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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열린 IDEX 2025에 전시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사진=한화시스템)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지정학 리스크가 고조되며 방위산업의 전략적 가치가 치솟고 있다. 이른바 ‘죄악 산업’의 낙인을 안고 있는 방산 기업은 지속가능성에 있어 더 엄격한 잣대에 노출된다. 본지가 국내 주요 방산기업 4곳(현대로템·LIG넥스원·한국항공우주·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 최근 발간한 2024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기업별 ESG 실행력과 성과에는 뚜렷한 온도차가 있었다.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실적 ‘최고…환경 ‘경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4년 매출 11.2조원(전년 대비 42%↑), 영업이익 1.7조원(191%↑)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지만, ESG 주요 지표는 대부분 후퇴했다. 직간접 온실가스 배출량(Scope1·2)은 2년간 184.5% 증가하고, 유해화학물질 사용량은 2022년 42.7톤에서 2024년 19,742톤으로 462배 증가했다. 대기오염과 수질오염 배출량도 지속 증가했다. 고난도 방산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한계지만, 감축의지 면에서는 뼈아픈 수치다. 임직원의 산업재해 역시 2022년 1건에서 2024년 11건으로 급증했으며, 반부패 위반 건수도 2년 연속 20건을 넘겼다. 장애인 고용률은 2.0%에 머물렀다.
■ KAI, 안전 관리 ‘우수'…환경 수치 개선 ‘미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Scope1·2는 2023년 5.8%, 2024년 2.9% 늘어나며 증가세다. 온실가스 기타 간접배출(Scope3)은 3.2배(1569tCO₂eq→5061tCO₂eq)늘었다. 유해화학물질은 같은 기간 5.7% 증가했다. 2022년에 비해서는 덜 나쁜 흐름을 보이지만 폐기물·폐수 등 총량을 비롯해 모든 수치가 증가세다. 반면 산업재해율은 0.16%로 안정적이며, 2024년에도 중대재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다만 장애인 고용률은 1.57%로 기준 미달이다.
■LIG넥스원, ESG 체계 ‘성숙’…환경 항목 ‘후퇴’
LIG넥스원은 2024년 처음으로 Scope3 수치를 공개(163만톤)하며 ESG 데이터의 투명성을 높였다. 산업재해율은 0.04%로 낮은 편이다. 그러나 직접 Scope1·2 배출은 2년 새 17.7% 증가했고, 에너지 사용량은 16.4%, 대기오염물질은 154% 증가하며 환경 항목에서 후퇴했다. 장애인 고용률은 1.0%로 가장 낮았다.
■ 현대로템, 감축효율 우수…사회 지표 ‘혼재’
현대로템은 2024년 수질오염물질 배출을 전년 대비 16.6%, 대기오염물질은 11.9% 줄이며 환경 성과를 일부 입증했다.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 사용량은 소폭 증가했지만, 각각 1.2%와 4.5% 증가해 타 기업에 비해 관리가 잘 되는 편이다. 장애인 고용률은 2.9%로 4개사 중 가장 높았다. 그러나 산업재해는 사고성 10건, 질병성 2건으로 총 12건 발생했고, 협력사 작업성 질환 재해율은 0.19%를 기록했다.
4개사를 비교하면 환경 분야에서는 현대로템의 감축 효과가 두드러졌고, 산재·안전 부문에선 KAI가 가장 양호했다. LIG넥스원은 정책과 시스템 면에서 ESG 성숙도가 높았으나, 환경성과에서는 분명한 후퇴가 있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실적 대비 환경·사회 수치 모두에서 열세를 드러냈다.
방산기업이 ESG를 말할 때, 선언만으로는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특히 EU 시장처럼 공급망 실사와 온실가스 배출 기준이 엄격한 곳에서는 ESG가 필수다. 이제 ‘무기를 잘 만드는 기업’에서 ‘책임까지 다하는 기업’으로의 전환이 진짜 경쟁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