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PC그룹
SPC 삼립이 글로벌 식품 기업 ‘크래프트 하인즈’와 국내 독점 공급 및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공로는 마약 처벌 등으로 경영에서 영구 제외하겠다고 선언했던 허희수 전 부사장에 돌리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허희수 전 부사장의 복귀 발판 아니겠느냐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SPC 삼립은 지난 12일, 글로벌 식품 브랜드 크래프트 하인즈(Kraft Heinz)와 국내 독점 공급 ·판매 계약을 발표했다. 특히 계약 과정에서 허희수 전 부사장 공로가 컸다고 강조했다. SPC 삼립에 따르면 지난해 초 ‘크래프트 하인즈’와 독점공급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때부터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이가 허희수 전 부사장이다. 허희수 전 부사장은 ‘크래프트 하인즈’의 북동 아시아 총괄을 직접 만나는 등 선봉에서 실무진간 협의 전 물밑작업을 펼친 것으로 알려진다. 더욱이 이번 독점 유통 계약을 통해 연간 약 300억원 규모의 수익성 증가가 예상되는 바.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경영 일선에서 ‘영구 배제’됐던 허희수 전 부사장의 복귀 물밑작업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시선이 불거지고 있다.
고(故) 허창성 SPC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인 허희수 전 부사장은 지난해 9월 대마 밀수, 투약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특히 허희수 전 부사장은 마약 흡입 뿐 아니라 해외에서 액상 대마를 몰래 들여왔다는 점에서 재벌가 일원으로서의 윤리적·도덕적 책무를 저버렸다는 비난을 받았다. 사측에도 치명적 타격을 입혔다. SPC그룹은 실적이 좋았던 상황에서도 시가총액이 하루 아침에 300억원이나 사라지는 등 타격을 입은 것은 물론이고, SPC그룹 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성토가 이어지며 난관에 봉착했다. 결국 SPC그룹은 허희수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는 없을 것이라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던 바다.
사진=JTBC 방송화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희수 전 부사장의 복귀설이 솔솔 불기 시작한다. 이번 그룹 차원의 발표 속에 담긴 공로 부각 발언과 그가 쌓아 온 업적 때문. 허희수 전 부사장은 2007년 계열사인 파리크라상에 입사,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이후 세간에 큰 화제였던 ‘쉐이크쉑’ 버거 체인점을 국내에 들인 것이 오너로 나서게 된 결정적 성과가 됐다. 허희수 전 부사장은 이 성과를 통해 부사장으로 승진했던 바다. 앞서 쉐이크쉑 보도자료에서도 허희수 전 부사장 이름은 빠지지 않았다. 이에 더해 이번 ‘크래프트 하인즈’ 독점 계약까지 SPC가 허희수 전 부사장 공로 덕이라고 부각하면서 그의 경영능력을 다시 평가해야 한다는 기류를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SPC측은 "공로와 경영 복귀는 별개의 문제"라고 못박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분위기로 봐서는 허희수 전 부사장의 복귀에 조용히 시동을 거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혹여 허희수 전 부사장이 어떤 식으로든 복귀할 경우, 기업과 오너 신뢰도가 무너질 위험이 자명한 상황이다. SPC그룹은 허희수 전 부사장 1심 선고를 앞둔 시점에서 “향후 경영에서 영구히 배제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만약 허희수 전 부사장이 돌아온다면, 그것도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복귀한다면 SPC는 허희수 전 부사장의 형량을 낮추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는 의심을 벗기 어렵다.
현재로서도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났다고도 볼 수 없는 상황이다. 허희수 전 부사장은 SPC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인 SPC삼립의 지분 11.4%를 보유, 주요 주주로 기업에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인물이다. 이번 크래프트 하인즈와 계약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점에서 그가 꾸준히 기업 활동을 해왔다고 보는 이도 있다. 그룹은 지난해 초 공을 쌓은 것이라 밝히고 있지만 체결은 이번에 된 만큼 그간 지속적인 관심과 관여를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