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기업의 중고자동차 시장 진출이 현실화됐다. 완성차 업계는 쌍수를 들어 일제히 환영의 입장을 표명한 반면 기존 중고차 업계는 대기업의 독과점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8일 현대자동차가 중고차시장 진출을 공식화하자 설왕설래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와 기존 중고차 업계의 논리가 팽팽하다. 중소벤처기업부가 관할하는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가 이달 중순 회의를 열고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나온 현대차 입장이어서 이목이 집중된다.
양자간의 논리를 따져보면 현대차의 '승리'는 명확해 보이는 게 현실적인 처지다. 현대차가 가장 앞세운 것은 소비자 선택권 보장이기 때문이다. 중고차 시장이 대표적인 '레몬시장'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불신이 극심했다.
영미권에서 '레몬'이라는 단어는 이중성을 상징한다. 샛노란 색의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속에는 톡 쏘는 신맛이 숨어 있어 얼굴을 찡그리게 한다. 오렌지 정도의 달콤한 과일로 생각했다가 크게 베어 먹으면 진저리를 치게 된다.
제품을 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이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면서 결과적으로 불량품 수준의 저급 제품을 유통하게 되는 현상을 빗대어 설명한 용어이다. 외관은 멀쩡해 보이지만 여러 사고로 내부가 엉망인 차를 속여서 파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던 중고차 시장이 대표적 레몬시장의 대명사가 됐다.
허구한날 중고차 매매와 관련 분쟁이 끊이지 않고 중고차 매매단지는 범죄 영화와 TV드라마 소재의 단골 메뉴가 된 지 오래다. 더욱이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공급망 차질로 소비자들이 신차를 받는 데 1년여를 기다려야 해 신차보다 중고차가 더 '귀한 몸값'으로 대우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기존 업계가 주장하는 독과점 우려보다는 소비자의 선택을 우선해야 한다는 시장의 논리에 충실해야 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마치 10여년 전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의 뎨자뷰인 셈이다. 당시 소상인들은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망한다며 앞다퉈 법정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이 월 2회 의무휴무로 나선 대형마트 업계의 '상생' 논리에 손을 들어줬다. 이후 전통시자 등은 여전히 건재하다. 초기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없을 수 있겠지만 '기우'였던 셈이다.
현대차의 '상생'을 기반한 중고차 선언이 수긍이 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내년도 시장점유율을 2.5%로 잡고 2023년 3.6%, 2024년 5.1%로 단계적으로 올리되 자체적으로 제한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난해 중고차 전체 거래량을 387만대로 계산하면 올해는 10만대 미만을 팔겠다는 얘기다. 사업계획과 시장점유율 등을 따져볼 때 중고차 매매업계가 제기하는 독과점 우려가 지나치다는 취지다.
현대차는 판매자와 소비자의 불균형한 정보를 바로잡기 위해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도 구축한다고 밝혔다. 판매자의 중고차 정보 독점을 해소하고 중고차 시장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한 달에 150만원 겨우 버는 중고차 딜러들의 몫을 가져가겠다는 얘기”라고 하는 기존 업계의 주장 보다는 허위 매물 등으로 소비자 불신이 완연한 중고차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선택권 보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