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초심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카카오뱅크)
“빠른 대출, 낮은 금리”를 외치며 2017년 화려하게 출범한 카카오뱅크가 초심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늦은 대출은 고객이 집을 잃게 했고, 낮은 줄 알았던 카뱅의 금리는 지난 1년간 가장 빠른 속도로 올랐다. 혁신이라 믿었던 고객들은 배신감에 발길을 돌리고 있다.
13일 은행연합회 비교공시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시중은행과 인터넷 은행의 1~2등급 마이너스통장 금리를 비교해본 결과 카뱅의 금리가 연 3.62%로 가장 높았다. 또 카뱅은 지난 1년간 1~2등급 마이너스통장 금리 인상 속도도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017년 출범 당시 낮은 금리와 통 큰 한도 대출로 주목받았다.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이 아님에도 업계 1위 자리를 쉽게 가져갔다. 이는 고객들의 힘이다. ‘카카오’라는 모회사의 후광 덕분에 많은 고객이 믿음을 보냈고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결국 카뱅은 초심을 잃었다. 이미 카뱅의 대출 금리는 모든 시중은행을 뛰어넘었다. 다른 인터넷 은행인 케이뱅크와 비교해도 높다. 고객들은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
카카오뱅크 측은 금리가 높은 이유에 대해 “가계대출 규제 압박 및 중금리대출 확대 등을 고려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타 은행보다 카뱅의 금리가 높다면 고객들은 이용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더불어 한발 빠른 대출을 강조했던 카뱅은 얼마 전 무책임 ‘전세 대출’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사흘 안에 전세 대출 심사 결과를 알려준다’고 공언했지만 대출 신청자가 늘어 일부 고객의 심사가 지연됐다. 이로 인해 대출 승인을 기다리던 고객들은 위약금을 물거나 신용점수가 떨어지는 피해를 입었다.
특히 일부 고객은 잔금일 전날까지도 대출이 나오지 않아 구했던 집을 계약 해지할 수 없었다. 이사를 가지 못해 전세계약금을 날릴 위기에 몰린 고객도 발생했다. 현재 90명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을 충원해 빠른 시일 내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피해는 이미 커져 버렸다.
믿음이 깨지자 기꺼이 금융혁신에 동참했던 고객들은 점점 발길을 돌리고 있다. 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토스뱅크로 갈아타겠다는 고객도 속속 나오고 있다. 특히 토스뱅크가 신용대출 최저 금리를 내세우자 인터넷 은행 환승은 가속화되고 있다.
일각에선 카뱅의 성공이 좋은 상품과 빠른 서비스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건 고객이다. 신뢰를 잃는다면 아무리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갖춰도 고객은 찾아오지 않는다. 그 신뢰의 기본은 ‘초심’이다.
‘초심’을 잃는 순간 그간의 노력은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고객을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초심’으로 외양간을 빠르게 보수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