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모리티아 ‘띵띵땡땡’ 문을 열자 들리는 종소리와 함께 ‘아차’ 싶었다. 매우 특별한 공간을 찾아내야 하는 코너인데, 서울 성수동 소재의 커피숍 ‘모리티아’가 그렇게 특별해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잘 디자인 해놓은 커피숍 같았다. 나쁜 건 아니지만 ‘스페셜’에 도달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첫 느낌이었다. 직원에게 황급히 명함을 내밀고 조바심을 갖고 다른 공간을 훑어보러 발을 뗐다. 몇 발자국 지나지 않아 금방 안정이 찾아왔다. 그 어디서도 보기 힘든 ‘모리티아’만의 특별함이 눈에 보였다. 아지트 같은 공간이 하나씩 고개를 내밀었다. 쉽게 쉴 곳 없는 도심 속에서 편히 누워 잠도 청할 수 있는, 약간의 폐쇄성을 간직한 ‘다락방’과 회의를 하다보면 왜인지 모르게 아이디어가 샘솟을 것 같은 ‘그린존’, 사랑의 속삭임을 나누기에 최고의 1평이라 칭할 수 있는 ‘1974룸’, 여성에게 있어 공주의 느낌을 한 움큼 안길 ‘핑크룸’까지, ‘스페셜 썸씽(Special Somethnig)’이 그득히 자리하고 있었다. ◇직장인의 신분으로 만든 커피숍 “퇴사한 동료들을 위해” “이런 커피숍하나 있었으면”이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직장인은 없을 것이다. 올라오는 후배에 치이고 내리는 상사의 질타에 얻어맞다 보면, 아늑한 커피숍에서 손님들과 어울리는 상상으로 현실을 도피하곤 하지 않는가. 커피에 대한 사랑이 극진한 한국 사람들은 매일 같이 커피숍을 찾는다. 만남은 물론 개인의 쉼터가 되기도 하며 누군가에게는 업무를 처리하는 사무실이 된다. 점심을 먹으면 자연스럽게 커피숍으로 향하는 직장문화가 청와대부터 흘러온다. 커피숍이 국내에서 유독 인기를 끄는데, 사랑방 문화의 연속이라는 의견이 있다. 손님이 오면 차와 다과를 대접해온 선조들의 사랑방 문화에서 변형된 것이 커피숍이라는 얘기다. 그 핏줄이 어디가지 않아 여러 곳에 커피숍이 있어도 늘 손님이 있다. 은퇴 세대는 물론 많은 사람들의 창업 1순위가 커피숍이다. 개인의 경우 대부분 가슴 속에 품어왔던 사직서를 과감히 던지고 그간 모아둔 자금으로 창업하기 마련인데, IT회사 고우넷 박은경 경영지원부장은 직장인의 신분으로 커피숍을 꾸렸다. 서울 아차산로 5길 10에 소재한 고우넷의 남는 공간을 ‘모리티아’로 만든 장본인이다. 사진제공=모리티아 “고우넷은 IT 솔루션 업체인데, 제가 10년 차 경영지원부 팀장일 때 커피숍 사업을 맡게 됐어요. 인사팀과 상무님, 그리고 구매팀 팀원과 TF를 꾸리고 시작하게 됐어요. 사장님께서 뭐든 원하는 사업을 진행해도 좋다는 열린 마인드 거든요. 그 덕분에 상상을 할 수 있게 됐죠. 어떤 계기로 꽤 큰 공간이 남게 됐는데, 이걸 임대를 줄 것인가 아니면 다른 사업을 할 것인가 고심할 때 저희가 손을 든 거죠. 사업을 구상할 때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이 다른 동료들이었어요. 퇴사하고 나면 할 게 없잖아요. 혹시나 퇴사하고서도 일을 할 수 있는 방편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커피숍을 떠올리게 됐어요” 이미 한국은 커피숍 과잉이다. 한 집 걸러 한 집으로 커피숍이 즐비하다. 특별한 경쟁력이 없으면 그저 그런 커피숍에 머무르다 사업을 포기할 수 있다. 박은경 부장이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최근 트렌드를 타고 있는 살롱과 소모임 문화를 커피숍과 접목시키는 것이었다. “요즘 살롱이나 소모임 문화가 발달했잖아요. 