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에서 붕어·개구리·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012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쓴 글이다. 아쉽게도 개천에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은 쉽게 오지 않을 듯 싶다. 중심에서 밀려나 세상 변두리에 선 느낌이 행복할 수 있을까. 부동산만하더라도 그렇다. 중소형 아파트 전성시대다. 부동산리서치업체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이후 분양된 아파트 10채 가운데 9채이상은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이라고 한다. 여기에 올해 전국에서 분양한 아파트 중 23만 4736가구 가운데 전용면적 85㎡ 이하 가구 비중은 93.9%라고 한다. 이는 200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수치라고. 중소형 아파트가 지금은 괜찮게 나온다는 인식에 실수요자들이 늘기도 했다. 가구 세대 수가 변화하면서 1~2인 가구가 늘어난 점도 한몫했다. 그러나 중소형 아파트 분양이 늘어나는 배경에는 높아진 집값을 무시할 수 없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이달 들어 12억원을 넘어섰다. 가재와 붕어는 정말 엄두도 낼 수 없는 금액이다. 중소형 아파트를 진짜로 선호해서라기보다는 현실적인 여건에 맞춰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부동산 정책의 실패는 정부의 집값 급등에 대한 변명은 '누구나 서울 강남 아파트에 살 필요가 없다'에서 '누구나 서울 아파트에 살 필요가 없다'로 바뀌었다. 그렇다고 붕어와 가재가 행복한 세상이 서울 밖에 있는 것은 또 아닌 듯 싶다. 오히려 올해 대구 등 지방에서 중소형 아파트 비중이 92.7%에 달했다. 결국 지방에서도 중소형 아파트를 찾아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이제 정부의 변명은 '누구나 아파트에 살 필요가 없다'가 됐다가 '누구나 전세에 살 필요는 없다'로 변할 것 같다. 그러다 마지막에는 '누구나 집에서 살 필요가 없다'로 바뀔 지도 모를 일이다. 용이 돼 승천한 것은 개천에 사는 가재나 개구리가 아니었다. 주택 집값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주택 집값 급등이 아니었더라면 좁은 개천이 아닌 더 넓은 곳으로 이사를 꿈꿨을 수도 있다. 국민이 바라는 행복은 희망 속에서 나온다. 안주한다고 행복이 절로 찾아오지 않을 환경이다. 이제는 안주하면 높아지는 집값에 점점 밀려나가기만 한다. 평등과 공정 아래 현 정부에서 나온 주택 정책은 수십가지가 넘었지만 가재와 붕어의 삶은 분명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정지수의 랜드마크] 중소형 아파트 전성시대, 가재·붕어는 행복하지 않다

정지수 기자 승인 2021.10.25 14:56 의견 0


"개천에서 붕어·개구리·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012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쓴 글이다. 아쉽게도 개천에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은 쉽게 오지 않을 듯 싶다. 중심에서 밀려나 세상 변두리에 선 느낌이 행복할 수 있을까.

부동산만하더라도 그렇다. 중소형 아파트 전성시대다. 부동산리서치업체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이후 분양된 아파트 10채 가운데 9채이상은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이라고 한다. 여기에 올해 전국에서 분양한 아파트 중 23만 4736가구 가운데 전용면적 85㎡ 이하 가구 비중은 93.9%라고 한다. 이는 200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수치라고.

중소형 아파트가 지금은 괜찮게 나온다는 인식에 실수요자들이 늘기도 했다. 가구 세대 수가 변화하면서 1~2인 가구가 늘어난 점도 한몫했다.

그러나 중소형 아파트 분양이 늘어나는 배경에는 높아진 집값을 무시할 수 없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이달 들어 12억원을 넘어섰다. 가재와 붕어는 정말 엄두도 낼 수 없는 금액이다. 중소형 아파트를 진짜로 선호해서라기보다는 현실적인 여건에 맞춰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부동산 정책의 실패는 정부의 집값 급등에 대한 변명은 '누구나 서울 강남 아파트에 살 필요가 없다'에서 '누구나 서울 아파트에 살 필요가 없다'로 바뀌었다.

그렇다고 붕어와 가재가 행복한 세상이 서울 밖에 있는 것은 또 아닌 듯 싶다. 오히려 올해 대구 등 지방에서 중소형 아파트 비중이 92.7%에 달했다. 결국 지방에서도 중소형 아파트를 찾아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이제 정부의 변명은 '누구나 아파트에 살 필요가 없다'가 됐다가 '누구나 전세에 살 필요는 없다'로 변할 것 같다. 그러다 마지막에는 '누구나 집에서 살 필요가 없다'로 바뀔 지도 모를 일이다.

용이 돼 승천한 것은 개천에 사는 가재나 개구리가 아니었다. 주택 집값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주택 집값 급등이 아니었더라면 좁은 개천이 아닌 더 넓은 곳으로 이사를 꿈꿨을 수도 있다.

국민이 바라는 행복은 희망 속에서 나온다. 안주한다고 행복이 절로 찾아오지 않을 환경이다. 이제는 안주하면 높아지는 집값에 점점 밀려나가기만 한다. 평등과 공정 아래 현 정부에서 나온 주택 정책은 수십가지가 넘었지만 가재와 붕어의 삶은 분명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저작권자 ⓒ뷰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