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현주 미래에셋그룹 글로벌전략가)
“이번 딜은 내부에서도 말이 많았어요. 셀다운이 잘 됐으니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하이브 주가가 바닥을 찍고 안정권에 진입하자 미래에셋증권도 한시름 놓게 됐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미래에셋증권의 하이브 전환사채(CB)에 대한 셀다운(Sell-down)이 마침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주가가 20만원대를 회복하면서 기관들이 대량 인수에 나선 덕입니다.
지난해 10월 미래에셋증권이 하이브의 4회차 CB 발행 주관을 맡자 시장 안팎에선 여러 얘기가 나왔습니다. 조기상환을 요구하는 99% 이상이 투자자들처럼, 3회차에 이미 3900억원 규모를 인수했던 미래에셋증권이 사실상 손실로 여겨지는 '제로 수익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풋옵션(사채 원금을 조기에 상환받을 수 있는 권리)을 요구할 거라 예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래에셋은 한국투자증권이 사실상 주관사로 낙점됐던 상황까지 뒤집어가면서 표현이자율과 만기이자율 모두 0%인 '빵빵채권' 4000억원짜리 주관을 맡습니다.
하이브 관련 딜에 대한 미래에셋증권의 집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20년 빅히트(현 하이브)의 기업공개(IPO) 당시 주관사 후보에 없었던 미래에셋증권은 막판 프리젠테이션(PT) 현장에 이름을 올립니다. 그리고 각 증권사 수장들이 직접 참석할 정도로 치열했던 경쟁에서 미래에셋증권은 공동 주관사를 차지했죠.
두 회사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박현주 회장과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인연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하이브에 대한 박 회장의 관심은 K-엔터 대표주에 대한 것 이상으로 각별하다고 합니다. 정확히는 방 의장에 대한 신뢰인 것이죠.
“회장님이 자수성가한 케이스다보니 동일한 경험을 한 기업인에 대해 높이 사는 경향이 있어요. 스스로 개척해낸 기업인들이 지닌 고유의 가치와 혁신성, 그리고 그들의 스토리를 좋아하세요. 사실 이런 딜에 대해선 누가 토를 달기도 애매합니다.”
때문에 몇몇 기업에 대한 딜의 경우 직원들도 으레 ‘저건 우리가 따내야겠다’는 공식 아닌 공식 같은 게 생겼습니다. 딜의 밸류를 떠나 회사(오너) 자존심의 문제라는 얘기인거죠.
그런가 하면 미래에셋그룹이 초초하게 기다리는 청구서도 하나 있습니다. 올해 안에 결론이 날 것으로 봤던 여의도 IFC 이행보증금 판결. 결국 해를 넘기며 속을 태우는 중인데요.
앞서 IFC 인수에 대한 박 회장 의지는 상당했습니다. 미래에셋그룹의 상징이 된 서울 을지로의 센터원과 포시즌호텔, 그리고 글로벌 곳곳의 호텔들을 품고 있는 박 회장에게 IFC는 여의도 중심지의 우량 부동산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포트폴리오로 포기하기 어려웠습니다.
무려 4조원대 사상 최대 규모의 부동산을 거머쥐기 위해 박 회장은 승부수를 띄웁니다. 그룹의 막강한 자본력에 오너의 의지를 담은 이행보증금까지 얹은 미래에셋은 이지스자산운용을 가볍게 제치고 승기를 잡았습니다. 다만 ‘하이 리턴’의 맛을 느끼기도 전에 리츠 구성 불발이라는 돌발변수에 부딪힌 미래에셋. 이행보증금 2000억원을 고스란히 빼앗길 ‘하이 리스크’에 2년 넘게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미래에셋그룹은 2023년 말 최현만 수석 부회장의 퇴진을 기점으로 1세대 경영인들이 물러나고 김미섭, 허선호, 이정호, 최창훈, 이준용 등 2세대들이 앞장 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박 회장 역시 2010년대까지 보이던 국내에서의 왕성한 활동은 접었습니다. 대신 그의 명함에 찍힌 ‘글로벌 전략가(GSO)’라는 직함처럼 활동 반경을 해외로 넓히고 있습니다. 호주와 유럽, 인도까지 글로벌 투자은행(IB)이라는 비전 실현은 물론 스페이스X 등 유니크한 기술력을 가진 해외기업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에 에너지를 쏟고 있습니다.
다만 ‘글로벌’ 금융시장 개척자라는 정체성 못지 않게 국내 투자시장에서 ‘전략가’ 박 회장의 '오더'는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듯 합니다. 오너 박현주는 영원한 현역이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