그런 걸 커피숍에서 하게끔 하면 어떨까 싶었어요. 새로운 느낌에서 회의를 하는 공간과 편하게 여럿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면 어떨까 했어요. 그리고 마치 비밀의 방처럼 있는 나만의 공간도 생각했고요” 사진제공=모리티아 ◇대자연의 분위기와 상상을 품은 ‘비밀의 방’ 회의실과 나만의 공간이라는 방향성과 함께 ‘모리티아’라는 모토도 나왔다. 모리티아는 환상 속에만 있던 가라앉은 섬의 이름이다. 2013년 영국 지질학자들이 발굴했다. 문 앞부터 보이는 로고는 일출하는 태양을 아득히 감싸는 산을 의미한다. 핑크와 민트의 벽지 사이에서 전체적으로 대자연이라는 테마가 감지된다. 하와이에 가본 적 없는 사람에게 마치 하와이에 와있는 기분을 안긴다. 중앙의 커다란 유리창 회의실을 오른쪽으로 지나가면 놀라운 다락방이 나온다. 커튼을 치면 누워서 잠을 자도 손색 없을 조용하고 아늑하며, 다소 폐쇄적인 공간이다. “공간을 다 똑같이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중앙은 회의실이자 편안히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했어요. 중앙이 막혀있는 곳을 가면 답답하더라고요. 오른쪽으로 가면 다락방이 나오는데, ‘우리만의 공간’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일부로 2층으로 해서 위에서 아래도 볼 수 있고, 바깥도 볼 수 있어요. 거기서 한 번 팀원이랑 2시간 정도 있어봤는데, 집중력이 엄청 올라가더라고요. 저한테도 신선한 경험이었어요” 다락방을 지나가면 회의실이 나온다. 확 트인 회의 공간이다. 박은경 부장이 원했던 그림과는 좀 달랐다고 한다. 구글 사무실처럼 자유롭게 앉을 수도 있고 누울 수도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는데, 원하는 만큼 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정형화 되지 않은 회의실을 만들려고 했는데, 지금은 약간 정형성이 있어요. 책상이랑 의자를 구비하게 돼서 좀 더 사용하다가 바꿔보려고요. 온전히 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많은 고객들이 이용해주고 계세요” 사진제공=모리티아 맞은편에는 1974룸이 있다. TF 팀원 중 한 명의 생년이 1974년이어서 탄생한 년도라서 1974룸이 됐다. 약간 촌스럽고 올드하면서, 오묘한 느낌이 있다. 벽지도 꽃무늬다. 갈고리형 형태의 방이라서 안쪽 끝으로 가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야릇한 상상이 떠오른다. 중앙 회의실을 기점으로 왼쪽으로 가면 핑크가 가득한 핑크룸이 있다. 핑크를 사랑하는 여성에게 안성맞춤이다. “여자들이 공주병에 빠지고 싶은 날이 있는데, 그럴 때 사용하라고 만든 방이에요. 그 방에 앉아서 ‘공주가 되거라’라고 메시지를 전하는 방이죠. 공주라면 이곳에 와야죠. 하하” 각각의 새로운 공간을 둘러보고 나면 다시 이곳을 찾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모든 방을 다 한 번씩 이용하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다. 아울러 음악은 잔잔하다. 국내 가요가 아닌 팝 발라드나 재즈가 흘러나온다. “가요는 호불호가 강하잖아요. 그리고 저희 콘셉트랑 잘 안 맞는 거 같아요. 일반적으로 재즈나, 연주곡, 시간이 지난 팝 발라드를 틀어요. 