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엔씨소프트의 김택진·박병무 공동대표. (사진=엔씨소프트)

2026년을 맞은 게임업계의 키워드는 'AI를 활용한 체질개선'이다. 주요 게임사 CEO들은 AI로 개발 효율을 끌어올리면서 조직 구조를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AI가 이젠 선택이 아닌, 생존을 좌우하는 전제 조건이 됐다는 인식에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크래프톤·넷마블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의 목표와 비전을 제시했다. 지난해가 PC·콘솔로 넘어가는 과도기 속 기술 연구 등 내실을 다져왔다면, 올해는 그간 쌓은 역량을 활용해 실질적 성과를 낸다는 목표다.

콘진원의 '2025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국내 게임 이용률은 50.2%로 전년 대비 9.7%p 감소했다. 지난 2022년 코로나19 시기 최고점을 찍고 지속 감소하는 추세다.

이에 국내 게임사들은 글로벌 시장을 노린 신작들을 준비하고 있다. 엔씨는 '호라이즌' IP를 활용한 MMORPG 신작을, 넷마블은 오픈월드 액션 RPG '일곱개의 대죄: 오리진'을 선보인다. 펄어비스도 기대작 '붉은사막'을 오는 3월 출시한다.

이 같은 기조는 각 게임사 CEO의 신년사에서도 드러난다. 김택진·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 대표는 "지난 2년은 많은 변화와 전환을 통해 성장과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하는 시간이었다"며 "올해는 보다 긍정적이고, 도전적이며,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엔씨를 발전시켜 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엔씨는 지난해부터 강도높은 체질개선, 구조조정 작업을 이어왔다. 동시에 AI 전담 조직을 NC AI로 분사하며 AI 기술을 새 먹거리로 삼았다. NC AI가 개발한 LLM(거대언어모델) '바르코 LLM'을 패션·미디어 등 신규 사업에 활용될 예정이다.

특히 엔씨는 정부의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의 주관사로서 독자 컨소시엄을 구성, 국가대표 정예팀으로 선정되는 등 독보적인 AI 기술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AI 전환(AX)을 가속화하는 확장 가능한 멀티모달 생성용 파운데이션 모델 '배키'도 공개했다.

(사진=크래프톤)

지난해 말 'AI 퍼스트 기업' 전환을 선언한 크래프톤도 올해 본격적인 변화를 이뤄낸다. 약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대규모 GPU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에이전틱 AI를 기반으로 업무 자동화와 개발 효율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또 올 하반기까지 AI 플랫폼과 데이터 통합, 자동화 체계를 완성해 전사 AI 운영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로드맵도 제시했다. 올해부터는 매년 300억원의 예산을 편성, 임직원 모두가 AI 기술을 일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크래프톤은 국내 게임사 중 AI를 게임에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기업으로 꼽힌다. 앞서 회사는 엔비디아와 협업을 추진, 실제 사람처럼 게임 이용자와 상호작용하는 'CPC(Co-Playable Character)'를 선보인 바 있다.

'CPC'는 향후 출시될 신작 개발에 활용될 예정으로, 이외에도 로봇과 같은 피지컬 AI 분야에서도 활약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크래프톤은 지난해 12월 로봇 브랜드 '루도 로보틱스'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AI 퍼스트 전략을 통해 게임 산업 전반의 AI 혁신을 선도할 것"이라며 "AI 중심으로 일하는 운영 기준을 정립해 글로벌 게임 산업에서 모범사례를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방준혁 넷마블·코웨이 의장. (사진=넷마블)

방준혁 넷마블·코웨이 의장 역시 AI를 활용한 생산성 제고를 강조했다. 방 의장은 "AI를 통해 분석의 깊이와 판단의 속도를 높이고, 업무 전반의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이제 AI는 선택이 아닌, 경쟁력의 격차를 결정짓는 기준"이라고 말했다.

넷마블은 향후 신규 프로젝트에 AI 기술을 적극 도입할 예정이다. 회사는 지난해 11월 AI&테크랩을 AI 전략실'로 개편, 게임 콘텐츠 제작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경기도 과천에 건설 중인 '과천-G타운' 2사옥을 AI 연구단지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박관호 위메이드 대표 또한 "AI를 단순 도입이 아닌 '어떻게 성과로 연결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을 각 조직과 개인이 스스로 증명해 내야 할 때"라면서 "핵심 사업이었던 MMORPG 시장의 구조적 위축으로 과거의 성공 방식과 관성 만으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기존의 단일 장르 의존도를 탈피, 시장 다각화와 글로벌 진출을 노린다는 방침이다.

남재관 컴투스 대표는 "컴투스는 글로벌 IP 기반의 신작 개발, AI 기술의 활용 확대, 새로운 플랫폼과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연구 개발 등 미래 성장을 위한 준비를 이어왔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아쉬운 결과도 있었고, 올해는 경쟁력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다지는 데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NHN은 AI 기술 중심의 업무 혁신을 추진한다. 정우진 NHN 대표는 "2026년은 전 그룹사에 AI 주도 업무 혁신이 뿌리내리는 해가 될 것"이라며 AI 대전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 문화의 변화를 핵심 과제로 꼽았다.

AI를 접목한 일하는 방식의 변화, 업무 문화의 지능화가 도약의 키워드라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NHN클라우드를 국내 'AI 팩토리' 공급자로 키워 매출과 수익성 증대를 이루고, 게임사업에서는 웹보드게임 확장·글로벌향 신작 6개를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