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전소 공사 건설 현장 방문한 김동철 한전 사장 (사진=한국전력)

LG화학이 한국전력(이하 한전)을 통하지 않고 전력거래소에서 전력을 직접 구매하는 첫 번째 기업이 됐다. SK어드밴스드가 제도 승인 1호라면 실질적인 전력 직거래의 스타트는 LG화학이 끊은 셈이다. 업계는 이번 움직임을 단순한 ‘전기세 아끼기’가 아니라 전력 시장 구조와 요금 체계에 대한 전방위적인 문제 제기로 해석한다.

■ 산업용 전기요금 3년 새 70% 급등…“더는 못 버틴다”

LG화학이 전력 직거래를 택한 가장 큰 이유는 급격히 오른 산업용 전기요금 때문이다. 최근 3년 사이 산업용 요금은 70% 이상 상승했다. 2022년 1분기 기준 kWh당 105.5원이던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4년 1분기 185.5원으로 3년 만에 70% 이상 상승했다.

산업계는 정부가 민생 부담을 피해 기업에 비용을 떠넘겼다며 강하게 반발한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계속된다면 LG화학에 이어 대형 제조업체들의 ‘탈한전’이 줄을 이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전은 전기요금이 여전히 총괄원가를 회수하지 못하는 구조라는 입장이다. 2022년 전기요금 원가 정보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원가 회수율은 86.3%로 1000원을 들여 생산한 전기를 863원에 팔아 137원씩 적자가 난다는 계산이다.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8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한국전력공사 경기본부 전력관리처 계통운영센터에서 관계자가 전력수급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전기요금 보는 서로 다른 시선···한전 vs 기업

반면 산업계는 한전이 말하는 ‘총괄원가’에 적정투자보수‧법인세 비용 등이 포함돼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 불신은 반세기 전인 1970년대에도 이미 존재했던 문제다. 당시에도 한전은 원가 산정 구조 불투명, 외채 의존, 과도한 투자보수율 등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90% 회수율이면 충분히 흑자일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전의 재정위기를 전기 요금 탓으로 돌리기에는 규모가 크다. 한전의 부채는 2022년 192조원에서 2023년 202조원, 2024년 205조원으로 해마다 증가 중이다. 한전이 공시한 202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설비사업 27개소 중 아직 6조8711억원 이상이 더 들어가야 한다. 2038년까지 장기 송·변전 설비에는 72조8000억원이 필요하다.

■ 본질 외면한 요금 해법···70년대 정책 실패 ‘데자뷰’

한전의 연간 영업이익은 2조~3조원 수준에 불과하고, 연간 이자비용만도 3조원이다. 단순히 요금을 올려선 설비 확충은 커녕 빚 갚기도 벅찬 구조다. 이 같은 현실은 1970년대 외채 의존형 에너지 정책의 실패와 닮은꼴이다.

올해 한전은 오랜 적자 끝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산업용 전기 요금을 9.7% 인상했고 올 들어선 전력 원가 등이 하락해 경영 수지가 개선된 덕분이다. 즉, 구조적인 수익 개선이 아닌 ‘단기적 수치 회복’에 불과하다.

전력시장 전문가들은 전력 요금 체계 뿐만 아니라 공급 체계 전반의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구조를 바로잡지 않고 전기요금 인상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과 기업 모두에게 돌아올 것이다. 이제 정부와 한전은 단순한 가격 조정이 아닌 전력산업의 구조적 개편과 시장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