가사가 없는 곡이나 영어로만 된 곡이 많기 때문에 공부를 하시거나 업무를 처리하시기에 괜찮으실 거예요.” 사진제공=모리티아 ◇“커피는 무조건 ‘스페셜티 커피’…‘맛의 신뢰성’ 내 돈이 아니기에 가능” 커피숍에 커피가 맛이 없으면 아무리 분위기가 좋아도 잘 찾지 않게 되기 마련이다. 마치 물을 섞은 느낌의 닝닝한 커피를 먹고 나면 “다신 이 집을 찾지 않게 되겠군”이라는 생각이 스친다. 박은경 부장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제가 커피를 좋아해요. 가끔 성의 없는 음료를 마시고 나면 ‘내가 왜 이 돈을 내고 이 음료를 먹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커피만큼은 이윤을 많이 남기지 않더라도 비싸고 좋은 걸 쓰려고 했죠” 가장 수요가 많다는 3800원짜리 커피를 마셔봤다. ‘스타벅스’로 숙련된 필자의 ‘절대 미각’이 반응했다. 눈이 확 떠졌다. 부드러우면서 여운이 깊은 맛이 전달됐다. 이곳이 나의 직장과 가까운 곳이라면 다른 곳은 절대 찾지 않을 것 같은 맛이었다. “자주 가는 커피숍이 있는데 그곳에서 스페셜티 커피를 취급해요. 전 세계적으로 80점 이상의 평가를 받은 생두만 받아요. 저의 초심이 ‘음료로는 거짓말 하지 말자’였어요. 가장 중요한 거였죠. 그래서 커피 값 정할 때 부딪힘이 있었죠. 단가가 높으니까요. 그렇다고 비싸게 받고 싶지는 않았어요. 어떤 고객께서 모리티아 커피 마시다가 다른 커피는 못 먹겠다고 했어요. 그 말이 참 마음에 남아요” 싼 값으로 정한 이유는 목표가 이윤이 아닌 ‘신뢰’였기 때문이다. 신뢰를 쌓는 것이 급선무였다. 신뢰가 있어야 결국에는 이를 바탕으로 이윤이 된다는 것을 10년 이상 직장생활을 하면서 깨달았기에 이를 거스를 수 없었다. “만약 제 단독 가게였다면 이런 퀄리티는 안 나왔을 거예요. 금전적인 압박이 있었다면 이걸 유지하기 쉽지 않았으리라고 봐요. 이곳에서 나오는 이윤이 회사로 가는 것이기에 가능했죠. 저희는 성수동 매장을 ‘안테나 매장’으로 세워서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려고요. 그래서 성공한 부분만 갖고 또 하나의 직영점을 낼 계획이에요” 사진제공=모리티아 커피에 대해 모르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바리스타 자격증 SCA의 프로페셔널을 땄고, 올해에는 라떼아트의 심사위원으로도 나섰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발전하는 박은경 부장이다. “직장에서 일하다 보니, 리더가 더 많이 알고 뛰어나야 한다는 걸 체험했어요. 저도 좀 이른 나이에 팀장이 됐거든요. 그래서 그런 면들이 몸에 배어 있고, 직장 생활하면서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이끄는지 배우게 됐어요. 희생하고 대신 싸워주고 하다 보니 후배들이 절 따라주더라고요” 직업의식을 몸소 깨달은 박 부장은 모리티아 직원들 모두를 고우넷 내 정규직으로 받았다. 아르바이트를 쓸 법도 한데, 회사에서 누리는 복지를 최대한 그들에게도 준다고 한다. 시대의 흐름에 맞는 마인드다. “직업의식이 있어야 더 열심히 일하죠. 여기 직원들도 고우넷 직원들과 같은 복지를 받아요. 그래야 투철하게 일하죠. 그리고 가족적인 분위기가 돼요. 커피숍이 정말 알게 모르게 할 게 많아요. 우아한 백조 같은 자리에요. 발은 빠르게 움직이고 몸은 우아한 백조요. 커피 타주는 게 전부가 아니에요. 꽤 힘들죠. 사장님도 이들의 복지에 대해 중요히 여겨 주셨고, 그래서인지 다행히 다들 크게 불만 없이 열심히 일 해줘요. 덕분에 저도 행복하게 일하고 있어요. 하하”

