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vN 제공) [뷰어스=이소희 기자] 한순간도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드라마가 있다. 최근 유행한 범죄 스릴러도 아니고, 흥행보증 수표인 의학드라마도 아니다. 다름 아닌 게임을 다룬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다. tvN 토일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1회 시청률 7.5%(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로 시작해 4회를 방송한 현재 8%대를 넘어섰다. 토일드라마 동시간대 작품에 비하면 꼴찌인 수준이지만, 그 화제성과 만듦새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  시청자 또한 단순히 흥미를 보이고 “재미있다”를 뛰어 넘어 “미쳤다” “이런 드라마는 처음이다” “추리하는 재미가 있다”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어떤 요인들이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역대급’으로 만드는 걸까. 눈과 마음을 매료시키는 작품의 매력을 짚어본다. (사진=tvN 화면 캡처) ■ VR, 신선한 소재에 더한 높은 몰입도와 설득력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투자회사 대표인 유진우(현빈)가 정세주(엑소 찬열)가 만든 VR(증강현실)게임을 경험하면서 기묘한 일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다소 전문적으로 보이는 게임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 만큼, 당초 드라마는 대중적인 기대를 모으지는 못 했다. 하지만 드라마는 게임방식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펼쳐냈다. 스마트 렌즈를 착용하는 순간 내 눈 앞의 현실이 게임의 배경으로 바뀌며, 그곳에서 가상의 캐릭터와 격전을 벌이는 방식이다. 이는 현빈의 1인칭 시점으로 표현돼 시청자가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더군다나 작품이 제시하는 게임은 기존의 VR에 신선한 발상을 더한 모양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초반에는 이런 장면이 나왔다. 유진우가 열차 안에서 초라한 행색으로 무엇에 홀린 듯 총싸움을 벌이는데 그 외 다른 승객들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편안해 보인다. 최근에는 게임에서 죽었던 차형석(박훈)이 실제로도 사망하고, 또 게임에서는 다시 살아나 유진우를 쫒아오는 장면이 그려졌다. 이는 곧 주인공들이 게임과 현실이 구분되지 않는 함정이 빠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추리물과는 확연히 다른 모양새이자 VR을 소재로 삼았기에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전개다. 또한 이를 보는 시청자는 독보적인 상상력에 감탄하면서도 가상과 현실의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극에 집중하게 된다.  (사진=tvN 화면 캡처) ■ 찬열·현빈의 임팩트 드라마 속 VR 게임을 만든 천재 프로그래머 정세주의 첫 등장은 강렬했다. 정세주는 누군가에 쫒기는 듯 다급했고, 열차 안에서 총에 맞은 후 자취를 감췄다. 이런 장면들은 드라마에서 첫 회가 지녀야 할 역할 중 하나인 호기심과 흥미 유발을 확실히 해냈다. 그리고 이 긴박함을 실감나게 표현한 인물이 바로 찬열이다. 몇 장면 등장하지 않았지만 마음이 급해 횡설수설하는 문장구사력과 공포에 질린 눈빛 등은 임팩트가 컸다. 아직 정세주에 얽힌 이야기가 완벽히 풀리지 않았음에도 그 자체만으로도 처한 상황을 짐작케 하는 연기였다. 여기에서 찬열은 그룹 엑소가 아니다. 마치 마법의 도시 속 해리포터처럼 더할 나위 없이 신비로운 인물이다. 매번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는 현빈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통해 다시 한 번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낸 듯하다. 현빈이 연기하는 유진우의 모습에는 연륜에서 묻어나는 여유와 능숙함, 여심을 홀리는 센스, 목표를 잡으면 절대 놓치지 않는 독기까지 모두 들어가 있다. 지나치게 친절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너무 이기적인 것도 아닌 아슬아슬한 경계를 지키고 있는 게 큰 매력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VR 게임에 임할 때 유진우의 모습은 또 다르다. 그는 새로운 환경을 하나씩 마주할 때마다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당황했더라도 티를 내지 않고 차분히 주위를 둘러보고 빠른 상황판단을 한다. 상대방을 설득해야 하는 특성을 지닌 투자회사 대표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현빈은 자신만의 내공으로 이런 다양한 유진우와 호흡하고 있다. (사진=tvN 화면 캡처) ■ ‘마법의 도시’ 그라나다, 더욱 생생해지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배경이 되는 곳은 스페인 그라나다다. 그라나다는 서구적인 가톨릭 문화와 이슬람 양식이 혼재돼 그 자체만으로도 신비로운 풍광을 자랑한다. 올로케이션 촬영으로 진행돼 출연 배우 외에는 동양인을 찾아볼 수 없는 것도 이국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또한 영상은 차갑고 냉혹한 게임 속 모습과 달리 따뜻하고 서정적인 필터가 입혀진다. 여기에 아름답고 미스터리한 음악까지 더해지니 드라마가 지닌 기묘한 느낌은 생생하게 살아난다. 더 나아가 이런 영상미를 해치지 않는 건 바로 자연스러운 CG다. 드라마는 VR게임을 소재로 하고 있는 특성상 그래픽 작업의 비중이 매우 중요하다. 자칫하면 탄탄한 짜임새에도 불구하고 엉성한 드라마로 비춰지기 딱 좋다. 하지만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가장 큰 우려 중 하나였던 CG에 있어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인물들에 퀘스트가 주어질 때는 영상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심플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입힌다. 동상이 갑자기 움직이며 뛰어내릴 때나 유진우가 칼을 쥘 때, 무기가 하늘 위에서 내려올 때 등 비현실적인 장면도 부드럽게 연결해 현실처럼 느껴지도록 한다. 이는 극중 인물들이 점차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하게 되는 것처럼, 시청자에게 또한 ‘드라마 속 내용이 실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겠다’라는 신비로운 상상력을 부여한다.

