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그룹이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 인수를 통해 전통 자산과 디지털 자산 통합을 꾀하고 있다. 만일 통합이 이뤄진다면 소비자는 자산 통합 관리와 수수료·결제주기 개선 등 거래 편의성을 누릴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업계 안팎에선 국내 제도 정비의 한계, 소비자 보호 애로 등을 고려할 때 코빗 인수는 물론 추후 통합에 이르기까지 진통이 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사진=미래에셋증권)
■ "미래 금융은 디지털 통합…코인 ETF·STO 등 새 먹거리"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그룹은 코빗 최대주주인 NXC(지분 60.51%)와 2대 주주 SK플래닛(31.55%)이 보유한 코빗 지분 인수를 추진 중이다. 인수 주체는 미래에셋그룹의 비금융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이다.
이 같은 시도는 미래에셋에서 꾸준히 강조해온 전통 금융 자산과 디지털 자산을 통합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0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미래 금융 혁신 비전인 '미래에셋 3.0'을 공개하며 디지털 기반 금융 혁신에 집중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를 위해 기존 테크&인공지능(AI) 부문을 신기술 전담조직으로 개편하고 AI와 웹3 기반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김미섭·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대표 역시 올해 신년사를 통해 "2026년을 미래에셋3.0의 원년으로 삼고, 전통자산과 디지털 자산이 융합되는 글로벌 금융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미래에셋이 디지털 자산 통합을 강조하는 이유는 경쟁이 치열해진 기존 전통자산(주식·채권·원자재·부동산) 상품에서 벗어나 가상자산에 기반한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디지털 자산을 상품 설계에 활용할 수 있다면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와 토큰증권(STO), 법인거래 수탁(커스터디) 업무 등 다방면에서 시너지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시장 성장성도 높게 평가된다. 지난해 10월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STO 시장 시가총액도 2024년 34조원에서 오는 2030년 367조원까지 1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사진=챗GPT)
■ "앱 하나로 통합 관리…실시간 결제·수수료 ↓"
소비자는 전통 금융·디지털 통합을 통해 어떤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까. 미래에셋증권은 통합 플랫폼을 통한 편리한 자산 관리와 수수료 감소, 결제주기 단축 등이 가능해질 것이라 기대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기존에 금융 자산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디지털 자산은 거래소 앱을 통해 별도로 투자·관리를 해왔다"며 "통합 플랫폼 '디지털 월렛'이 나온다면 하나의 플랫폼에서 두 자산을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 강조한다.
거래 수수료와 결제주기도 개선될 것이라 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블록체인 상에서 토큰화된 금융 상품을 거래할 경우 결제주기가 실시간 수준에 수렴해 자본 활용성이 극대화 될 것"이라며 "결제 및 정산을 위해 예치금을 미리 쌓아둘 필요가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수수료에 대해서도 "거래시 불필요한 중개자들도 기존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며 "개선에 대한 수치는 금융 상품별 결제 프로세스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라 덧붙였다.
이를 위해선 전통 금융 자산의 토큰화가 필수적이라고 짚었다. 이 관계자는 "토큰화 패러다임을 놓치면, 글로벌 대비 국내 금융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병화 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사진=성균관대학교)
■ "제도 정비 등 걸림돌…산업 성장엔 인수보다 협력이 바람직"
다만 국내 제도 정비의 더딘 속도, 소비자 보호 한계 등을 고려한다면 미래에셋의 코빗 인수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임병화 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이 작년 11월 마련될 예정이었으나 1월까지 지연되고 있다. 국내 제도 정비 속도가 상당히 더딘 편"이라며 "특히 기술적으로는 통합이 가능할 지 몰라도 금융당국이 이를 즉각 허용할 가능성도 낮다"고 내다봤다. 임 교수는 이어 "증권은 가상자산 현물 ETF, 거래소는 커스터디를 담당하는 등 서비스를 분담해 단계적으로 시작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 예상했다.
또한 미래에셋이란 브랜드에 거래소가 포함되는 만큼 기존보다 엄격한 소비자 보호 수준이 요구될 것이란 점도 우려 사안이다. 임 교수는 "미래에셋이란 브랜드 네임이 붙는 만큼 소비자 보호를 위해 고객확인(KYC) 및 자금세탁 방지(AML)를 강화하라는 당국 지침이 있을 수 있다"며 "증권과 가상자산 거래 시스템이 서로 다른만큼 두 시스템의 고객확인 체계를 통합하기보다는 코빗 자체 고객 확인을 엄격히 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견해를 전해왔다.
이에 디지털 자산 산업의 성장성을 고려한다면, 인수보다 협력이 오히려 나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거래소가 증권사 체계로 편입되면 증권법의 엄격한 규제를 직접적으로 받게 돼 운영의 폭이 좁아질 것"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성을 고려한다면 거래소는 독자적으로 키워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해외 사례를 통해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했다. 임 교수는 "미국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경우 JP모건에 인수되지 않고 협력을 통해 디지털 자산 생태계의 핵심적인 지위에 도달했다"며 "미래에셋과 코빗이 인수해 합병보다는 각자 성장해 협력하는 형태가 바람직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