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광대들: 풍문 조작단' 스틸 기발한 상상력을 동원한 ‘광대들’의 출발은 좋았다. 그러나 광대들의 유쾌한 활약을 뒷받침할 서사가 빈약해 장점을 빛내지 못했다. 21일 개봉하는 ‘광대들’은 조선 팔도를 무대로 풍문을 조작하고 민심을 흔드는 광대들이 권력의 실세 한명회에 발탁돼 세조에 대한 미담을 만들어내면서 역사를 바꾸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 Strength(강점) 한명회와 세조의 이야기가 극의 무게감을 잡는다. 기발한 상상력이 담긴 ‘광대들’은 종종 낯선 장면들을 보여주지만, 중심을 잡을 익숙한 이야기가 있어 몰입을 돕는다. 조카를 죽이고 왕의 자리에 올랐지만, 몸이 쇠약해지면서 불안감과 죄책감에 시달리는 세조, 그런 왕의 정통성을 지키는 것이 절실한 한명회 등 인물들의 절박한 심정을 표현한 손현주, 박희순의 깊이 있는 연기력이 극에 깊이를 더한다. 5명의 광대로 활약한 조진웅, 고창석, 윤박, 김슬기, 김민석의 활약도 유쾌하게 그려지지만, 논리적으로 힘을 받지 못하는 탓에 그저 웃음을 자아내는 도구적인 캐릭터들로 전락하게 된다. 화려한 입담을 자랑하며 광대패의 리더로 중심을 잡은 조진웅의 열연도 구멍난 개연성을 전부 메우지는 못한다. ■ Weakness(약점) 세조가 지나가자 소나무가 저절로 움직이고, 세조가 세운 원각사를 황색 구름이 뒤덮고, 오대산에서 몸을 씻으니 피부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는 실록 속 기이한 현상들을 어떻게 광대들의 손으로 구현할지가 관건이었다. 그러나 영화는 어디까지나 상상력이니 부족한 논리는 눈감아 줘야 한다는 식으로 전개한다. 설정이라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조선 시대에 직접 만든 런닝 머신이 있고, 아무리 바람의 힘을 이용했다지만 거대한 부처상이 떠다니는 것을 볼 때는 실소가 터지기도 한다. 상상력이 핵심인데, 이 상상력을 뒷받침 할 논리가 너무 부족해 이 현상들을 웃으며 봐야할지 진지하게 봐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사진=영화 '광대들: 풍문 조작단' 스틸 화려한 입담을 자랑하며 광대패의 리더로 중심을 잡은 조진웅의 열연도 구멍난 개연성을 전부 메우지는 못한다. 결국 ‘광대들’은 광대들의 재기 발랄한 활약이 무거운 시대상과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며 녹아드는 과정이 필수였지만, 개연성이 부족해 아쉬움을 남긴 셈이다. 기상천외한 설정과 우리가 아는 흔한 역사의 부조화가 영화 전체를 삐그덕 거리게 했다. ■ Opportunity(기회) 믿고 보는 배우들일 모두 뭉쳤다. 조진웅을 필두로, 손현주, 박희순, 고창석 등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엑시트’ 이후 묵직한 영화 ‘봉오동 전투’ ‘변신’ 등이 극장가를 채우고 있는 가운데, 유쾌한 코미디 장르가 반가움을 자아낸다. 장르의 차별화도 ‘광대들’에게는 기회다.

[신작 SWOT 리뷰] 상상력만 빛난 ‘광대들’, 개연성 부족이 남긴 아쉬움

장수정 기자 승인 2019.08.20 09:46 | 최종 수정 2139.04.08 00:00 의견 0
사진=영화 '광대들: 풍문 조작단' 스틸
사진=영화 '광대들: 풍문 조작단' 스틸

기발한 상상력을 동원한 ‘광대들’의 출발은 좋았다. 그러나 광대들의 유쾌한 활약을 뒷받침할 서사가 빈약해 장점을 빛내지 못했다.

21일 개봉하는 ‘광대들’은 조선 팔도를 무대로 풍문을 조작하고 민심을 흔드는 광대들이 권력의 실세 한명회에 발탁돼 세조에 대한 미담을 만들어내면서 역사를 바꾸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 Strength(강점)

한명회와 세조의 이야기가 극의 무게감을 잡는다. 기발한 상상력이 담긴 ‘광대들’은 종종 낯선 장면들을 보여주지만, 중심을 잡을 익숙한 이야기가 있어 몰입을 돕는다. 조카를 죽이고 왕의 자리에 올랐지만, 몸이 쇠약해지면서 불안감과 죄책감에 시달리는 세조, 그런 왕의 정통성을 지키는 것이 절실한 한명회 등 인물들의 절박한 심정을 표현한 손현주, 박희순의 깊이 있는 연기력이 극에 깊이를 더한다.

5명의 광대로 활약한 조진웅, 고창석, 윤박, 김슬기, 김민석의 활약도 유쾌하게 그려지지만, 논리적으로 힘을 받지 못하는 탓에 그저 웃음을 자아내는 도구적인 캐릭터들로 전락하게 된다. 화려한 입담을 자랑하며 광대패의 리더로 중심을 잡은 조진웅의 열연도 구멍난 개연성을 전부 메우지는 못한다.

■ Weakness(약점)

세조가 지나가자 소나무가 저절로 움직이고, 세조가 세운 원각사를 황색 구름이 뒤덮고, 오대산에서 몸을 씻으니 피부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는 실록 속 기이한 현상들을 어떻게 광대들의 손으로 구현할지가 관건이었다. 그러나 영화는 어디까지나 상상력이니 부족한 논리는 눈감아 줘야 한다는 식으로 전개한다.

설정이라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조선 시대에 직접 만든 런닝 머신이 있고, 아무리 바람의 힘을 이용했다지만 거대한 부처상이 떠다니는 것을 볼 때는 실소가 터지기도 한다. 상상력이 핵심인데, 이 상상력을 뒷받침 할 논리가 너무 부족해 이 현상들을 웃으며 봐야할지 진지하게 봐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사진=영화 '광대들: 풍문 조작단' 스틸
사진=영화 '광대들: 풍문 조작단' 스틸

화려한 입담을 자랑하며 광대패의 리더로 중심을 잡은 조진웅의 열연도 구멍난 개연성을 전부 메우지는 못한다.

결국 ‘광대들’은 광대들의 재기 발랄한 활약이 무거운 시대상과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며 녹아드는 과정이 필수였지만, 개연성이 부족해 아쉬움을 남긴 셈이다. 기상천외한 설정과 우리가 아는 흔한 역사의 부조화가 영화 전체를 삐그덕 거리게 했다.

■ Opportunity(기회)

믿고 보는 배우들일 모두 뭉쳤다. 조진웅을 필두로, 손현주, 박희순, 고창석 등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엑시트’ 이후 묵직한 영화 ‘봉오동 전투’ ‘변신’ 등이 극장가를 채우고 있는 가운데, 유쾌한 코미디 장르가 반가움을 자아낸다. 장르의 차별화도 ‘광대들’에게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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