 제1호, 약사법 제76조,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제95조를 위반한 혐의다. 이에 따라 해당 마스크는 오는 7월 31일까지 생산이 금지됐다.
그러자 씨앤투스성진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아에르 마스크 검사 절차상의 착오가 발생하여 행정처분을 받게 되었다’고 밝히면서 ‘판매한 제품들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씨앤투스성진 측은 “식약처에서는 제조된 제품의 회수 및 폐기 조치가 내려지지 않았다”면서 “다시 한번 말씀드리면, 이번 조치는 제품의 불량이 아닌 행정절차의 미숙으로 인한 제조정지 조치이며 판매정지에 해당하는 사항이 아님을 설명드린다”라고 설명했다. 안전성능 시험을 철저히 하지 않아 제조는 중지됐지만 판매정지에 해당하는 사항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식약처의 이같은 처분과 제조사의 태도는 또다른 논란을 불러온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행정절차 미숙 때문에 아에르 마스크가 처분을 받았다는 씨앤투스성진 측의 주장에 대해 식약처의 입장을 묻고 있다. 단지 행정적 절차의 문제에 대해 생산업무정지라는 고강도 처분을 내리는 것이 타당한 조치인가라고 지적하는 한편 제조를 중단해야 할만큼 심각한 사안이라고 판단했다면 정말로 제품에는 문제가 없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기존 유통제품에 대한 조치가 포함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냈다.
업계 1위인 제조사도 진정성있게 책임을 지는 모습보다는 제품에는 이상이 없으며 회수조치도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앞세웠다는 지적이다. 생활필수품인 마스크 전체에 대한 불신감을 조장한 측면도 분명히 있고 특히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국민 건강을 지키는 마스크 제조사로서 공감 능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 반을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마스크는 방역과 생활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현재 1557개에 이르는 제조업체에서 1주일에 1억개 안팎의 마스크가 생산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5월 첫주에는 8037만개의 마스크가 만들어졌고, 둘째주에는 1억647만개가 생산됐다. 1억여개의 마스크 중 7878만개가 보건용 마스크다. 정부가 보증한 KF94 제품이다.
이번 아에르 마스크 사태가 비록 1개 제조사에 대한 적발이고 조치이기는 하지만 업계 1위의 업체이고,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는 점에서 충격이 간단치 않다.
식약처는 국민건강을 위해 존재한다. 국제관계나 기업이익이 아니라 국민건강을 최고의 가치로 두고 맡은 바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식중독균 중국산 김치’ 논란과 ‘아에르 마스크’ 사태를 계기로 ‘국민을 위한 식약처’라는 믿음을 되찾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