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 국내 정세가 국민들을 이토록 허무하게 만들어서일까. 뮤지컬 감상 내내 등장인물과 현실의 인물이 비교 되는 것은 그만큼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그리고 그의 몇몇 측근이 국민들에게 주는 스트레스가 크다는 의미일 것이다.
지난 6일부터 샤롯데씨어터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아이다’는 사랑이야기다.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 파라오의 딸인 암네리스 공주 그리고 두 여인에게 동시에 사랑받는 장군 라디메스의 전설과도 같은 러브스토리를 소재로 했다. 이집트가 거의 모든 중앙아시아를 식민지화하고 그 백성들을 노예화하던 시절, 그 혼란기에 펼쳐지는 운명적이고 신화적인 사랑이야기인 뮤지컬 ‘아이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는 결국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
이야기는 이렇다. 이집트로 끌려와 노예가 된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는 라디메스 장군 앞에서 칼을 휘두르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유년 시절 이집트로 끌려와 왕실의 충신이 된 메렙은 아이다를 보자 누비아의 공주라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이집트의 노예가 된 누비아 백성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 희망을 전한다.
노예가 돼 고통 받는 누비아 백성들은 이집트인들의 눈을 피해 아이다에게 예복을 바친다. 누더기로 만든 예복이나마 리더를 섬기는 백성들에게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꿈이고 희망이었기에 아이다 역시 기꺼이 그들의 리더가 된다.
하지만 희망도 잠시, 이윽고 누비아 왕 아모나스로도 이집트 군사들에게 잡혀 끌려온다. 옥에 갇힌 아모나스로의 처형까지는 단 나흘 밖에 남지 않았다. 아이다 공주를 비롯한 누비아 백성들과 메렙은 아모나스로 왕을 탈옥시키기 위해 분투한다. 아모나스로 왕은 누비아 백성들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아이다 공주는 순식간에 사랑에 빠진 이집트의 장군 라디메스와 이별을 택한다. 아모나스로 왕을 탈출시키기 위해서는 예정된 대로 라디메스 장군과 암네리스 공주의 결혼식이 거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영원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이 뮤지컬에서 적국에 끌려가 노예가 된 아이다 공주는 끝까지 백성들의 희망이자 등불이 된다. 국민들의 등불을 꺼버리는 리더가 아니다. 노예가 된 백성들에게 오롯이 추앙받는 아이다 공주. 그들에게 무엇도 해 줄 수 없는, 자신도 노예 처지이지만 희망을 심어주며 용기를 북돋아 주는 그녀는 적어도 백성을 사랑한 리더였다. 그리고 백성과 조국의 희망을 위해 죽음과도 같은 이별을 불사하기로 다짐한 아이다 공주는 자신의 죽음으로 희망(누비아의 아모나스로 왕)을 구해낸다.
기꺼이 백성에게 주는 왕족, 공주 옆에서 목숨까지 바치며 보좌하는 충신 메렙을 보면서 우리의 리더인 박근혜 대통령과 그 옆에서 사리사욕을 채운 최순실이 오버랩 된다. 권력을 백성들을 위해 쓰는 왕족과 그를 위해 죽음을 불사한 충신을 우리는 가질 수 없었던 것일까.
뮤지컬 ‘아이다’를 접한 관객들 입에서는 어렵지 않게 “내 인생 최고의 뮤지컬”이라는 찬사를 들을 수 있다. 그 만큼 무대디자인과 의상, 안무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작품이다.
고대 이집트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환상적인 무대, 의상과 무대의 선명한 색감을 컬러풀하게 살려주는 조명,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현대적인 춤 특히 앙상블의 칼 군무는 2시간 45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찰나에 지나갈 정도로 시선을 압도한다. 조명으로 이토록 화려한 색감을 연출할 수 있는지, 인간의 신체가 어디까지 아름다울 수 있는지 보여주는 유일한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여기에 배우들의 호연과 가창력은 쉴 새 없이 관객의 심장에 폭행을 가한다. 특히 악역 조세르로 분한 성기윤 배우의 연기는 눈빛 하나까지 생생하게 살아 관객에게 감정을 이입시킨다. 아이다 공주 역에 윤공주 장은아, 라다메스 역에 김우형 민우혁, 암네리스 공주 역에 아이비 이정화, 조세르 역에 성기윤 박성환, 메렙 역에 강은일이 열연하는 뮤지컬 ‘아이다’는 내년 3월 11일까지 샤롯데 씨어터에서 관객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