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도 변화의 바람이 불면서 설계사들의 자리도 줄어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보험업계를 흔히 ‘인지(人紙)산업’이라고 불렀다. 사람과 종이로만 이뤄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기술의 진보로 비대면·디지털 전환이 확산하면서 보험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제판분리(제조와 판매 분리)’로 인한 조직개편까지 이어지면서 인적 구조조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국내 생명·손해보험 설계사 수는 전 분기 대비 4619명 감소한 28만5499명을 기록했다.
보험업계 설계사 감소는 최근 진행된 고용보험 의무가입 여파가 컸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달부터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직(특고)에 대한 고용보험 의무화를 시행했다.
문제는 고용보험이 의무화되면서 사업자가 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해야 된다는 것. 보험연구원은 고용 비용 의무가입으로 생보사가 255억원, 손보사가 215억원, GA가 311억원의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으로 추정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보험 업황 악화로 인원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고용보험금 부담은 보험사가 설계사를 채용하는 데 부담이 된다. 자연스럽게 저능률 설계사를 대거 해촉할 수밖에 없다.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고 있지만 보험은 '푸쉬(push) 마케팅'이 필요한만큼 설계사의 역할은 아직 크다. 즉, 설계사가 접촉해서 보험수요를 이끌어내야하는 것. 또 보험사고가 발생했을 때 고객이 보험사에서 의지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직원도 바로 설계사다.
특히 스마트폰 등 디지털 환경에 취약한 노년층의 경우 설계사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결국 설계사 부재로 인해 보험 가입 자체가 어려워진다면 좋은 상품을 개발한 보험사나 가입을 원하는 고객 모두 아쉬운 상황이 발생한다.
보험사 내부적으로도 인공지능(AI) 등 IT기술을 도입하면서 인력확보의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감소의 흐름을 막을 수 없다면 차별화된 교육으로 경쟁력을 갖춘 ‘고능률 설계사’를 육성하는 방법도 존재한다. 인원은 줄이면서 설계사들이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갖춰 인재를 키우는 것이다.
이미 여러 보험사들은 멘토 설계사가 경험이 부족한 멘티 설계사에게 18개월 동안 노하우를 전수하는 ‘멘토링 시스템’ 등 설계사와 관련된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도 설계사 감소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보험업계에서 설계사가 사라진다면 위에 언급한 문제들과 함께 고객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된다. 무작정 설계사를 늘리는 것도 문제지만 점차 줄고 있는 설계사 관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고객도 점차 잃을 수밖에 없다. 좋은 설계사들을 키우고 이들을 위한 다양한 우대정책을 펴면 자연스럽게 회사 경쟁력도 올라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 정부의 규제 완화와 보험사의 태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