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포털사이트 화면 캡처)
최근 LG전자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전쟁을 보면 소위 기술 베끼기는 부정적으로만 인식된다. 그렇다고 벤치마킹 없이 산업의 성장 및 확대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다. 독점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부디 벤치마킹이라도 해서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기업이 있으니 쿠팡이다.
사례1) 서울 목동에 사는 김모 씨는 바쁜 직장 생활과 육아, 살림을 병행하는 워킹맘이다. 평소 마트나 재래시장에서 장 볼 시간이 모자라 새벽배송을 자주 이용한다. 쿠팡 새벽배송을 이용하던 그녀는 제품의 크기와 보관방법에 상관없이 주문한 제품 숫자만큼 현관 앞에 높이 쌓여있는 커다란 박스를 보면서 대안을 고심했다.
사례2) 경기도 부천에 사는 박모 씨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마트갈 시간도 부족한 박씨는 쿠팡 새벽배송을 자주 이용한다. 장보기를 대신해 주기 때문에 편리하지만 그때 마다 쌓이는 재활용 박스를 보면 한숨이 나온다. 내부에 금박이 씌워진 박스 하나당 나오는 쓰레기는 보냉팩과 비닐 등이 산더미처럼 쌓인다. 평소 환경 문제에 큰 관심이 없던 박씨도 괜한 죄책감에 휩싸였다. 그러던 중 SSG닷컴을 이용하는 회사 동료의 말에 귀가 솔깃했다. 40리터 백에 주문한 제품을 담아 놓는 방식으로 새벽배송을 한다는 말에 갈아타기로 마음먹는다.
올해 1월 1일부터 전국의 대형마트, 슈퍼마켓, 복합상점가에서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규제했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탓이다. 일회용 비닐봉지를 제공하다 적발되는 업체는 최고 30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2020년 1월 1일부터는 대형마트에서 제공되던 박스도 볼 수 없게 된다.
그러자 새벽배송을 더욱 활기를 띄었다. 새벽배송 규모는 지난해 4000억원에서 올해 8000억원 규모로 무려 2배로 성장했다. 시장은 무서운 속도로 커지고 있지만 관련법이 없다는 이유로 과대포장으로 인한 폐기물 또한 무서운 속도로 쌓이고 있다. 대형마켓과 달리 온라인 새벽배송은 아직까지 관련법이 없어 단지 기업 자정 노력에 기대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소비자들의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당장 해결책을 내놓은 것은 플라스틱 사용 자제책 정도다.
새벽배송 업체 중 소비자들의 가장 큰 우려를 받는 곳이 쿠팡이다. 쿠팡 새벽배송의 경우 제품의 크기와 상관없이 동일한 크기 박스를 사용한다. 문제는 박스의 개수다. 주문한 제품 개수에 육박하는 박스가 배송되어 오는 점에서 심각한 환경 문제를 초래한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쿠팡 새벽배송’만 검색해 봐도 쿠팡의 과대포장을 지적하는 게시물이 어렵지 않게 보인다.
(사진=SSG닷컴)
이러한 시점에서 쿠팡이 벤치마킹이라도 해야 하는 경쟁업체가 SSG닷컴이다. SSG닷컴은 올해 들어 새벽배송 지역을 확대하며 무서운 속도로 선두 업체를 따라잡고 있다. 그 이면에는 쿠팡 등의 과대 포장으로 인한 환경문제를 인식해 김씨와 박씨처럼 SSG닷컴으로 구매처를 옮긴 소비자가 상당하다.
SSG닷컴은 새벽배송 첫 사용 시 알비백 (i’ll be back)을 무료로 제공한다. 알비백은 SSG닷컴 새벽배송을 위해 탄생한 장바구니로 반영구적으로 재사용 가능한 보냉 가방이다. 40L 용량으로 대용량 냉동식품이나 과일 등을 담을 수 있으며 보냉은 최대 9시간이다. 앞서 SSG닷컴은 지난 6월 새벽배송을 처음 시작하면서 알비백 10만개를 자체 제작했다. 알비백 사용으로 SSG닷컴은 일회용 포장용품 약 80만개 절감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무게로는 540톤에 달한다. 알비백 재사용율도 95%를 웃돈다. SSG닷컴은 올 한 해 260만개의 일회용 포장용품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마켓컬리는 지난해 말부터 스티로폼 박스와 아이스팩을 회수해가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스티로폼 박스를 에코 박스로 대체하는 등 과포장과 폐기물 문제에 귀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쿠팡은 빠른 배송을 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문제”라는 말로 회피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스타트업 기업 테라사이클 아시아태평양 지역 에릭 카와바타 대표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기업이 폐기물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으면 그 모든 책임은 소비자가 지게 된다. 기업은 제품이라고 만들어서 판매를 하지만 그 폐기물에 대한 책임은 모두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