[공간의 맛] 도심 속의 숨은, 환상의 아지트 ‘모리티아’

함상범 승인 2019.10.01 11:17 | 최종 수정 2019.11.19 16:02 의견 0
사진제공=모리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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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띵땡땡’ 문을 열자 들리는 종소리와 함께 ‘아차’ 싶었다. 매우 특별한 공간을 찾아내야 하는 코너인데, 서울 성수동 소재의 커피숍 ‘모리티아’가 그렇게 특별해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잘 디자인 해놓은 커피숍 같았다. 나쁜 건 아니지만 ‘스페셜’에 도달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첫 느낌이었다.

직원에게 황급히 명함을 내밀고 조바심을 갖고 다른 공간을 훑어보러 발을 뗐다. 몇 발자국 지나지 않아 금방 안정이 찾아왔다. 그 어디서도 보기 힘든 ‘모리티아’만의 특별함이 눈에 보였다.

아지트 같은 공간이 하나씩 고개를 내밀었다. 쉽게 쉴 곳 없는 도심 속에서 편히 누워 잠도 청할 수 있는, 약간의 폐쇄성을 간직한 ‘다락방’과 회의를 하다보면 왜인지 모르게 아이디어가 샘솟을 것 같은 ‘그린존’, 사랑의 속삭임을 나누기에 최고의 1평이라 칭할 수 있는 ‘1974룸’, 여성에게 있어 공주의 느낌을 한 움큼 안길 ‘핑크룸’까지, ‘스페셜 썸씽(Special Somethnig)’이 그득히 자리하고 있었다.

◇직장인의 신분으로 만든 커피숍 “퇴사한 동료들을 위해”

“이런 커피숍하나 있었으면”이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직장인은 없을 것이다. 올라오는 후배에 치이고 내리는 상사의 질타에 얻어맞다 보면, 아늑한 커피숍에서 손님들과 어울리는 상상으로 현실을 도피하곤 하지 않는가. 커피에 대한 사랑이 극진한 한국 사람들은 매일 같이 커피숍을 찾는다. 만남은 물론 개인의 쉼터가 되기도 하며 누군가에게는 업무를 처리하는 사무실이 된다. 점심을 먹으면 자연스럽게 커피숍으로 향하는 직장문화가 청와대부터 흘러온다.

커피숍이 국내에서 유독 인기를 끄는데, 사랑방 문화의 연속이라는 의견이 있다. 손님이 오면 차와 다과를 대접해온 선조들의 사랑방 문화에서 변형된 것이 커피숍이라는 얘기다. 그 핏줄이 어디가지 않아 여러 곳에 커피숍이 있어도 늘 손님이 있다. 은퇴 세대는 물론 많은 사람들의 창업 1순위가 커피숍이다.

개인의 경우 대부분 가슴 속에 품어왔던 사직서를 과감히 던지고 그간 모아둔 자금으로 창업하기 마련인데, IT회사 고우넷 박은경 경영지원부장은 직장인의 신분으로 커피숍을 꾸렸다. 서울 아차산로 5길 10에 소재한 고우넷의 남는 공간을 ‘모리티아’로 만든 장본인이다.

사진제공=모리티아
사진제공=모리티아

“고우넷은 IT 솔루션 업체인데, 제가 10년 차 경영지원부 팀장일 때 커피숍 사업을 맡게 됐어요. 인사팀과 상무님, 그리고 구매팀 팀원과 TF를 꾸리고 시작하게 됐어요. 사장님께서 뭐든 원하는 사업을 진행해도 좋다는 열린 마인드 거든요. 그 덕분에 상상을 할 수 있게 됐죠. 어떤 계기로 꽤 큰 공간이 남게 됐는데, 이걸 임대를 줄 것인가 아니면 다른 사업을 할 것인가 고심할 때 저희가 손을 든 거죠. 사업을 구상할 때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이 다른 동료들이었어요. 퇴사하고 나면 할 게 없잖아요. 혹시나 퇴사하고서도 일을 할 수 있는 방편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커피숍을 떠올리게 됐어요”

이미 한국은 커피숍 과잉이다. 한 집 걸러 한 집으로 커피숍이 즐비하다. 특별한 경쟁력이 없으면 그저 그런 커피숍에 머무르다 사업을 포기할 수 있다. 박은경 부장이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최근 트렌드를 타고 있는 살롱과 소모임 문화를 커피숍과 접목시키는 것이었다.