자꾸만 매료되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묘미 셋

이소희 기자 승인 2018.12.14 17:22 | 최종 수정 2137.11.26 00:00 의견 0
(사진=tvN 제공)
(사진=tvN 제공)

[뷰어스=이소희 기자] 한순간도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드라마가 있다. 최근 유행한 범죄 스릴러도 아니고, 흥행보증 수표인 의학드라마도 아니다. 다름 아닌 게임을 다룬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다.

tvN 토일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1회 시청률 7.5%(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로 시작해 4회를 방송한 현재 8%대를 넘어섰다. 토일드라마 동시간대 작품에 비하면 꼴찌인 수준이지만, 그 화제성과 만듦새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 

시청자 또한 단순히 흥미를 보이고 “재미있다”를 뛰어 넘어 “미쳤다” “이런 드라마는 처음이다” “추리하는 재미가 있다”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어떤 요인들이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역대급’으로 만드는 걸까. 눈과 마음을 매료시키는 작품의 매력을 짚어본다.

(사진=tvN 제공)
(사진=tvN 화면 캡처)

■ VR, 신선한 소재에 더한 높은 몰입도와 설득력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투자회사 대표인 유진우(현빈)가 정세주(엑소 찬열)가 만든 VR(증강현실)게임을 경험하면서 기묘한 일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다소 전문적으로 보이는 게임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 만큼, 당초 드라마는 대중적인 기대를 모으지는 못 했다. 하지만 드라마는 게임방식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펼쳐냈다. 스마트 렌즈를 착용하는 순간 내 눈 앞의 현실이 게임의 배경으로 바뀌며, 그곳에서 가상의 캐릭터와 격전을 벌이는 방식이다. 이는 현빈의 1인칭 시점으로 표현돼 시청자가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더군다나 작품이 제시하는 게임은 기존의 VR에 신선한 발상을 더한 모양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초반에는 이런 장면이 나왔다. 유진우가 열차 안에서 초라한 행색으로 무엇에 홀린 듯 총싸움을 벌이는데 그 외 다른 승객들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편안해 보인다. 최근에는 게임에서 죽었던 차형석(박훈)이 실제로도 사망하고, 또 게임에서는 다시 살아나 유진우를 쫒아오는 장면이 그려졌다. 이는 곧 주인공들이 게임과 현실이 구분되지 않는 함정이 빠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추리물과는 확연히 다른 모양새이자 VR을 소재로 삼았기에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전개다. 또한 이를 보는 시청자는 독보적인 상상력에 감탄하면서도 가상과 현실의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극에 집중하게 된다. 

