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뤽베송 감독이 제작한 영화 ‘니키타’가 불러온 센세이션 이후 비슷한 영화를 고대하는 영화팬들이 많아졌고 필자 역시 그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그 이후 나온 아류작들은 성공하지 못했다. 영화 ‘안나’의 개봉 소식을 듣고 이번엔 갈증을 채워 줄 영화가 나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했다. 이유는 ‘니키타’의 뤽베송 감독이 29년 만에 킬리언 머피, 루크 에반스, 헬렌 미렌, 같은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을 데리고 만든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안나’ 속 무기들과 액션들은 어떻게 표현됐을까.
소음기를 끼기 위해 총을 옮겨 잡는 킬러?
총으로 먹고사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언제나 총을 쏠 준비를 하고 있다. 따라서 꼭 필요하지 않다면 주손을 총에서 띠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 초반 ‘안나’를 스카우트 하러온 사람들는 주손이 오른손이면서, 소음기를 끼기 위해 총을 왼손으로 넘겨주고 오른손으로 소음기를 돌린다. 실전경험이 있는 숙련된 사수라면 총은 오른손에 쥔 채로 왼손으로 소음기를 돌린다. 소음기를 해체 할 때도 총을 좌수로 넘겨주고 오른손으로 소음기를 해체했다. 그가 ‘오십견’이 와서 손목을 왼손으로 돌리기 힘들지 않다면 이 행동은 전술적인 관점에서 옥에 티가 된다.
그녀에겐 너무 길고 힘든 쥐어짠 액션신
안나가 기본 훈련 후 KGB에 인턴식 실제 작전을 나간다. 대상자의 인상착의와 총을 건네받고 그가 있는 식당에서 그를 제거하려 총을 꺼내서 사격하려고 하지만 격발이 되지 않자 맨손격투와 상대의 무기를 이용해 임무를 수행한다. 액션의 동선은 잘 짜여 있지만 안나가 소화하기엔 액션이 너무 길었고 버거웠다. 경호원 역할을 맡았던 액션배우들이 그녀에게 대주기 위해 기다리는 장면들마저 보이고 큰 봉으로 액션을 할 때는 온몸으로 ‘나 힘들어요’를 외치고 있다. 이런 장면은 보고 있는 관객들마저 힘들게 한다.
1년을 교육 받은 전문킬러의 불안한 권총파지
영화를 보는 내내 안나의 총기파지에 눈길이 갔다. 안나의 총기 파지는 1년간 엄청난 훈련을 받은 전문킬러라는 역할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는 파지도 아니고 총기와 그다지 친숙한 것 같지도 않았다.
영화 ‘안나’를 보면서 화려한 액션신을 기대한 관객들은 적잖게 실망을 할 수도 있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배우도 아니고 심지어 전문적인 액션 배우도 아닌 유명 모델 사샤루스를 주연으로 발탁은 한 뤽베송 감독은 그녀의 숨겨진 재능과 분위기를 통해 감정 전달에 더 힘을 주려고 한 것이 느껴졌지만 예고편을 보고 기대한 액션 팬들에게는 아직 선이 굵은 연기를 잘하는 것도 아닌 그녀의 모습에서 자장면도 짬뽕도 아닌 ‘짬짜면’ 같은 모습이 느껴졌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못 만든 영화도 아니고 굳이 고증이나 ‘옥에 티’를 찾으면서 감상할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의 감상 포인트는 여전히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헬렌 미렌과 남녀를 떠나 ‘건강미란 이런 것이다’를 느끼게 해주는 사샤루스의 프로포션(proportion) 그리고 영화에서 복잡하지만 합리적으로 설치된 거미줄 같은 복선이다.