“요즘 살롱이나 소모임 문화가 발달했잖아요. 그런 걸 커피숍에서 하게끔 하면 어떨까 싶었어요. 새로운 느낌에서 회의를 하는 공간과 편하게 여럿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면 어떨까 했어요. 그리고 마치 비밀의 방처럼 있는 나만의 공간도 생각했고요”

사진제공=모리티아
사진제공=모리티아

◇대자연의 분위기와 상상을 품은 ‘비밀의 방’

회의실과 나만의 공간이라는 방향성과 함께 ‘모리티아’라는 모토도 나왔다. 모리티아는 환상 속에만 있던 가라앉은 섬의 이름이다. 2013년 영국 지질학자들이 발굴했다. 문 앞부터 보이는 로고는 일출하는 태양을 아득히 감싸는 산을 의미한다. 핑크와 민트의 벽지 사이에서 전체적으로 대자연이라는 테마가 감지된다. 하와이에 가본 적 없는 사람에게 마치 하와이에 와있는 기분을 안긴다.

중앙의 커다란 유리창 회의실을 오른쪽으로 지나가면 놀라운 다락방이 나온다. 커튼을 치면 누워서 잠을 자도 손색 없을 조용하고 아늑하며, 다소 폐쇄적인 공간이다.

“공간을 다 똑같이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중앙은 회의실이자 편안히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했어요. 중앙이 막혀있는 곳을 가면 답답하더라고요. 오른쪽으로 가면 다락방이 나오는데, ‘우리만의 공간’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일부로 2층으로 해서 위에서 아래도 볼 수 있고, 바깥도 볼 수 있어요. 거기서 한 번 팀원이랑 2시간 정도 있어봤는데, 집중력이 엄청 올라가더라고요. 저한테도 신선한 경험이었어요”

다락방을 지나가면 회의실이 나온다. 확 트인 회의 공간이다. 박은경 부장이 원했던 그림과는 좀 달랐다고 한다. 구글 사무실처럼 자유롭게 앉을 수도 있고 누울 수도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는데, 원하는 만큼 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정형화 되지 않은 회의실을 만들려고 했는데, 지금은 약간 정형성이 있어요. 책상이랑 의자를 구비하게 돼서 좀 더 사용하다가 바꿔보려고요. 온전히 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많은 고객들이 이용해주고 계세요”

사진제공=모리티아
사진제공=모리티아

맞은편에는 1974룸이 있다. TF 팀원 중 한 명의 생년이 1974년이어서 탄생한 년도라서 1974룸이 됐다. 약간 촌스럽고 올드하면서, 오묘한 느낌이 있다. 벽지도 꽃무늬다. 갈고리형 형태의 방이라서 안쪽 끝으로 가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야릇한 상상이 떠오른다.

중앙 회의실을 기점으로 왼쪽으로 가면 핑크가 가득한 핑크룸이 있다. 핑크를 사랑하는 여성에게 안성맞춤이다.

“여자들이 공주병에 빠지고 싶은 날이 있는데, 그럴 때 사용하라고 만든 방이에요. 그 방에 앉아서 ‘공주가 되거라’라고 메시지를 전하는 방이죠. 공주라면 이곳에 와야죠. 하하”

각각의 새로운 공간을 둘러보고 나면 다시 이곳을 찾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모든 방을 다 한 번씩 이용하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다. 아울러 음악은 잔잔하다. 국내 가요가 아닌 팝 발라드나 재즈가 흘러나온다.

“가요는 호불호가 강하잖아요. 그리고 저희 콘셉트랑 잘 안 맞는 거 같아요. 일반적으로 재즈나, 연주곡, 시간이 지난 팝 발라드를 틀어요. 가사가 없는 곡이나 영어로만 된 곡이 많기 때문에 공부를 하시거나 업무를 처리하시기에 괜찮으실 거예요.”