(사진=tvN 화면 캡처)
(사진=tvN 화면 캡처)

■ 찬열·현빈의 임팩트

드라마 속 VR 게임을 만든 천재 프로그래머 정세주의 첫 등장은 강렬했다. 정세주는 누군가에 쫒기는 듯 다급했고, 열차 안에서 총에 맞은 후 자취를 감췄다. 이런 장면들은 드라마에서 첫 회가 지녀야 할 역할 중 하나인 호기심과 흥미 유발을 확실히 해냈다. 그리고 이 긴박함을 실감나게 표현한 인물이 바로 찬열이다. 몇 장면 등장하지 않았지만 마음이 급해 횡설수설하는 문장구사력과 공포에 질린 눈빛 등은 임팩트가 컸다. 아직 정세주에 얽힌 이야기가 완벽히 풀리지 않았음에도 그 자체만으로도 처한 상황을 짐작케 하는 연기였다. 여기에서 찬열은 그룹 엑소가 아니다. 마치 마법의 도시 속 해리포터처럼 더할 나위 없이 신비로운 인물이다.

매번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는 현빈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통해 다시 한 번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낸 듯하다. 현빈이 연기하는 유진우의 모습에는 연륜에서 묻어나는 여유와 능숙함, 여심을 홀리는 센스, 목표를 잡으면 절대 놓치지 않는 독기까지 모두 들어가 있다. 지나치게 친절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너무 이기적인 것도 아닌 아슬아슬한 경계를 지키고 있는 게 큰 매력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VR 게임에 임할 때 유진우의 모습은 또 다르다. 그는 새로운 환경을 하나씩 마주할 때마다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당황했더라도 티를 내지 않고 차분히 주위를 둘러보고 빠른 상황판단을 한다. 상대방을 설득해야 하는 특성을 지닌 투자회사 대표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현빈은 자신만의 내공으로 이런 다양한 유진우와 호흡하고 있다.

(사진=tvN 화면 캡처)
(사진=tvN 화면 캡처)

■ ‘마법의 도시’ 그라나다, 더욱 생생해지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배경이 되는 곳은 스페인 그라나다다. 그라나다는 서구적인 가톨릭 문화와 이슬람 양식이 혼재돼 그 자체만으로도 신비로운 풍광을 자랑한다. 올로케이션 촬영으로 진행돼 출연 배우 외에는 동양인을 찾아볼 수 없는 것도 이국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또한 영상은 차갑고 냉혹한 게임 속 모습과 달리 따뜻하고 서정적인 필터가 입혀진다. 여기에 아름답고 미스터리한 음악까지 더해지니 드라마가 지닌 기묘한 느낌은 생생하게 살아난다.

더 나아가 이런 영상미를 해치지 않는 건 바로 자연스러운 CG다. 드라마는 VR게임을 소재로 하고 있는 특성상 그래픽 작업의 비중이 매우 중요하다. 자칫하면 탄탄한 짜임새에도 불구하고 엉성한 드라마로 비춰지기 딱 좋다. 하지만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가장 큰 우려 중 하나였던 CG에 있어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인물들에 퀘스트가 주어질 때는 영상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심플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입힌다. 동상이 갑자기 움직이며 뛰어내릴 때나 유진우가 칼을 쥘 때, 무기가 하늘 위에서 내려올 때 등 비현실적인 장면도 부드럽게 연결해 현실처럼 느껴지도록 한다. 이는 극중 인물들이 점차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하게 되는 것처럼, 시청자에게 또한 ‘드라마 속 내용이 실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겠다’라는 신비로운 상상력을 부여한다.

저작권자 ⓒ뷰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