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비비고 말차 붕어빵’ 냉동 포장 제품과 조리 후 접시에 담은 붕어빵 모습. (사진=내미림 기자)

겨울만 되면 길모퉁이 노점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서곤 했던 붕어빵이 집 냉동실에서 먼저 발견되고 있습니다. 마트와 온라인몰 냉동 코너에 ‘비비고 말차 붕어빵’을 비롯한 각종 붕어빵 제품이 진열되면서 붕어빵의 무대가 거리에서 집으로 옮겨온 것이죠. 변화의 출발점에는 길거리 붕어빵 가격 급등에 있습니다. 이번 겨울 서울 주요 상권에서는 붕어빵 한 개 가격이 1000~1500원까지 오르며 ‘붕어빵 인플레이션’이라는 말까지 나왔는데요.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2개 1000원, 3개 2000원이 흔했던 것과 비교하면 체감 가격이 크게 뛰었습니다.

노점 주인들이 마주한 현실도 만만치 않습니다. 팥, 밀가루, 설탕 같은 원재료 가격이 동시에 오르고 LPG 등 에너지 비용까지 겹치면서 원가 부담이 구조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붕어빵 가격이 다시 내려오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진 셈입니다. 이 틈을 파고든 것이 바로 '냉동 붕어빵'입니다. 마트에서 판매되는 냉동 붕어빵 한 봉지에는 보통 8~12개가 들어 있고 가격은 5000~7000원대입니다. 개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500~600원 수준으로 길거리 붕어빵의 절반 안팎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집에서 먹는 게 훨씬 싸다”는 판단이 자연스럽게 나오겠죠.

이 흐름을 대표하는 제품이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붕어빵’입니다. 기본 팥과 슈크림에 더해 말차 같은 트렌디한 맛을 더하며 붕어빵을 ‘레트로 길거리 간식’이 아니라 ‘요즘 디저트’로 재정의했는데요. 실제로 에어프라이어나 전자레인지로 데워보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식감이 안정적으로 재현됩니다. 종이봉투 대신 접시에 올려 커피와 함께 먹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실제 말차 붕어빵을 반으로 갈라보니 연녹색 크림이 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는데요. 한 입 베어 물면 겉은 바삭하게 부서지고 안쪽에서는 말차 특유의 쌉싸름한 향과 달콤한 크림이 동시에 퍼졌습니다. 팥의 무게감 대신 말차 크림이 입안을 가볍게 채우면서, 길거리 붕어빵보다는 카페 디저트에 더 가까운 인상이었습니다. 붕어빵이 아니라 ‘말차 디저트’를 먹고 있다는 느낌이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이처럼 집에서 버튼 하나로 붕어빵을 꺼내 먹을 수 있게 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제는 우리 집이 붕세권”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노점이 있는 동네가 아니라 냉동실에 붕어빵이 들어 있는 집이 곧 붕어빵 접근권을 가진 공간이 된다는 뜻인데요. 붕어빵의 상권 개념이 거리에서 가정으로 이동한 셈입니다.

오뚜기는 또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소비자들이 오랜 불만이였던 꼬리 부분 앙금 부족’에 주목해 ‘꼬리까지 꽉 찬 붕어빵’이라는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노점과의 차별화를 꾀했습니다. 지난 2023년 '꼬리까지 가득 찬 팥붕어빵'과 '꼬리까지 가득 찬 슈크림붕어빵'을 출시했으며 작년에는 '꼬리까지 가득 찬 피자붕어빵'을 출시하며 붕어빵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편의점들도 이 흐름에 가세했습니다. 일부 점포에서는 즉석 조리 붕어빵을 판매하고 냉동 붕어빵을 간편 간식처럼 진열하면서 접근성을 높이고 있는데요. 퇴근길에 하나 집어 드는 간식, 혹은 집에 들고 가 데워 먹는 간식으로 붕어빵의 소비 순간을 늘리고 있습니다. 겨울밤 손을 녹이며 먹던 노점 붕어빵의 자리에 이제는 에어프라이어 앞에서 기다리는 붕어빵이 들어섰는데요. 붕어빵의 향수는 그대로, 소비의 무대만 냉동실로 옮겨온 풍경이 익숙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