사진제공=모리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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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무조건 ‘스페셜티 커피’…‘맛의 신뢰성’ 내 돈이 아니기에 가능”

커피숍에 커피가 맛이 없으면 아무리 분위기가 좋아도 잘 찾지 않게 되기 마련이다. 마치 물을 섞은 느낌의 닝닝한 커피를 먹고 나면 “다신 이 집을 찾지 않게 되겠군”이라는 생각이 스친다. 박은경 부장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제가 커피를 좋아해요. 가끔 성의 없는 음료를 마시고 나면 ‘내가 왜 이 돈을 내고 이 음료를 먹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커피만큼은 이윤을 많이 남기지 않더라도 비싸고 좋은 걸 쓰려고 했죠”

가장 수요가 많다는 3800원짜리 커피를 마셔봤다. ‘스타벅스’로 숙련된 필자의 ‘절대 미각’이 반응했다. 눈이 확 떠졌다. 부드러우면서 여운이 깊은 맛이 전달됐다. 이곳이 나의 직장과 가까운 곳이라면 다른 곳은 절대 찾지 않을 것 같은 맛이었다.

“자주 가는 커피숍이 있는데 그곳에서 스페셜티 커피를 취급해요. 전 세계적으로 80점 이상의 평가를 받은 생두만 받아요. 저의 초심이 ‘음료로는 거짓말 하지 말자’였어요. 가장 중요한 거였죠. 그래서 커피 값 정할 때 부딪힘이 있었죠. 단가가 높으니까요. 그렇다고 비싸게 받고 싶지는 않았어요. 어떤 고객께서 모리티아 커피 마시다가 다른 커피는 못 먹겠다고 했어요. 그 말이 참 마음에 남아요”

싼 값으로 정한 이유는 목표가 이윤이 아닌 ‘신뢰’였기 때문이다. 신뢰를 쌓는 것이 급선무였다. 신뢰가 있어야 결국에는 이를 바탕으로 이윤이 된다는 것을 10년 이상 직장생활을 하면서 깨달았기에 이를 거스를 수 없었다.

“만약 제 단독 가게였다면 이런 퀄리티는 안 나왔을 거예요. 금전적인 압박이 있었다면 이걸 유지하기 쉽지 않았으리라고 봐요. 이곳에서 나오는 이윤이 회사로 가는 것이기에 가능했죠. 저희는 성수동 매장을 ‘안테나 매장’으로 세워서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려고요. 그래서 성공한 부분만 갖고 또 하나의 직영점을 낼 계획이에요”

사진제공=모리티아
사진제공=모리티아

커피에 대해 모르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바리스타 자격증 SCA의 프로페셔널을 땄고, 올해에는 라떼아트의 심사위원으로도 나섰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발전하는 박은경 부장이다.

“직장에서 일하다 보니, 리더가 더 많이 알고 뛰어나야 한다는 걸 체험했어요. 저도 좀 이른 나이에 팀장이 됐거든요. 그래서 그런 면들이 몸에 배어 있고, 직장 생활하면서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이끄는지 배우게 됐어요. 희생하고 대신 싸워주고 하다 보니 후배들이 절 따라주더라고요”

직업의식을 몸소 깨달은 박 부장은 모리티아 직원들 모두를 고우넷 내 정규직으로 받았다. 아르바이트를 쓸 법도 한데, 회사에서 누리는 복지를 최대한 그들에게도 준다고 한다. 시대의 흐름에 맞는 마인드다.

“직업의식이 있어야 더 열심히 일하죠. 여기 직원들도 고우넷 직원들과 같은 복지를 받아요. 그래야 투철하게 일하죠. 그리고 가족적인 분위기가 돼요. 커피숍이 정말 알게 모르게 할 게 많아요. 우아한 백조 같은 자리에요. 발은 빠르게 움직이고 몸은 우아한 백조요. 커피 타주는 게 전부가 아니에요. 꽤 힘들죠. 사장님도 이들의 복지에 대해 중요히 여겨 주셨고, 그래서인지 다행히 다들 크게 불만 없이 열심히 일 해줘요. 덕분에 저도 행복하게 일하고 있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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